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단추 잘못 꿴 '28GHz 5G'…이통3사 6200억은 허공에?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1.07.30 1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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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말 기준 28㎓ 5G 기지국 125개
기지국 구축 이행률은 0.28%
연말까지 4만5000여대 구축 사실상 불가능

(성남=뉴스1) 이동해 기자 = 차정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이 2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5G 밀리미터파(28GHz) 테스트베드 개소식'에서 박물관 가상관람 VR 체험을 하고 있다.  2021.2.23/뉴스1  (성남=뉴스1) 이동해 기자 = 차정훈 중소벤처기업부 창업벤처혁신실장이 23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 스타트업 캠퍼스에서 열린 5G 밀리미터파(28GHz) 테스트베드 개소식'에서 박물관 가상관람 VR 체험을 하고 있다. 2021.2.23/뉴스1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LTE(롱텀에볼루션)보다 이론상 속도가 20배 빨라 '진짜 5G'로 불리는 28GHz 5G 기지국 구축 이행 현황이 여전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연말까지 구축해야 할 기지국은 약 4만5000개에 달하지만, 6월 말 기준 125개에 그쳤다. 이행률로 따지면 0.28%에 불과한 셈이다. 최근 정부와 통신 3사가 28GHz 5G 활성화를 위한 수익모델 찾기에 적극 나서기로 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에 따른 기지국 구축의 어려움으로 하반기에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30일 국민의힘 박성중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 6월말 기준 준공신고된 통신3사의 28GHz 5G 기지국은 모두 125대로 집계됐다. 업체별로 보면 SK텔레콤이 74대로 가장 많고, KT(36대), LG유플러스(15대) 순이다. 이는 앞서 지난 3월말 기준 91대에서 34대가 증가한 수치다. 2분기 중 SK텔레콤이 14대, KT 12대, LG유플러스가 8대의 28GHz 5G 기지국을 추가 구축했다.

연말까지 6개월 남았지만…28GHz 기지국 구축 이행률 0.28%
/사진=박성중 의원실/사진=박성중 의원실
이는 통신3사가 정부에 약속했던 28GHz 5G 기지국 구축 수에 턱없이 못미치는 수준이다. 통신 3사는 지난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로부터 5G 주파수를 할당받으며 올해 연말까지 28GHz 5G 기지국을 4만5215대 구축하기로 했다. △SK텔레콤 1만5215대 △KT 1만5000대 △LG유플러스 1만5000대 등이다.



과기정통부는 내년 28GHz 5G 기지국 구축 이행 점검을 실시한다. 망 구축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전파법에 주파수 할당 취소도 가능하다. 주파수 할당대가 6200억원도 반환되지 않는다.

하지만 사실상 목표 달성은 이미 불가능한 상태다. 지난해 주파수 할당대가 대부분도 회계상 손상처리했다. 약속했던 기지국 구축 계획을 포기한 셈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 사업보고서에서 "28GHz 주파수 이용권은 경영자가 의도하는 방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상태에 도달하지 못했다"며 납입대가 2073억원 중 1860억원을 손상차손으로 인식했다고 했다. KT와 LG유플러스도 각각 1909억원, 1941억원씩 손상차손을 잡았다.

투자가 쉽지 않은 이유는 28GHz 전파 도달거리가 짧아 중간에 조금만 간섭이 생겨도 연결이 끊겨버리는 단점이 있기 때문이다. 28GHz 대역 5G는 손바닥으로 가리기만 해도 품질이 크게 떨어진다. 이 때문에 전국망 구축은 어렵고 야구장, 야외 공연장 등 지형변화가 적으면서 사람들이 한 공간에 밀집되어 있는 특정 지역에서만 B2C(일반 고객)용으로 활용될 수 있다. 주로 B2B용으로 특정 산업단지 내에서 스마트팩토리, 스마트팜, 의료, 로봇 등 분야로 활용될 수 있지만 아직까지 사업모델이 성숙하지 않은 단계다. 초기 주파수 기술에대한 분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수익모델 찾고 있지만…갑자기 다시 터진 코로나19
KT 수원위즈파크에 설치된 28GHz 5G 장비. /사진=KT 공식 유튜브 채널KT 수원위즈파크에 설치된 28GHz 5G 장비. /사진=KT 공식 유튜브 채널
당초 목표한 4만5000여대는 맞추지 못하더라도 올 하반기에는 28GHz 5G 기지국 수가 조금은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지난 6월말 임혜숙 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3사 CEO가 만나 최대한 28GHz 5G 활성화에 나서기로 하면서다. 다만 코로나19가 발목을 잡고 있다.

SK텔레콤은 이달 초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5G 28GHz 시범 서비스를 선보였고, 조만간 잠실야구장, 제주 월드컵경기장로도 범위를 넓힐 예정이다. KT 역시 수원 위즈파크 야구장에 28GHz 5G 기지국 총 19대를 구축 완료했다. 오는 9월에는 콘서트홀인 목동 체임버홀에 4대, 10월까지 수원 칠보체육관에 8대를 추가 구축할 예정이다. LG유플러스 또한 내달 중 부여 정림사지에 28GHz 5G를 활용한 대형 LED 미디어월을 선보인다. 광주 챔피언스필드 야구장과 골프장 등에서도 28GHz를 활용한 경기 중계 및 초고속카메라 촬영 영상 서비스를 실현할 방침이다.

이처럼 주파수 특성상 실증 서비스 장소가 대부분 사람들이 밀집되는 경기장, 콘서트홀 등인데, 최근 확산한 코로나19로 인해 이 조차도 주춤한 상태다. 이달 초 KT는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격상 및 KBO 프로리그 중단에 따라 당초 계획을 취소하고 동영상으로만 해당 서비스를 고객에 소개하기도 했다.

통신 3사는 3G, LTE 주파수 재할당 대가를 최소가격인 3조1700억원에 계속 쓰기 위해서 내년까지 전국에 3.5GHz 무선국도 12만국 이상 깔아야 한다. 지난해 3G, LTE 주파수 재할당 당시 정부가 '5G에 투자한 만큼 3G, LTE 주파수 가격을 깎아주겠다'고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지난 6월말 기준 6만국 가량 구축된 상태이니, 1년 반 만에 6만국을 더 깔아야 하는 셈이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3.5GHz 전국망 조기 구축에 들어가는 투자 비용도 어마어마하다"면서 "우선 28GHz 대역에 대해서는 사업모델을 아직도 많이 찾고 있는 상태지만, 주파수 대역 특성상 밀집된 공간에서 서비스를 해야 하는데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시범서비스도 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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