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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공백이 무의미한 26년째 잘 나가는 배우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1.07.3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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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사진제공=넷플릭스전지현, 사진제공=넷플릭스




스타라는 단어에 가장 부합하는 배우, 전성기가 끝나지 않은 배우, 그리고 늘 아름다운 배우. 이 모든 수식어를 붙여도 어색하지 않은 배우가 있다. 바로 전지현이다.


전지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킹덤: 아신전'(극본 김은희, 연출 김성훈)을 통해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전작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이 2017년에 방송됐으니 무려 4년만이다. 누군가는 잊혀질까 두려움에 떨 법한 세월에도 전지현은 바로 어제에도 있던 것처럼 대중의 환영을 받았다. '아신전'은 지난 23일 공개된 후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국내 뿐 아니라 넷플릭스 80개국 톱10에 자리한 것이 이를 증명한다. '킹덤'이 성공적 시리즈라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프리퀄로 90분간 짧게 웅축한 스페셜 에피소드에서 이러한 파워를 낼 수 있다는 건 다름아닌 전지현의 존재가 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아신전'의 전지현은 자신의 가장 큰 무기인 화려한 미모에 치중하지 않는다. 그저 눈빛과 분위기 이 두 가지만으로 극을 꽃피운다. 허나 화장기 하나 없는 얼굴과 누더기같은 옷을 입혀놔도 전지현의 아우라는 좀처럼 가리기가 힘들다. 그게 김은희 작가가 애초부터 아신 역에 전지현을 염두에 둔 이유기도 하다. 전지현이 '아신전'에서 분한 아신은 그 삶을 입에 다 담기도 힘들 만큼 애처로운 삶을 살아온 인물이다. 성저야인이라는 멸시 받는 민족의 일원이자, 부족민을 잃고 홀로 살아남아 과거의 치욕을 혼자 감내하는 서글픈 생존자다. 살아도 사는 게 아닌, 그게 바로 아신이다.




전지현, 사진제공=넷플릭스전지현, 사진제공=넷플릭스
'아신전'에서 전지현은 대사도 거의 없다. 조금만 생각해봐도 당시 시대상에서 아신을 기껍게 대할 이는 없다. 계급사회였던 당시 시대 배경에서 아신은 하층민 중에서도 가장 아래에 자리했다. 그렇게 아신은 자신에게 말붙여주는 이가 하나도 없는 낯선 공간에 외롭게 존재했다. 말을 감추고 감정을 지니지 않는 편이 아신에게도 더 편했으리라 싶다. 그리고 이렇게 인물에 대한 공감과 이해를 품을 수 있게 만든 건 아신을 연기한 게 그 누구도 아닌 전지현이었기 때문이다. 아신에게 완벽히 동화되어 그 삶을 오롯이 녹여낸 전지현의 캐릭터와의 일체화. '아신전'엔 전지현은 없고 아신만이 존재한다. 고생의 흔적이 역력하게 느껴지는 발그레한 뺨도, 흙먼지를 뒤덮은 얼룩덜룩한 얼굴도, 사연있는 이의 처연한 눈빛도 모두 등장인물에 소개된 아신 그 자체다.


이와 동시에 아신은 자신의 부족민을 죽음으로 내몬 배후를 알아내고는 무덤덤하던 일상에 서슬퍼런 칼날을 숨긴다. 전지현표 안티히어로가 탄생하는 순간이다. 그렇게 각성한 아신도 말이 없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눈빛이 다르다. 텅빈 눈동자에 복수가 깃든 아신은 '아신전'의 세계로 팬들을 강력하게 몰입하게 만든다. 조선이 한국의 뿌리라는 것을 잊게 할 만큼 조선에 복수를 행하는 아신의 한(恨)을 이해시킨다. 때문에 생긴 '여진족 영웅화'에 대한 논란은 전지현이 연기를 너무 잘해서 빚어진 웃지 못할 일이다. 아신은 선망을 불러일으키는 영웅도 아니고, 극의 비극을 불러오는 너무도 자명한 안티히어로(비영웅적이고 나약하고 소외된 인물로 그려지는 주인공)다. 모든 캐릭터를 달갑게 만드는 전지현 특유의 힘을 다시 한번 증명해낸 셈이다.


전지현, 사진제공=넷플릭스전지현, 사진제공=넷플릭스
활을 든 전지현의 모습도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전지현은 '로코의 여왕'이기 전에 '액션의 여왕'이었다. '암살'에선 총을 쥐고, '블러드'에선 검을 들었다. '도둑들'에선 줄타기만으로 짜릿한 액션을 선보였다. 전지현은 특유의 러블리함에서 발현되는 사랑스런 코믹 연기뿐 아니라 긴박함을 자아내는 액션마저 잘 하는 장르불문의 배우다. 그래서 무기를 든 그의 모습은 늘 태가 났다. 아신으로 활을 든 전지현은 역시나 제법 폼이 났다. 활시위를 저렇게 잘 당기는 배우가 또 있을까하는 감탄사가 나올 정도다. 여진족 터를 향해 벌판을 내달리는 장면에서도 그저 달리기 하나만으로도 액션의 멋을 살리기까지 한다. 김은희 작가가 '아신전' 최고의 장면으로 꼽은 것도 전지현의 벌판신이다.
이렇듯 아신이 전지현이여만 했던 이유는 차고 넘친다. 김은희 작가가 그를 고집했던 이유를 십분 이해하며 "절이 라도 하고싶다"는 말이 괜한 것이 아니었음에 공감한다. "좀비로라도 출연하고 싶었다"며 작품에 대한 열의를 드러냈던 전지현의 욕심과, 매일 운동을 하는 끊임없는 자기관리도 새삼 그가 얼마나 대단한 배우인지를 깨닫게 한다. 전지현이 26년간 사랑받았던데는 다 이유가 있다. 혹독하게 자신을 관리하며 어떤 배역이든 바로 소화할 수 있도록 늘 준비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전지현에게 공백은 무의미하다. 언제든 최고의 모습으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준비가 됐기 때문이다. 4년 만에 모습을 드러낸 전지현이 마치 어제 본 것처럼 반가운 건 변함없는 하이클래스라는 걸 증명해낸 숨은 노력 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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