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와 '2인 3각'…'유럽의 심장'으로 성장
이 같은 유럽시장 직판 공략은 2010년부터 헝가리에 터를 잡고 사실상 유럽 판매를 아우른 셀트리온헬스케어 헝가리법인이 축적한 영업 노하우와 네트워크가 발판이 됐다. 사실 그 동안 셀트리온그룹의 고속성장 과정에서 유럽 판매 교두보로 올라선 헝가리법인의 약진에 의혹을 던지는 시선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헝가리법인이 위치한 곳이 유럽의 '변방'아니냐는 점이 의혹 가운데 하나로 제기됐다. 유럽 허브를 후미진 곳에 마련해 재고를 쌓아 두고 매출채권을 통해 매출을 왜곡시키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었다.
그러나 매분기마다 글로벌 빅4 회계법인인 E&Y가 헝가리법인에 대한 검토 및 감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그 결과를 매년 헝가리 공시 사이트에 게시하는 등 법인 운영에 대한 정보를 시장에 투명하게 전달하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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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법인이 자리잡은 헝가리 역시 '유럽의 변방'이 아니었다. 세계 최저 수준의 법인세율(9%)을 운용하는 헝가리는 유럽에서 기업활동을 펼치기 가장 좋은 국가 중 하나다. 기업은 투자를 실시한 당해년도 또는 차년도에 최대 80% 세금 감면을 신청할 수도 있다. 독일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과 인접한 지리적 조건 덕에 물류에도 강점을 갖는다. BMW,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 등 글로벌 완성차 기업은 물론, SK이노베이션과 삼성SDI 등 한국 전기차배터리 기업도 이 곳에 유럽 교두보를 마련한 이유다.
이 곳에서 셀트리온헬스케어 헝가리 법인이 거둔 성과는 헝가리 정부와의 신뢰 강화로 연결됐다. 코트라에 따르면 지난해 헝가리가 수입한 한국 의약품 가운데 셀트리온헬스케어 의약품 규모는 9억9000만 달러(약1조1400억원)으로 무려 97.4%의 비중을 차지했다. 이는 이 기간 헝가리에 수입되는 한국 제품 전체의 약 4분의 1 수준이기도 하다. 성과를 바탕으로 한 신뢰 강화는 헝가리법인이 더 높이 도약할 발판이 됐다. 2019년 KDB 산업은행 주관으로 헝가리 현지 은행들은 셀트리온헬스케어에 약 1000억원 규모 투자를 결정하기도 했다.
램시마·트룩시마·허쥬마 1.7조원 현금화 성과, 제 2의 도약 노린다
아울러 2018~2020년 헝가리법인의 연 평균 재고회전일수(램시마IV, 트룩시마, 허쥬마 기준)는 248일(산출 산식: 매출원가/평균재고)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재고자산이 평균적으로 248일 정도면 판매가 완료돼 창고에서 빠져나갔다는 뜻이다. 블룸버그에 공개된 기업 정보에 따르면 글로벌 대형 제약·바이오사 화이자와 암젠, 일라이릴리 등의 재고회전일수는 222~239일 정도. 헝가리법인의 재고관리 효율성이 이제 이들 글로벌 핵심 주자들에 버금가는 셈이다.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셀트리온은 램시마(2013년)와 트룩시마(2017년), 허쥬마(2018년) 등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3각편대를 유럽시장 전역에 출시했는데, 올 1분기 기준 글로벌의약품 시장조사기관 IQVIA(아이큐비아)에 따르면 램시마 52%, 트룩시마 38%, 허쥬마 15%로 3제품 모두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미 유럽 각 의료기관에서 실제 처방을 통해 제품의 우수성이 입증된 상태였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 3각 편대의 현지 수출 허브인 헝가리법인의 실적이 변변치 못했다면 오히려 그것이 더 이상한 일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이 같은 헝가리 10년 성과를 토대로 제2의 도약을 준비한다는 목표다. 우선 이미 성과를 내기 시작한 유럽 직접판매 체제를 공고히 하겠다는 포부다. 지금까지 유럽 각 지역 파트너사들을 통해 의약품을 판매하던 간접판매 구조에서 신규 제품부터는 회사가 직접 판매를 맡는 체제로 전환한다는 것. 개선된 유통 구조를 통해 더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있다.
셀트리온헬스케어 관계자는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렉키로나의 글로벌 임상3상이 루마니아 등 동유럽에서도 진행됐는데, 헝가리법인이 임상 지원을 담당했다"며 "앞으로 기존의 판매·유통 업무를 넘어 그룹 의약품의 유럽 임상을 주도하는 임상 허브 역할도 담당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