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도 모르던 기업" 4년만에 2조 투자유치에 '네카라쿠배' 넘본다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7.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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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태욱 야놀자 CTO 인터뷰

엄태욱 야놀자 CTO. /사진=야놀자엄태욱 야놀자 CTO. /사진=야놀자


"글로벌, 테크, 플랫폼 각 영역에서 성공한 기업은 있지만, '글로벌 테크 플랫폼'으로 인정 받은 회사는 야놀자가 국내에서 유일해요. O2O(온·오프 결합)나 OTA(온라인여행에이전시)로 재단하지만, 야놀자 비즈니스는 사실 이 규격을 넘어섰죠."



내로라하는 개발자들 사이에서 최근 '네카라쿠배'와 함께 야놀자의 이름이 대화 주제로 오르내린다.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으로부터 2조원 규모의 초대형 투자를 유치한 야놀자가 개발자만 300명을 모시겠다고 선언하며 IT시장이 요동친다. '이 사람도 지원한다고?'란 말이 나올 만큼 야놀자의 위상이 달라졌다.

'숙박중개앱' 정도로 야놀자를 취급했다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업계에선 여행·여가 사업모델 속 감춰진 야놀자의 IT경쟁력과 돈을 버는 방식을 알면 납득할 수 있단 설명이다. 4년 전 잘 나가던 IT대기업을 나와 '부모님도 알지 못 하던 회사'로 합류한 엄태욱 야놀자 CTO(최고기술개발자)를 만나 야놀자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지난 23일 만난 엄 CTO는 흔히 말하는 엘리트 개발자다. 서울대를 졸업하고 네이버와 엔씨소프트, SK플래닛 등 국내 굴지의 IT 대기업을 거쳤다. 그런데 돌연 2017년 무슨 사업을 하는지도 모를 만큼 인지도 '제로(0)'였던 야놀자에 둥지를 틀었다.

엄 CTO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운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란 개발자 격언이 있다"며 "그러려면 데이터가 바탕이 바탕이 돼야 한다. 야놀자는 여가시장에서 독보적인 데이터를 쌓고, 그간 보지 못했던 서비스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사진=야놀자/사진=야놀자
비즈니스 모델에 한계가 없다는 게 특히 매력적이란 설명이다. 그는 "대부분 플랫폼 기업은 유통, 배달 등 사업영역이 정해져 있지만 '여가'를 다루는 야놀자는 숙박, 레저, 레스토랑·공연, 모빌리티 등 확장성이 크다"며 "팬데믹 리스크에도 사업을 넓히며 흑자를 낸 지난해와 올해는 이 가치를 증명했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그는 O2O나 OTA 플랫폼이 아닌 '글로벌 트래블테크 플랫폼'으로 야놀자를 정의한다. 사업영역부터 수익구조까지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델이란 이유에서다. 엄 CTO는 "사실 야놀자 매출에서 숙박중개 수수료의 비중은 낮다. 오히려 PMS(호텔관리시스템) 분야에서 세계 1위로 B2B 매출이 굉장히 크다"며 "돈을 받고 상품을 중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기 때문에 에이전시(중개업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엄 CTO는 "여행을 하기 전(PRE), 출발(IN), 마치고 돌아온(POST) 모든 과정에서 야놀자를 이용하게 만드는 게 우리 목표"라며 "셀프체크인과 호텔 객실의 불을 켜고 끄는 것까지 야놀자 앱으로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행의 전 과정에 걸친 수직·수평 계열화를 꾀하고 있단 것이다.

공급자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차별화 요소다. 그는 "클라우드 솔루션 시스템으로 호텔 등 파트너들이 들일 비용을 줄이며 운영효율을 높였다"며 "수기 장부를 기입하는 곳이 많을 정도로 디지털전환에 뒤처진 여행산업 전반을 혁신하는 것인데, IT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렇게 3차원적으로 접근하는 여행기업은 야놀자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엄태욱 야놀자 CTO. /사진=야놀자엄태욱 야놀자 CTO. /사진=야놀자
초대형 투자유치 배경도 이 지점에 있단 진단이다. 그는 "AI(인공지능), 알고리즘 등이 중요하다고 하지만 결국 플랫폼 회사의 경쟁력은 이를 실현하는 원재료인 데이터에 있다"며 "이 시장에서 야놀자는 누구와도 데이터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드웨어 솔루션과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알고리즘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곳은 야놀자 뿐"이라며 "투자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투자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놀자는 적극적인 R&D 투자로 IT경쟁력을 강화한단 계획이다. 엄 CTO는 "국내외 1500명의 야놀자 직원 중 개발인력이 600여명으로 40%가 넘는 규모인데 이를 더욱 늘려 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300명의 개발자 채용 계획을 세웠지만, 능력있는 사람이 온다면 1000명도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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