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어서 못 판다'···K-배터리 뜨거워진 소재 전쟁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8.01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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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없어서 못 판다'···K-배터리 뜨거워진 소재 전쟁


올 2분기 실적 발표를 전후해 LG·SK·삼성 K-배터리 3사 모두 소재 확보와 육성을 위한 장기 전략을 핵심 비전으로 내놨다. 전기차 경쟁력은 배터리가, 배터리 경쟁력은 결국 소재가 좌우할 것이란 판단에서다. 공급 부족(쇼티지) 극복은 물론 기술에서도 글로벌 경쟁사들을 앞서 나가겠단 목표다.



K-배터리 소재 확보전 '본격화'
포문을 연 것은 SK이노베이션 (118,400원 ▼2,300 -1.91%)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달 1일 김준 총괄사장 등 전사 경영진이 총출동한 '파이낸셜스토리' 설명회에서 "배터리 핵심 소재 LiBS(리튬이온전지 분리막) 사업 자회사(SKIET) 상장 성공을 계기로 현 14억㎡인 LiBS 생산 규모를 2023년 21억㎡로 키운 뒤, 전기차 산업의 본격 성장이 예상되는 2025년엔 현재의 3배인 40억㎡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분리막 시장에서 세계 1위의 기업 위상을 공고하겠다는 선언이다.



분리막은 2차전지 핵심 4대 소재 중 하나다. 배터리 제조 원가의 40~50%를 차지하는 양극재 다음으로 원가 비중(15~20%)이 큰 중요 소재다.

무엇보다 글로벌 분리막 시장은 SKIET를 비롯해 일본 도레이, 일본 아사히카세이, 중국 창신신소재 등 3~4개 정도 업체가 나눠 프리미엄 시장을 차지하고 있어 수급이 중요하다. 이를 반영하듯 SKIET 주가는 7월 한 달간 51.3% 올라 시가총액 16조원을 넘겼다.

SK는 그룹 차원에서도 전방위·유기적으로 배터리 소재 확보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SKC 자회사 SK넥실리스가 해외에서 공격적으로 동박 생산시설을 늘리는 것과 병행해 SK(주)는 지난달 중순 중국 동박 제조업체 왓슨에 1000억원을 추가 투자했다. 업계는 이르면 올해 말부터 동박 공급 부족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달 SK머티리얼즈는 실리콘 음극재 관련 기술 및 특허를 보유한 미국 'Group14'와 합작사 'SK머티리얼즈 그룹14'를 설립, 배터리 소재사업에 진출한다고 밝혔다. 현재 음극재 재료는 주로 흑연이지만 향후 실리콘을 사용하게 되면 지금보다 주행거리가 늘고 충전시간이 짧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의 모기업 LG화학 (440,000원 ▼4,000 -0.90%) 역시 지난달 29일 실적발표회에서 LG전자로부터 분리막 사업을 약 5250억원에 인수한다고 밝혔다. LG화학은 자체 개발한 차세대 코팅 기술 등을 바탕으로 해당 분리막 사업을 수 년 내 조 단위 규모로 육성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LG화학은 이미 LG에너지솔루션 분사 이후 '세계 최대 종합 배터리 소재 회사'로의 도약에 시동을 걸었다. 2025년까지 6조원을 투자해 양극재, 분리막, 음극 바인더, 방열 접착제, CNT(탄소나노튜브) 등 배터리 소재를 집중적으로 키울 계획이다.

특히 양극재 사업은 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연산 6만톤 규모의 구미공장을 올해 12월에 착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양극재 생산능력은 2020년 4만톤에서 2026년 26만톤으로 7배 가량 늘어난다.

삼성SDI (477,500원 ▼3,000 -0.62%)도 꾸준히 소재 분야 내실을 다지는 중이다. 지난달 말 양극재 자회사 에스티엠에 양극재 제조 설비 등을 양도해 제조 및 관리 효율성을 높이도록 한 데 더해 에스티엠의 1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참여키로 했다. 유증 대금은 증설 등에 쓰인다. 삼성SDI는 해당 공장에서 양극재를 단독으로 공급받는다.

뿐만 아니라 삼성SDI는 소재 전문 기업 에코프로비엠과 지난해 11월 양극재 제조 합작사 '에코프로이엠' 공장 착공에 돌입했다. 해당 공장에서도 삼성SDI는 하이니켈 양극재를 단독 공급받게 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소재는 배터리 성능과 가격경쟁력을 좌우한다"며 "내재화·합작사 등 다양한 방법으로 배터리 사업을 하는 회사나 그룹에서 얼마나 지원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엇갈릴 것"고 예상했다.

포스코케미칼·에코프로비엠·엘앤에프 등 소재 전문기업도 투자 가속화
배터리 소재 전문기업들도 배터리 3사 분위기에 맞춰 역대급 자금 확보에 나섰다.

양·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포스코케미칼 (302,500원 ▼9,500 -3.04%)은 지난달 초 경북 포항시에 연산 6만톤 규모 양극재 공장을 신설한다고 밝혔다. 내년부터 약 6000억원이 투입된다. 포항 공장 완공시 포스코케미칼은 기존 전남 광양, 경북 구미 공장과 함께 국내 연간생산량(연산) 16만톤 규모 양극재 생산능력을 확보케 되는데 이는 60kWh(킬로와트아워)급 전기차 180만여대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아울러 포스코케미칼은 미국, 유럽, 중국 등에서도 투자를 단행해 연산 11만톤의 양극재 공장 건립도 추진한다.

양극재 전문 기업 에코프로비엠 (277,500원 ▼10,000 -3.48%)은 신증설 투자를 위해 지난달 사상 첫 공모채 발행에 나서 당초 계획(600억원) 대비 늘어난 82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키로 했다. 5대 1에 가까운 수요예측 흥행에 힘입어서다. 에코프로비엠은 이미 해외 양극재 공장 건설을 위해 올 하반기 내 4000억원 상당 유상증자도 예고한 상황이다.

또 다른 양극재 전문기업 엘앤에프 (176,200원 ▼4,700 -2.60%)도 지난달 유상증자를 통해 약 4966억원의 자금조달에 성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등을 고객사로 두고 있는 엘앤에프는 유증 대금의 사용 목적에 대해 "신규사옥 구축 및 고객사 수요 대응을 위한 공장 신축과 시설증설을 위한 시설자금, 수주증가에 따른 원재료 증액분 결제를 위한 운영자금"이라고 밝혔다.

SNE리서치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글로벌 배터리 수급전망에서 2028년까지 공급이 앞서가는 형상을 나타내지만 많은 부분이 중국에 몰려 있어 허수가 될 수 있다"며 "티어(Tier)-1 배터리 회사를 분리해 보면 2022년경 배터리가 부족할 수 있고 더 큰 문제는 핵심적 원재료 부족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배터리 가격을 낮추고 이를 통해 전기차 가격이 낮아져 전기차가 활성화되는 시기가 도래할 것으로 생각됐지만 관련 핵심 원재료 가격 상승과 제품 부족 현상은 전기차 활성화에 많은 어려움으로 작용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기차 배터리 등에 쓰이는 리튬이온 전지 소재의 시장 규모는 2020년 213억달러에서 2030년 1232억달러(약 142조원)로 6배 가까이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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