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욱 야놀자 CTO. /사진=야놀자
'숙박중개앱' 정도로 야놀자를 취급했다면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업계에선 여행·여가 사업모델 속 감춰진 야놀자의 IT경쟁력과 돈을 버는 방식을 알면 납득할 수 있단 설명이다. 4년 전 잘 나가던 IT대기업을 나와 '부모님도 알지 못 하던 회사'로 합류한 엄태욱 야놀자 CTO(최고기술개발자)를 만나 야놀자의 비전에 대해 물었다.
엄 CTO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먹어치운다(Software is eating the world)'란 개발자 격언이 있다"며 "그러려면 데이터가 바탕이 바탕이 돼야 한다. 야놀자는 여가시장에서 독보적인 데이터를 쌓고, 그간 보지 못했던 서비스를 생산한다는 점에서 흥미로웠다"고 말했다.
/사진=야놀자
그는 O2O나 OTA 플랫폼이 아닌 '글로벌 트래블테크 플랫폼'으로 야놀자를 정의한다. 사업영역부터 수익구조까지 기존에 보지 못했던 새로운 모델이란 이유에서다. 엄 CTO는 "사실 야놀자 매출에서 숙박중개 수수료의 비중은 낮다. 오히려 PMS(호텔관리시스템) 분야에서 세계 1위로 B2B 매출이 굉장히 크다"며 "돈을 받고 상품을 중개하는 데서 끝나지 않기 때문에 에이전시(중개업체)라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엄 CTO는 "여행을 하기 전(PRE), 출발(IN), 마치고 돌아온(POST) 모든 과정에서 야놀자를 이용하게 만드는 게 우리 목표"라며 "셀프체크인과 호텔 객실의 불을 켜고 끄는 것까지 야놀자 앱으로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를 만드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여행의 전 과정에 걸친 수직·수평 계열화를 꾀하고 있단 것이다.
공급자를 위한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차별화 요소다. 그는 "클라우드 솔루션 시스템으로 호텔 등 파트너들이 들일 비용을 줄이며 운영효율을 높였다"며 "수기 장부를 기입하는 곳이 많을 정도로 디지털전환에 뒤처진 여행산업 전반을 혁신하는 것인데, IT경쟁력을 바탕으로 이렇게 3차원적으로 접근하는 여행기업은 야놀자가 유일하다"고 말했다.
엄태욱 야놀자 CTO. /사진=야놀자
그러면서 "데이터를 바탕으로 하드웨어 솔루션과 소프트웨어 서비스를 동시에 제공하고, 알고리즘을 만드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한 곳은 야놀자 뿐"이라며 "투자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런 관점에서 보면 투자를 안할래야 안할 수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야놀자는 적극적인 R&D 투자로 IT경쟁력을 강화한단 계획이다. 엄 CTO는 "국내외 1500명의 야놀자 직원 중 개발인력이 600여명으로 40%가 넘는 규모인데 이를 더욱 늘려 AI, 블록체인, 사물인터넷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300명의 개발자 채용 계획을 세웠지만, 능력있는 사람이 온다면 1000명도 뽑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