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제공=티빙
쉽게 이뤄지지 않거나 이룰 수 없는, 바라고 원하는 것을 지칭하기에 ‘빌다’라는 동사와 함께 쓰이는 단어 ‘소원’. 여기에는 ‘염원’이나 ‘숙원’에서 느껴지는 무게감은 덜하지만, 그만큼의 간절함이 더해진 듯하다. 그래서인지 ‘OO을 하면 소원이 이뤄지는’ 이야기는 다양한 변주를 거쳐 수많은 이야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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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한 눈빛으로 마녀식당을 찾은 남자(이규형)의 드라마는 시작된다. 홀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그는 지인의 말에 속아 전 재산을 잃었노라 고백한다. 로또 1등만 되면 좋은 아빠가 될 수 있을 것이란 꿈을 꾸는 남자에게 마녀 조희라(송지효)는 인간의 욕심으로 만든 푸아그라를 대접한다. 남자는 눈을 번뜩이며 허겁지겁 음식을 먹어 치우고, 얼마 후 그의 소원은 현실이 된다. 당첨된 복권을 손에 쥔 남자는 급하게 하우스로 차를 몰지만, 출발과 함께 그는 눈을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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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무언가가 이뤄진다는 눈앞의 달콤함에 취한 남자에게 이에 따르는 혹독한 대가가 있다는 조건이 들릴 리 만무하다. 그런 그의 눈빛이 마음에 들었던 마녀는 확실하게 대가를 챙긴다. 도박으로 자신은 물론 두 아이까지 어둠으로 몰아넣은 아비는 제 손에 당장 쥐어질 돈만 생각하다 어떤 것을 내놔야 할지 모르는 무시무시한 도박에 자신을 내던진 것이다.
이 남자를 끝으로 앞선 식당을 정리한 마녀는 악재가 겹친 정진(남지현)을 찾아간다. 어렵게 이직한 회사에서 부당한 대우도 참아가며 일하던 진은 얼토당토않은 이유로 해고 통보를 받고, 어머니와 인수한 가게는 사기로 빚만 불리게 생겼다. 마녀는 진에게 제 정체를 공개하고 가게 인수 의사를 밝힌다. 이에 더해 진의 소원도 들어주겠다고 한다. 사기꾼에게 복수를 꿈꾸던 진은 소원의 대가도 확인하지 않은 채 마녀가 내어준 복수의 핏빛 스테이크를 먹고, 얼마 뒤 사기꾼의 사망 소식을 듣는다. 제가 바랐던 복수가 상대방의 죽음으로 돌아오자 진은 크게 당황한다. 이후 마녀와 동업자가 된 그는 식당을 찾는 손님들에게 ‘소원을 쉽게 생각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극중 송지효가 연기하는 조희라는 음식을 통해 누군가의 소원을 이뤄주는 마녀다. 이 외의 정보는 어떤 것도 공개되지 않은 미스터리한 인물이기도 하다. 치렁치렁한 드레스와 길고 뾰족한 손톱, 짙은 화장과 음산한 분위기가 마녀라는 그의 정체성을 다시 한번 확인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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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작품에서 마녀는 ‘악’을 상징하지만, ‘마녀식당’ 희라는 누군가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존재한다. 도깨비와 결이 같은 마녀라니, 한국형 마녀의 탄생이다. 여기에 마녀식당을 찾는 손님들은 로또 1등, 복수 외에도 긴 취업난에 지쳐 고정된 자신의 자리를 바라고, 꿈도 사랑도 풍족했던 과거를 곱씹으며 떠난 연인이 돌아오길 바란다. 누구라도 한 번쯤은 떠올려봤을 법한 소원들은 이 드라마가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임을 보여준다. 소원을 이룬 이들이 치르는 대가가 다른 이들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 희라가 만드는 음식의 재료로 쓰이는 것은 환상적이면서도 인간적인 설정이다.
‘마녀식당’에는 마녀의 화려함과 그로테스크한 그의 공간, 매 화 부제와 연결되는 마녀의 요리까지 눈을 즐겁게 하는 요소가 가득하다. 가끔 섬뜩한 느낌도 들지만, 생각의 꼬리를 물게 만드는 대사와 따뜻한 조언이 어우러져 상반된 매력을 선사한다. 사회에서 치이고 지친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