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류 내러 누가 은행 가나...진짜 '비대면' 주담대가 온다

머니투데이 양성희 기자 2021.08.01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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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WON주택대출은.../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우리WON주택대출은.../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은행들이 영업점을 방문하지 않고 '전면 비대면'으로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을 속속 내놓고 있다. 주담대는 확인해야 할 서류가 많고 유형별로 처리 방식이 달라 그동안 비대면화가 어려운 영역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러나 인터넷전문은행이 비대면 담보대출 상품을 내놓고 시장을 개척하면서 대형 시중은행까지 가세했다.

1일 은행권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최근 신청부터 실행까지 모바일로 가능한 '우리WON(원)주택대출'을 출시했다. 주택 구입, 대환대출 등 자금 용도 구분 없이 신청할 수 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에 대한 주담대도 받을 수 있다. 전자등기로 근저당 설정 업무를 볼 수 있어 가능한 일이다. 소유권 이전 등기를 위해 법무사가 현장을 방문해야 하지만 고객이 은행 영업점에 갈 일은 없다.



신한은행은 하반기 전면 비대면 주담대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마무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등기 업무가 100% 비대면으로 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하려고 법원 등 외부기관과 조율 중이다. 신한은행이 길을 틀 경우 은행권 비대면 주담대 시장이 보다 활성화될 것으로 보인다. 신한은행은 이미 전자상환위임장 개발도 거의 끝냈다. 비대면으로 업무를 원활히 진행하기 위해 고객의 권한을 위임받을 필요가 있다.

KB국민은행은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을 개편하면서 기존의 비대면 주담대 상품을 함께 개선하고 있다. 공동명의 부동산, 조건부 대출 등에 대한 제한을 풀어나가는 게 과제다. 국민은행은 대면-비대면 채널간 연계도 강화한다. 비대면으로 대출을 신청하고, 같은 작업을 번거로움 없이 대면으로 완료하는 식이다. 하나은행은 지난 4월 비대면 아파트론을 판매한 데 이어 주담대를 모두 비대면 처리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서울 송파구 아파트 일대 모습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서울 송파구 아파트 일대 모습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시중은행들이 이처럼 주담대의 비대면화에 분주한 건 비대면에 특화한 인터넷전문은행을 의식해서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8월 비대면 아파트 담보대출 상품을 들고 나와 시중은행들을 긴장시켰다. 은행권 처음으로 전자상환위임장을 도입하면서 대환대출에서 필요한 위임 절차가 모두 모바일에서 이뤄지도록 했다. 2018년 일찍이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100% 비대면으로 구현한 카카오뱅크는 연내 비대면 주담대를 팔 작정이다.

황원철 우리은행 디지털그룹장은 최근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빅테크에 맞서기 위해) 금융 분야에서 제조, 판매 분리가 일어날 것이란 우려도 있지만 은행이 가진 채널과 플랫폼을 활용해 공격적으로 대응하려 한다"며 "이를 위해 전통적 대면 업무의 비대면화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중은행들은 궁극적으로 소매금융 전반의 업무를 비대면화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다. 우리은행은 소매금융은 물론, 기업금융 중에서 개인사업자 대출까지는 전면 비대면으로 처리할 수 있도록 디지털 전환 작업을 벌인다. 하나은행의 경우 신용대출의 88.3%가 비대면으로 나가는 등 이미 비대면 전환이 상당 부분 진행된 영역도 있다. 허영택 신한금융그룹 경영관리부문장(CMO)은 "고객의 편의성을 위해 은행의 리테일 부문은 완전히 비대면 상품화될 것이라 보고 기술적인 문제와 규제를 풀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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