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승부사 김승연 "제2의 창업" 선언 후 한화 288배 키웠다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1.08.01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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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 승부사 김승연 "제2의 창업" 선언 후 한화 288배 키웠다


"이제 우리는 '제2의 창업'을 의미하는 새로운 출발, 즉 자기혁신을 통해 새로운 각오로 사회로부터 사랑받는 기업, 책임을 다하는 기업 그리고 '일생을 통해 보람을 찾을 수 있는 기업'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김승연 회장의 한화 1981년 창립기념사 중)

1952년 화약 회사로 출발한 한화그룹은 이제 화학 소재, 친환경 에너지, 건설, 금융 등 80여 계열사를 거느린 자산규모 200조원대 굴지의 대기업으로 우뚝 섰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부친인 김종희 한화 창업주의 뒤를 이어 1981년 29세의 나이로 회장직에 오른 지 40년 만에 이룬 성과다.



취임 40주년···M&A 승부수·글로벌 경영으로 재계 7위 반열에
한화 (26,750원 ▼100 -0.37%)그룹은 1일 김 회장의 취임 40주년을 맞아 관련 기념식을 오는 2일 오전 사내 방송으로 대신한다고 밝혔다.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을 고려해 특별한 행사없이 기념식을 진행키로 한 것이다.

김 회장은 "40년간 이룬 성장과 혁신은 한화 가족 모두가 함께 했기에 가능했다"며 "불굴의 도전정신으로 100년 기업 한화를 향해 나가자"고 소회를 밝혔다.



김 회장이 총수로 있는 동안 그룹은 눈부시게 성장했다. 총자산은 7548억원에서 217조원으로 288배, 연간 매출액은 1조1000억원에서 65조4000억원으로 60배 불었다. 계열사 수는 19개에서 83개로, 임직원 수는 1만1600명에서 4만3690명으로 늘었다. 위기를 기회로 삼아 M&A(인수합병)에 승부를 걸었던 김 회장의 통찰력 때문에 이런 성과가 가능했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1980년대 취임 직후 제 2차 석유파동의 불황 속에서 한양화학과 한국다우케미칼 인수로 대한민국 석유화학을 수출 효자 산업으로 키웠다. IMF 금융위기 직후인 2002년엔 적자를 지속하던 대한생명을 인수해 자산 127조원의 우량 보험사로 성장시켰고, 2012년 파산했던 독일 큐셀을 인수해 글로벌 1등 태양광 기업으로 만들었다. 앞을 내다보는 혜안이 없었다면 쉽게 던질 수 없는 M&A 성공 사례들이다.

2015년엔 삼성그룹의 방산 및 석유화학 부문 4개사를 인수하는 빅딜로 경제계를 또한번 놀라게 했다. 이를 바탕으로 한화그룹은 현재 재계 7위로 도약했다.


한화의 또다른 성장 원동력은 과감한 글로벌 진출이다. 김 회장은 2006년 창립 기념사에서 "글로벌 시대엔 둥지만 지키는 텃새보다는 먹이를 찾아 대륙을 횡단하는 철새의 생존본능'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듬해 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글로벌 전략회의에서 해외사업 추진 6대 실행과제를 수립해 주요 계열의 글로벌 사업 확대를 독려했다.

한화그룹의 글로벌 거점 수는 1981년 7개에 불과했지만 최근 469개로 증가했다. 해외 매출은 그룹 전체 매출의 25%까지 올라온 16조7000억원에 달했다. 이 과정에서 '원조 미국통'으로 불리는 김 회장 특유 글로벌 경영 감각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

김 회장은 2000년 6월 한미 협력을 위한 민간 채널로 출범한 한미 교류협회 초대의장으로 추대된 후 한미 관계 증진을 위한 민간 사절 역할을 해왔다. 미국의 조지 부시 부자(父子) 전 대통령은 물론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 친분이 두터웠고, 헤리티지 재단의 에드윈 퓰너 창립자와는 40년에 가까운 친분을 유지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멀리 가려면 함께"···100년 기업 향한 새 도전
김 회장은 40년의 도약을 발판 삼아 새로운 미래를 준비 중이다.

항공우주를 비롯해 미래 모빌리티(이동수단)와 친환경 에너지, 스마트 방산, 디지털 금융 솔루션 등이 향후 성장에 핵심축이 될 전망이다. 특히 우주 사업 등 신사업들의 경우 대규모 장기 투자가 필요하지만 누군가 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과감한 도전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다.
(주)한화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시스템에 쎄트렉아이까지 가세한 스페이스허브는 상상 속 우주를 손에 잡히는 현실로 바꾸는 중이다. UAM(도심항공모빌리티) 분야에서도 미국 오버에어사에 대한 선제적 투자와 연구 개발로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

그린수소 에너지 분야에선 효율을 높인 수전해 기술 개발, 수소 운반을 위한 탱크 제작 기술 확보 등 다가올 수소 사회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고, 태양광 사업과 관련해 세계 최초로 차세대 고효율 태양광 모듈인 페로브스카이트 태양광셀 양산도 추진하고 있다.

한화 관계자는 "신용과 의리를 바탕으로 한 그룹 도전은 계속된다"며 "이익추구를 넘어 국가와 인류번영에 기여할 수 있는 기업가치 창출로 그룹의 정신은 확대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한화는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는 김 회장의 경영 철학에 따라 다양한 사회 공헌활동을 펼쳐왔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달력 제작 및 무료 배포, 천안함 사고 희생자 유가족에 일자리 제공, '한화와 함께 하는 서울세계불꽃축제'와 같은 다양한 문화예술 분야 후원, 프로야구·골프·사격·승마·복싱 등 다양한 종목의 국내 스포츠 발전을 위한 후원 등이 대표적이다. 이밖에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공헌활동으로 국내외 친환경 숲 조성, 태양광을 이용한 수상 쓰레기 수거 보트 기부, 태양광 발전설비의 국내외 사회복지시설 무상 기증 등을 진행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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