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식 맥주 무제한…만남도 주선" 제주 게스트하우스의 꼼수

머니투데이 김지현 기자 2021.08.01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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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로 파티는 금지지만, 석식은 가능합니다."

최근 제주지역의 한 게스트하우스에 올라와 있는 공지글이다. 해당 글에는 사회적 거리두기로 게스트하우스 파티가 금지됐지만, 맥주와 안주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석식을 진행한다는 설명이 있었다. 정보공유와 만남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라는 내용도 담겼다.



후기 게시판에는 "저녁 자리가 재밌었다" 혹은 "파티를 할 만큼 인원이 많아 재밌었다"는 글이 올라왔다. 글이 올라온 날은 게스트라우스 파티가 금지된 지난달 13일이다.

코로나 '4차 대유행'으로 방역당국이 숙박시설 주관의 파티 등 행사 주최를 금지했지만, 일부 주요 관광지 게스트하우스에선 '석식'을 가장한 유사형태의 꼼수영업 행위가 이어지고 있다. 테이블 당 4인 이하라는 조건을 지키며 저녁 자리를 제공하는 것이다. 문제는 저녁 자리가 방문객들이 번호를 주고받고, 만남을 주선하는 형태로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주 부산을 방문했던 윤모씨(27)는 "석식 자리가 가능하다거나 석식 자리 참여 필수를 내건 숙박시설이 많았다"며 "1차에는 치킨, 떡볶이, 크림생맥주 등 음식을 제공하고 2차에는 다른 테이블과 만남을 소개해준다는 이야기를 하는 곳을 봤다"고 말했다. 또 여성 4명이서 오는 경우에는 할인을 해주겠다는 곳도 있었다고 한다.

석식가능을 내건 A업체에 예약이 가능한지 연락해본 결과 "휴가철이라 자리가 없으니 빨리 입금을 해주셔야 한다"며 "밥과 술을 먹으며 자연스럽게 다른 팀과 어울릴 수 있는 자리도 있다"는 답이 돌아오기도 했다.

석식 가장한 만남…방역당국 "즉석만남 금지"
휴가철을 맞은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밟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와는 무관합니다. /사진=뉴스1휴가철을 맞은 1일 오후 서울 강서구 김포공항 국내선에서 여행객들이 탑승 수속을 밟고 있다. 본 사진은 기사와는 무관합니다. /사진=뉴스1


이 같은 사례가 이어지자 방역당국은 지난달 30일 정례브리핑에서 관광지 주변의 게스트 하우스 등 일부 숙박 시설에서 '숙박 시설 주관 파티 금지'의 방역수칙을 회피하여 숙박 시설 이용객 간 즉석만남을 주선하는 등 편법적으로 시설을 운영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지난달 29일 0시 기준 제주 게스트하우스 3곳 관련 확진자는 전국적으로 2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방역당국은 수도권에서 온 숙박객이 다른 숙박객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과정에서 전파가 이뤄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제주도는 게스트하우스 내 파티 개최 등 방역수칙을 위반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이기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제1통제관(보건의료정책실장)은 "해당(숙박 시설 주관 파티 금지) 방역수칙은 불특정 다수 등 개인 간 접촉의 최소화를 통해 감염확산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이나, 구체적인 해석 사례가 없어 점검이 어렵다는 지적에 따라, 숙박 시설에서 이용객을 대상으로 만남·미팅·소개 등을 알선하는 행위도 숙박 시설 주관의 '파티' 중 하나에 포함되는 것으로 방역수칙을 해석하여 지자체에 안내했다"고 설명했다.

숙박업소에서 손님들을 모아 주류를 제공하는 등의 행위가 사실상 파티와 다를 바 없다는 것이다. 지난해 8월 투숙객 등이 참여하는 심야파티가 빈번하게 이뤄지던 제주도의 한 게스트하우스에선 집단감염이 발생해 관련 확진자가 10명 발생한 바 있다.

다만 일각에선 게스트하우스들이 방역 수칙을 어겼다고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게스트하우스 중 일반음식점 개설허가를 함께 받은 곳들도 적지 않고, 식사제공을 했다는 것만으로 방역수칙을 위반했다고 단정 짓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다. 제주 방역당국 역시 이번 집단감염 관련 확진자들이 게스트하우스 공용공간 등에서 전파됐을 가능성은 있지만 술 파티에 참석했다고 볼 만한 객관적인 증거는 없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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