[우보세]로톡이 시장을 왜곡한다는 변협

머니투데이 이태성 기자 2021.08.03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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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대법원이 발간한 2020 사법연감에 따르면 2019년 법원에 소송사건 663만여 건이 접수됐다. 이중 본안사건(민사·가사·행정 등)은 146만여건, 본안외사건(민사·가사 조정, 특허신청, 영장 등)은 517만여 건이다. 2019년 총 인구는 5185만명. 전체 인구의 약 12.7%에 달하는 사람들이 법률 문제로 법원을 찾았고, 2.8%는 실제로 소송을 벌였다는 얘기다.



이처럼 많은 사람들이 법원을 찾고 있지만 소송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어떤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지'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여유가 있다면 대형 법무법인이나 전관 출신 변호사를 찾겠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인터넷 검색이나 지인을 통해 변호사를 찾게 된다. 기자 역시 법조 출입을 하는 기자라는 이유로 주변에서 '변호사를 추천해달라'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2014년 등장한 로톡은 변호사와 의뢰인을 온라인으로 연결해주는 서비스다. 실제 의뢰인들의 변호사에 대한 후기와 시간당 상담료 등을 쉽게 알수 있다는 점에서 법률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줄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는 로톡을 통해 변호사들이 수임한 소송의 규모가 1000억원에 가깝게 성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로톡이 성장하자 변호사단체들은 로톡을 공격하고 있다. 광고에 따라 노출 혜택을 부여하면서 변호사 시장을 왜곡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면에는 변호사 시장 자체가 플랫폼에 종속될 수 있다는 불안감과, 최저가 경쟁으로 법률시장 자체가 어려워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자리잡고 있다.

소비자들은 변협의 '변호사 시장 왜곡'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동안 변호사 시장은 소비자들에게 더 가혹했다. 지인, 혹은 온라인 광고를 기반으로 변호사를 찾아가야 했던 과거보다는 로톡을 통하는게 낫다는 사람들이 많다. 법률시장은 전관예우 등의 문제로 기존에도 왜곡돼 있었고, 이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소비자가 떠앉아야 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로 국내 1500여개 스타트업 연합단체인 코리아스타트업포럼(코스포)이 지난 5월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를 통해 실시한 '리걸테크 산업 대국민 인식조사'에 따르면 '법률서비스에 IT기술 도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76.4%로 나타났다.


상황이 이렇게까지 흘러온 데에는 변호사단체의 책임이 적지 않다. 변호사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제공하기 위해 변호사 단체는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나. 변협은 홈페이지를 통해 변호사 검색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하지만 여기에는 이름과 단순한 이력, 사무실 전화번호 정도의 정보만 나온다. 최근에서야 변협은 로톡을 대체할 수 있는 '공공 변호사 정보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면서 발을 뗐는데, 언제, 어떻게 만들어질지 알수 없는 상황이다.

로톡을 겨냥해 만든 개정 변호사 광고규정은 오는 4일부터 시행된다. 스타트업 업계 뿐만 아니라 법조계에서도 변협의 조치가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박범계 법무부장관도 플랫폼 가입 변호사에 대한 징계 조치에 대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협회가 징계를 강행하기 전에 그간 쌓인 법률 소비자들의 원성을 다시 생각해보길 바란다.

이태성 기자이태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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