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에겐 1등 플랫폼…왜 카뱅에 혹독한 리포트 쏟아질까?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1.07.29 0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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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에겐 1등 플랫폼…왜 카뱅에 혹독한 리포트 쏟아질까?


카카오뱅크 청약 뿐 아니라 고평가 논란 자체도 관심사였다. 상장을 앞둔 공모주로서는 이례적으로 증권가의 부정적인 리포트가 쏟아지면서다.



증권가의 평가와는 다르게 수요예측과 청약에서는 흥행을 거두면서 애널리스트들과 투자자들 사이 인식차가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일반 청약 통합 경쟁률은 182.7대 1을 기록했다.



청약증거금은 58조3020억원으로, 지난해와 올해 공모주 열풍을 불러일으킨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80조9017억원)와 SK바이오사이언스(63조6198억원), 카카오게임즈(58조5543억원)등 에 이어 역대 5위를 기록했다.

신기록 경신에는 실패했지만 중복 청약이 불가능해진 점을 고려하면 선방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공모주 청약에 이르기까지 과정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지난해와 올해 대어급 공모주를 통틀어도 카카오뱅크는 고평가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특히 청약 첫날이었던 지난 26일에는 이례적으로 카카오뱅크를 향한 '매도' 리포트가 나왔다. BNK투자증권은 카카오뱅크의 목표가를 공모가(3만9000원)보다 38% 낮은 2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이 리포트는 '카카오뱅크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공모주 청약 자제', '장외가 34조원은 어이없는 수준', '장외시장 가격은 카카오뱅크 시총 형성에 비교할 가치도 없다'는 등 공격적인 어휘로 화제가 됐다. 해당 리포트는 논란 끝에 금융정보 제공 사이트 에프앤가이드에서 내려진 상황이다. 증권사 홈페이지에서는 조회할 수 있다.

유독 카카오뱅크가 '비싸다'는 증권가 리포트는 그전부터 많았다. 메리츠증권은 카카오뱅크의 적정 기업가치를 공모가 하단(3만3000원)에 해당하는 15조5000억원으로 추산했다. 유안타증권도 카카오뱅크의 공모가가 과도하게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공모가 범위는 ROE(자기자본이익률) 대비 과도한 수준"이라며 "기대했던 여신 점유율이 과도했다는 점에 대한 실망감이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공모주 상장 이전부터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이 부정적인 평가를 쏟아내는 경우는 많지 않다. 올해 5월 상장한 SKIET만 하더라도 증권가는 공모가(10만5000원) 대비 40~70% 높은 수준을 적정주가로 제시했다. 상장 당일 유안타증권이 적정주가로 10만~16만원을 제시해 주목을 받았으나, 이마저도 공모가와 비슷하거나 웃도는 수준이다.

당시 해당 리포트는 가장 보수적인 적정주가로 4만원~7만원을 제시하긴 했으나, 이는 전고체전지 도입이 확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2027~2028년을 기준으로 추산한 주가다.

하이브(구 빅히트}의 경우에도 지난해 상장 당시 고평가 논란이 일었지만, 증권가 리포트는 긍정적이었다. 하이브 상장 이전에 증권가들이 제시한 목표가는 16만~29만6000원이다. 공모가(13만5000원)보다 적게는 19%, 많게는 119% 높다.

카카오뱅크에게 박한 증권가 평가는 뜨거운 투자 열기와는 상반된다. 카카오뱅크의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경쟁률은 1732.83대 1로, 역대 코스피 공모주 가운데 두번째로 높았다. 수요예측 주문 규모는 2585조원으로, 역대 최대였다.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모두가 공모가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했다.

이러한 괴리의 배경으로는 공모주 투자자들과 은행 애널리스트들 사이의 시각차가 꼽힌다. 은행 등 금융 섹터는 다른 섹터보다도 상당히 보수적으로 알려져 있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은행 섹터의 경우 전통적으로 방어적인 성향이 강하다 보니 업종 애널리스트들도 보수적인 편"이라며 "무형자산에 대한 평가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은행업과 플랫폼업 사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주가 변동 폭이 크지 않고 방어주로 꼽히는 은행업을 오랫동안 분석해온 애널리스트에게는 카카오뱅크가 비싸게 보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투자자들은 투자심리나 수급, 카카오라는 브랜드 가치 등을 고려하는 만큼 평가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한 기관투자자는 "은행 업종 애널리스트가 카카오뱅크가 비싸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도 "살 사람은 많은데 팔 사람은 없는 수급 이슈를 고려한다면 상승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경준 혁신투자자문 대표는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은 아무래도 PBR(주가순자산비율)이나 은행 대출, 신용지수 등 데이터 위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공모주 투자자들은 계량적 수치뿐만 아니라 트렌드나 투자심리 등을 고려하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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