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상생에서 동반생존으로:코로나 종식이전 골목경제 붕괴

머니투데이 이승창 회장(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 2021.08.0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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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상생에서 동반생존으로:코로나 종식이전 골목경제 붕괴


해외 자본의 투자를 통해 자금을 확보한 배달의 민족과 쿠팡은 아무런 규제 없이 긱 이코노미의 상징인 바이크 라이더와 소형트럭을 가지고 골목에 진입했다. 이들은 슈퍼, SSM, 마트 등 모든 소매업태와의 경쟁에서 코로나 시즌의 최대 성공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아무런 규제 없이 이미 확장세에 들어선 이 딜리버리업체들은 D2D(Door to Door) 소매시장의 최강자가 될 전망이다.

반면 국내 대형마트와 SSM은 영업시간 제한 등 규제에 막혀 최근에야 기존 마트의 한 공간을 마이크로 풀필먼트센터(MFC)화 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찾는 중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플랫폼 규제방안이나 긱 이코노미의 근로자 보호 방안 등도 중요하지만 근본적으로 국내 B2C 유통업체의 생존 가능성을 옥죄는 규제를 하루빨리 철폐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야 국내 B2C 유통업체의 D2D비즈니스 생존을 위한 공정한 경쟁이 시작될 수 있다.



국내 유통시장 이슈는 1990년대 국내유통산업 보호에서 2000년대 중반 대규모 유통업체에 대한 규제와 전통 및 골목 시장의 동반성장과 상생으로 이어졌다. 온라인화가 극대화 된 2010년대 중반부터는 대규모 국내유통업체에 대한 규제에 힘입어 플레이어가 바뀌게 됐다. 한국시장 진출에 성공한 해외 온라인업체와 규제대상에서 제외된 온라인 신규창업자들 간의 각축장이 된 것이다.

특히 최근 코로나로 인해 거의 모든 업종에서 온라인화가 급격히 촉진되면서 수년간 급성장한 딜리버리 업체들이 해외자본을 통해 D2D 물류중심의 유통업체화가 되고 있다. 국내 대규모 업체가 영업 규제에 묶여 있는 사이에 대형화에 성공한 딜리버리 업체는 해외업체가 인수하거나 해외증시에 직상장하면서 새로운 업태로의 전환을 꾀하고 있는 상황이다.



B마트와 요마트처럼 최소투자 최대 효율성을 갖는 다크 스토어 비즈니스를 시작한 이들은 이미 이들 간의 합종연횡을 통해 시장 분할과 장악을 준비하고 있다. 골목소매시장의 강자인 편의점도 일부 자체적으로 라스트 딜리버리를 시도하고 있으나 배달전문업체들의 연합전선이 정해지면 매출 타격은 충분히 예견할 수 있다.

따라서 현재처럼 영업 규제 적용 여부에 따른 불공정한 경쟁이 계속된다면 이로 인한 피해는 기존 업태 모두에게 나타나게 될 것이다. 골목부터 타격이 올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긱 이코노미의 라이더들이 해외자본의 딜리버리 업체에 근무하면서 인생의 중장기적인 계획을 함께하지는 못하지 않겠는가.

지난달 27일 지역 상권법안이 국무회의 의결을 통과했다. 해당 법에 따라 정해진 지역 상생 구역이나 자율상권구역에는 연 매출이 일정 수준 이상인 가맹본부 직영점의 출점이 제한된다. 취지는 이해되지만 국내 유통시장 규제가 결국 해외업체의 이익으로 돌아간다는 사실이 아직도 안 보이는지 묻고 싶다.


따라서 지금의 온라인 시대에 과거와 같은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규제 방식은 코로나 종식이 늦어질수록 더욱더 빠르게 국내 유통시장을 잃을 환경을 조성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2년이 채 안 걸릴 수도 있다. 결국 딜리버리 업체의 무분별한 골목 진출은 당장 억제하면서, 기존의 편의점, 슈퍼 및 마트 간에 협업체계를 통한 딜리버리 시스템을 형성할 수 있는 환경을 시급히 조성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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