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오엔프라 "바이러스 잡는 그래핀섬유, 상용화 눈앞"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반준환 기자 2021.08.01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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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리포트]그래핀 상용화 기술 성공...제2의 고어텍스, 그래핀텍스 부상

네오엔프라 "바이러스 잡는 그래핀섬유, 상용화 눈앞"


과일이 익는데 시간이 걸리듯 혁신적인 기술도 상용화까지 거쳐야 하는 성숙기가 필요하다. 성급한 투자자들은 이를 기다리지 못하고 눈을 돌리고 나서 뒤늦게 후회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의 시장성을 가늠하는 것도 중요하다. 전기차와 자율주행 시대가 도래하는 것을 지켜보면서도 정작 테슬라 주식은 사지 못한 투자자들이 허다하다.

최근 상용화 기술이 빠르게 등장하고 있는 소재는 그래핀(Graphene)이다. '흑연(Graphite)에서 찾은 탄소화합물(ene)'이라는 뜻의 그래핀은 육각구조로 연결된 탄소원자층을 말한다. 첨단기술과 잘 어울리는 특성이 있다. 그래핀은 구리보다 100배 이상 전기가 잘 통하고, 반도체로 주로 쓰이는 실리콘보다 100배 이상 전자의 이동성이 빠르다.



강도는 강철보다 200배 이상 강하며 최고의 열전도성을 자랑하는 다이아몬드보다 2배 이상 열전도성이 높다. 빛을 대부분 통과시키기 때문에 투명하며 신축성도 매우 뛰어나다. 높은 전기적 특성을 활용한 초고속 반도체, 투명 전극을 활용한 휘는 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만으로 작동하는 컴퓨터, 높은 전도도를 이용한 고효율 태양전지 등이 있는데, 특히 구부릴 수 있는 디스플레이, 손목에 차는 컴퓨터나 전자 종이를 만들 수 있어서 미래의 신소재로 주목받기도 했다.

이런 특징 때문에 그래핀이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만 해도 '꿈의 신소재'라는 수식어가 붙으며 곳곳에서 러브콜을 받았으나 이내 수면 밑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초기에는 산업소재로 사용할 정도의 대량생산이 쉽지 않았고 품질 또한 들쭉날쭉 했기 때문이다. 그래핀은 흑연 원자 한층 두께(0.2나노미터)이고 산업계에서 원하는 기술특성이 나오려면 최소 10층 이하가 돼야 하는데, 당시 시중에는 100층 두께도 그래핀이라며 판매한 곳들이 많았다.



고품질 그래핀을 확보해도 상용화는 어려웠다. 그래핀의 특성상 케미칼소재와의 결합이 어려워 증착(CVD)하는 방식 외에는 활용방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증착에 필요한 고가의 장비와 양산성, 증착방식의 한계로 인한 성능제약도 걸림돌로 작용했다. 수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그래핀은 결국 이론상으로만 가능한 기술소재로 폄하됐다. 2004년 가임과 노보셀로프가 흑연에서 그래핀을 분리하는데 성공한 이후 17년간 이런 상황이 지속됐다.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 일단 고품질 그래핀을 대량생산하는 업체들이 생겨났고 이를 소재에 고르게 섞는 기술까지 양산단계에 접어들었다. 연구실에 사장돼 있던 기술이 다시 빛을 보기 시적한 것이다. 대표적인 것은 연료전지에 사용되는 백금촉매를 그래핀으로 대체하려는 시도다. 최근에는 그래핀으로 음파진동 반영도를 정확히 끌어올린 이어폰과 스피커가 나오는 등 기술이 실생활에 진입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

네오엔프라, 복합그래핀 소재개발에 성공하며 글로벌 기업들에 러브콜
네오엔프라 "바이러스 잡는 그래핀섬유, 상용화 눈앞"
주목할 기업은 네오엔프라다. 2017년 설립된 그래핀 복합소재 개발업체인데 3M, 헨켈, 이토추상사 등 다국적 기업 외에도 휴비스 (3,675원 ▼75 -2.00%), 효성, 코오롱, 차바이오그룹, 삼성메디코스, 에스엘, 일광폴리머, 대원화성, 삼성케미칼 등 40여 주요 기업들과 소재적용 및 공동개발을 위한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제품인증, 양해각서, 공급계약이 체결된 곳도 상당하다.


네오엔프라의 경쟁력은 성분이 다른 물질을 물리적으로 결합하는 독자 원천기술 GMGP(GRAPHENE MODIFICATION GRAFTING POLYMERIZATION TECHNOLOGY)다. 가스와 수분을 제거해 그래핀 같은 나노입자를 다른 물질을 분산기술을 통해 물리적으로 결합시키는 기술이다. 이를 통해 고순도 그래핀을 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PE(폴리에틸렌) 등 각종 케미컬 소재와의 물리적결합이 가능해졌고, 폴리그래핀 등 50여종에 이르는 다양한 신소재를 개발할 수 있게 됐다.

폴리그래핀의 주요 특성은 △친환경 △고탄성 △충격흡수 △정전기 방지 △자외선 차단 △원적외선 방출 △높은 열전도성 △항균 △항곰팡이 △냄새제거 등이다.

네오엔프라 관계자는 "고순도 그래핀을 수요기업들이 원하는 다양한 소재와 결합하여 공급하기 시작했다"며 "섬유, 의류, 화학, 생활용품, 자동차 전장, 바이오 뿐 아니라 반도체와 가전을 비롯한 IT(정보통신)업계까지 제품인증 및 품질테스트를 진행하고 있는 업계가 무척 다양해 나열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네오엔프라의 그래핀 소재사업 가운데 가장 속도가 빠른 것은 섬유 분야다. 섬유용 그래핀 마스터배치를 개발한 후 휴비스와 협업해 직물용도의 장섬유 고순도 그래핀 원사를 세계 최초로 개발 양산하는데 성공했으며 산업군에 필수적 소재인 단섬유도 최근 개발을 완료해 그래핀솜과 마스크팩시트 부직포 등도 시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래핀텍스, 제2의 고어텍스로 각광…얼마나 뛰어나길래
네오엔프라 관계자는 "그래핀 섬유는 특수한 가공 없이도 항균· 탈취 항곰팡이·바이러스억제, 원적외선 방출, 정전기방지, 자외선차단 등의 복합 기능이 반영구적으로 발현돼 적용범위가 무궁무진하다"며 "임상실험 결과 세탁 전과 세탁 후 황색포도상구균과 페렴균의 사멸율이 99.9%에 달했고 인플루엔자A 바이러스 감소율도 99.85%였다"고 언급했다. 이어 "인체 유해성 더마테스트 결과도 최고등급(EXCELLENT)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기존 기능성 원단들의 성능을 뛰어넘는 섬유인데 폐렴균과 인플루엔자를 잡는 기능까지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외선 차단과 원적외선 방출 전자파 차단까지 이뤄진다. 올 3월 휴비스와 네오엔프라는 그래핀 섬유의 안정적인 양산과 다양한 차별화 제품 전개를 위한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휴비스는 섬유용 그래핀 마스터배치를 향후 5년간 공급받을 수 있고 국내외 프로모션 및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그래핀 원사를 직조한 그래핀 원단의 활용범위는 무궁하다. 항균, 탈취기능이 있어 땀이 많은 운동복과 언더웨어에 활용하면 적격이고 방역이 필요한 의료용 유니폼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내마모성 및 탄성과 복원력이 뛰어나 스트레치 의류와 아웃도어에도 좋다.

네오엔프라 관계자는 "통상 기능성 코팅을 통해 기능섬섬유를 만드는데 여러번의 세탁이나 고온의 세탁수, 세제를 이용하면 원단자체의 기능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중국 샤오미사 등에서 언더웨어나 마스크에 사용한다는 그래핀 섬유의 경우 원사나 원단에 그래핀을 코팅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그래핀 입자가 굵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원사에서도 코팅이 금방 벗겨져 건강에도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리는 층이 얇은 고순도 그래핀을 결합한 소재로 원사를 직접 제조하는 방식이라 원사에 그래핀이 내재화되고 세탁세제를 넣고 삶아 세탁해도 그래핀 입자들이 분리되지 않아 그래핀 소재 본연의 다양한 기능들이 반영구적으로 유지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데상트, 행텐 등 의류 브랜드가 있는 일본 이토추상사 에서는 지난 4월부터 우리 그래핀 원단을 공급받기 시작했으며 방역용도제품의 원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다"며 "패션브랜드용 원단도 공급을 준비중인데 항균 마스크 테스트에서도 긍정적인 결과가 나와 코로나19(COVID-19) 확산에 불안한 소비자들을 위한 추가적인 제품개발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네오엔프라의 그래핀원단을 활용한 항균 마스크는 국내 프로야구팀에도 제공돼 선수들이 사용중이며 국내외 유명 패션업체들과 글로벌 프랜차이즈 카페와의 납품도 시제품 제공후 본발주 물량을 협의중이다.

네오엔프라 "바이러스 잡는 그래핀섬유, 상용화 눈앞"
경량화, 전류차폐 등 자동차, IT기기에 그래핀 활용도 높아...다수 기업들 테스트中
입법예고가 돼 공공장소에서의 사용이 금지되는 살균기능이 있는 오존발생 공기청정기를 대체할 수 있는 항균필터도 개발이 완료됐으며 음식물 부패를 늦추며 선도를 유지시키는 항균 그래핀 지퍼백과 포장재들은 삼성케미칼과 3M을 거쳐 한국과 중국의 대형 유통체인에 공급될 예정이다. 침구류와 글로벌 의류업체 패딩에 들어가는 솜에도 듀퐁의 공정기술에 네오엔프라의 그래핀 단섬유가 적용돼 시제품을 생산중이며 2023년부터 공해상에서 사용이 금지된 스티로폼 부표 역시 이를 대체할 친환경소재의 시제품이 개발 완료돼 국내업계와 양산을 협의중이라고 회사측은 밝혔다. 이밖에 화장품, 안경태, 식품포장재 등 생활용품과 가전, 의료기기, 바이오 등 다양한 분야의 적용도 진행중이다.

그래핀에서 주목할 점은 시장규모다. 원사와 원단, 의류, 생활용품에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지만 이는 실재 그래핀 소재 시장의 5% 정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래핀은 탄성 뿐 아니라 전기적 특성, 뛰어난 열전도율, 고강도, 경량화 등 다양한 강점이 있어서 자동차 소재에도 다양한 적용이 검토된 바 있다. 과거에는 주변기술의 한계 때문에 검토수준에 그쳤으나 이제는 여건이 달라진 상태라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특히 최근처럼 전기차가 확산되는 상황에선 그래핀의 활용도가 더욱 높아진다. 내연기관 차량 못지않게 전기차도 내부의 열을 방출하는 방열판이 중요한데 그래핀을 활용하면 수십Kg에 달하는 기존 방열판 무게를 절반으로 줄이고 친환경적이며 가격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율주행시대가 도래하며 차량내부의 반도체가 대당 1500개에 이르는 최근 자동차 시장을 보면 기기의 오작동 및 혼선을 초래하는 전자파 차폐기능도 안전에 중요한 요소인데 이 역시 별도의 차폐없이 그래핀을 적용한 내외장재를 적용하면 해결할수 있다.

가전분야의 활용도도 높다. WHO를 포함한 세계 5대 보건기구가 발암물질로 규정한 전자파 차폐는 물론이고, 열 전도율이 높은 그래핀의 특성상 사출이나 성형에서 생기는 불량률도 현저하게 낮출 수 있으며 보다 정밀한 사출결과물이 가능해진다 또한 강도와 내마모성이 높아지며 전자파로 인한 기기출력 제한을 해제해 전자제품성능의 개선을 가져올수 있다. 네오엔프라 관계자는 "국내외 다수 기업들과 협업을 통해 연구개발(R&D)을 진행하고 있으며 업계의 피드백을 반영해 다양한 산업군에 활용될 수 있는 소재를 개발하고 있다"며 "친환경, 다기능 소재로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 협업 기업들의 평가인데 테스트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곳들이 많아 실제 제품 적용도 빨라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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