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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도 빅테크 종속시대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이용안 기자 2021.08.0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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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은행도 빅테크 종속시대




지방은행이 빅테크·핀테크와 협업을 늘리며 생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지역 내에서 주로 영업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어서다. 일각에선 지방은행이 빅테크 등에 종속된다는 우려가 나오지만 전문가들은 지방은행으로선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한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BNK부산·경남은행, JB전북은행·광주은행, DGB대구은행 등 지방은행들은 핀테크·빅테크와 접점을 더욱 늘리고 있다. 우선 금융위원회가 올해 10월 출범을 목표로 추진 중인 핀테크·빅테크 주도의 대환대출 플랫폼에도 지방은행들은 참여를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대환대출 플랫폼에 반기를 들었던 것과는 다른 태도다.

지방은행에게는 비대면 대환대출이 영업망을 확대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라서다. 지방은행들은 기반 지역 고객 외에 전국의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몸부림을 쳐왔다. 부산은행은 지난 1일 수도권여신영업센터를 신설했다. 대구은행은 지난 3월 제1금융권 지점장 경력이 있는 퇴직자를 수도권 기업영업 전문인력으로 채용했다. 그런데 비대면 대환대출 시장이 활성화하면 앞으로는 수도권에 영업점을 내는 등 비용을 치르지 않아도 고객을 끌어올 수 있게 된다.



특히 전북은행과 광주은행의 경우, 중·저신용자 고객에게 적극적으로 영업을 펼칠 수 있게 된다. 전북은행은 지난 2015년부터 '1.5금융' 전략을 세우고, 중·저신용자 대출을 확대해왔다. 광주은행도 올해 들어 해당 대출의 비중을 크게 늘렸다. 금융업계에서는 두 은행이 비대면 대환대출 시장에서 10% 이상 금리로 대출받은 2금융권 고객에 더욱 낮은 금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제주은행은 10월 대환대출 플랫폼에 참여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배경이 주목됐으나 2개월 뒤에 참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새로 개발한 전산 시스템의 테스트 기간이 10월에 끝나 그때부터 대환대출 인프라 참여를 위한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이 같은 이유로 다른 시중은행·지방은행보다 늦은 12월에 비대면 대환대출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방은행은 대환대출 플랫폼 참여 등 단순 제휴뿐 아니라 금융 서비스나 상품을 빅테크·핀테크와 함께 공동 개발하고 있다. 전북은행은 지난 28일 네이버파이낸셜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디지털 금융상품 기획과 판매를 함께 하고, 각종 디지털 기술 협력도 진행하기로 했다. 광주은행은 지난 2019년에 이어 올해 토스(toss)와 금융 신규 서비스 제휴 활성화를 위한 업무 협약을 체결했다.

핀테크의 수평적인 조직 문화를 자사에 이식하기 위한 노력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은행장이 직접 핀테크 업체를 방문해 '견학'까지 한다. 송종욱 광주은행장은 지난 2일 서울 토스 사옥을 직접 찾아 이승건 비바리퍼블리카(토스운영사) 대표와 디지털 역량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송 행장은 "토스의 자유로운 업무 방식을 통해 직원들이 발휘하는 창의력과 업무 추진력을 보며 많은 숙제를 얻어가게 된다"고 말했다.

광주은행은 나아가 토스와 인적 교류도 실시하고 있다. 광주은행 행원·과장 등 직원 8명은 지난 4월 토스를 방문해 토스의 업무 방식을 체험했다. 앞으로도 광주은행은 토스와 금융 노하우 공유 등을 위한 인적 교류를 대폭 확대할 예정이다. 최근 은행업 인가를 받은 토스뱅크와도 협력 체계를 구축할 계획도 있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마저 빅테크·핀테크와 협업을 늘리고 있는 상황에서 망설일 시간이 없다는 분위기다. 실제 우리은행은 지난 22일 네이버파이낸셜과 손잡고 '우리은행 네이버 스마트스토어 대출'을 출시했다. 한 지방은행 관계자는 "자본 여력이 있어 자체적으로 디지털 전환을 할 수 있는 시중은행도 빅테크의 이점을 활용하려고 한다"며 "자체 디지털 전환에 현실적 한계가 있는 지방은행으로선 핀테크 등과 협업해 기술적인 보완을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지방은행들이 빅테크·핀테크에 서서히 종속될 수 있다며 우려를 제기하지만, 전문가들의 시각은 다르다. 이병윤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종속은 나중 문제이고, 일단은 살아남아야 한다"며 "지방은행 입장에선 빠르게 디지털 전환을 해나가고 있는 시중은행의 속도를 따라잡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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