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LTE 20배 속도"...5G 광고 믿었나? 소비자에 물어본다

머니투데이 세종=유재희 기자 2021.07.30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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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이동통신 3사 최신 단말기 5G 가입 강요행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참여연대는 “이통3사가 점유율 90%에 달하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토대로 최신 고사양 단말기를 5G 전용으로만 출시, 5G요금제 가입을 강제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접수했다. 2021.1.11/뉴스1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회원들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 아름드리홀에서 열린 '이동통신 3사 최신 단말기 5G 가입 강요행위 공정거래위원회 신고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날 참여연대는 “이통3사가 점유율 90%에 달하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토대로 최신 고사양 단말기를 5G 전용으로만 출시, 5G요금제 가입을 강제했다“며 공정위에 신고서를 접수했다. 2021.1.11/뉴스1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이동통신 3사의 5G(5세대 이동통신) 허위·과장 광고 의혹 사건을 조사 중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소비자들이 이 광고들을 얼마나 곧이 곧대로 믿었는지 판단하기 위해 직접 설문조사를 벌인다. 설문조사 방식의 '소비자 오인성 조사'는 대규모 예산이 투입된다는 점 등에서 사안이 중대하거나 관련 소비자층이 방대한 경우에 한해 이례적으로 활용된다.



30일 관련 부처에 따르면 공정위는 "LTE(롱텀에볼루션·4세대 이동통신)보다 20배 빠르다"는 이통 3사의 5G 서비스 광고가 소비자를 속이거나 서비스 기능을 잘못 알게 할 우려가 있는 지 판단하기 위해 소비자 오인성 조사에 착수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조사 결과, 실제 5G의 속도는 지역과 시점에 따라 LTE의 약 1.5~4배 수준에 그쳤다.

당국은 광고의 부당성을 가리기 위해 이통 3사들의 광고가 △거짓·과장성 △소비자 오인성 △공정거래 저해성 등의 요건을 충족하는 지 확인 중이다. 부당한 광고 내용이 소비자의 구매 행동을 부추겼는지가 사건의 핵심 쟁점이기 때문이다.



이 가운데 소비자 오인성 조사의 방식으로 공정위는 현재 5G 서비스를 사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택했다. 통상 예산이 대거 들어가는 설문조사는 사안의 중대성이 클 때 사용된다. 따라서 조사 결과, 소비자 오인성 등 광고의 부당성이 크다는 결과가 나온다면 단순 시정조치가 아닌 과징금 등 높은 수위의 제재가 내려질 수 있다.

그러나 소비자 오인성 조사는 분석 작업 자체가 쉽지 않다. 피조사 기업이 부당광고의 소비자 오인성을 해소하는 시정조치를 취했을 경우 조사 결과가 상당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소비자 오인성 조사는 복잡한 작업"이라며 "만약 부당한 광고를 한 이후 사업자가 적극적으로 광고를 내리고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정보를 통지하는 등 적극적 시정노력을 할 경우 위법성이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조사가 공정위에 신고가 이어지는 이통사의 과장광고 사건의 가늠자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해 참여연대는 이통 3사의 5G 커버리지(가용지역)·속도 관련 광고 총 10여건을 신고했는데, 당국은 이 중 KT와 관련된 내용 1건만 심의하고 이마저도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공정위는 과거에도 이통사의 부당광고에 행정조치를 내린 사례가 있었지만, 제재 수위가 낮았다. 당시 공정위는 KT가 LTE 상품을 광고하면서 일부 지역에서만 구현되는 속도를 전국에서도 가능한 것처럼 광고한 행위에 대해 시정조치를 내렸다.

일각에선 이번 부당광고 조사에서도 거액의 과징금이 부과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 나온다.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표시광고법)에 따르면 공정위는 부당광고 관련 매출액의 2%를 초과해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그러나 이통사 광고는 이에 해당하지 않을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해당 법률에 '매출액을 산정하기 곤란한 경우에 한해 5억원 이하의 정액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통사 부당광고도 이에 속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여기서 '곤란한 경우'에는 부당광고 제품마다 단가가 달라 '매출 규모'가 상이한 경우가 해당한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공정위 심사관이 높은 수위의 과징금을 산정한 안건을 상정해도 위원회에서 이 같은 조항을 고려해 적정 수준으로 과징금을 낮추거나 시정명령으로 돌리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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