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더나 공급 문제, 해외선 이미 여러 번…왜 되풀이 되나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2021.07.28 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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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더나 코로나19(COVID-19) 백신 공급 차질이 '4차 대유행' 저지를 위한 '접종 속도전'이 절실한 가운데 불거졌다. 제약·바이오업계에서는 의약품 대량 생산·유통 경험이 일천한 모더나의 전 세계 서플라이체인(연쇄 생산·공급망) 구조 상 언제든 발생 가능한 일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미 해외에서도 우리와 비슷한 모더나발 공급 차질이 수차례 빚어진 상태였다. 국내 공급은 일단 다음주 재개되지만 앞으로도 비슷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모더나발 공급차질, 한국·일본·캐나다 모두 겪었다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30세 미만 상급종합병원 의료인 등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모더나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1.6.14/뉴스1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30세 미만 상급종합병원 의료인 등을 대상으로 한 코로나19 모더나 백신 접종이 시작된 21일 서울 서초구 서울성모병원에서 의료진이 모더나 백신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1.6.14/뉴스1


28일 김부겸 국무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주재한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모더나 측은 다소 차질이 있었던 백신공급을 다음 주부터 재개하기로 했다"며 "(이와 관련)전일 밤 정부는 모더나 측과 고위급 영상회의를 개최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6일부터 불거진 모더나 공급차질 관련 문제는 일단락된 양상이다. 26일 중앙방역대책본부 정례 브리핑에서 "모더나 측에서 생산 관련 이슈가 있다고 통보를 해왔다"는 방역당국자 발언이 나왔고, 27일 같은 브리핑에서 "7월말 (국내) 공급 예정 물량이 8월로 조정됐다"는 언급이 나왔다. 이어 모더나가 이메일 성명을 통해 "최근 해외 생산협력사 실험실 시험 작업에서 문제가 발생했다"며 "향후 2~4주 동안 미국 이외 다른 국가로의 코로나19 백신 공급 일정이 단기적으로 조정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총리 발언에 따라 모더나 생산 문제에 따른 국내 공급 지연은 일단 8월 첫 주인 다음 주 해소되는 셈이다. 김 총리는 "(모더나 공급 다음주 재개에 따라)국민들께서 안심하고 예방접종에 참여하실 수 있도록 8월 접종계획을 구체화해 오는 30일 발표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모더나 공급 문제가 이번이 끝일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이미 국내에서도 비슷한 문제를 겪었다. 이달 셋째 주 공급하기로 한 모더나 물량이 품질검사 또는 배송문제로 연기됐고 이 때문에 모더나 백신을 접종하게 돼 있던 50대 접종 일정도 약 1주일 연기됐다.

해외에서는 우리보다 앞서 모더나는 공급 문제를 경험했다. 모더나는 지난 4월 유럽 지역 서플라이체인 문제 때문에 영국과 캐나다 등 미국 외 국가로의 백신 공급이 부족해질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고 캐나다는 실제 지난 6월까지 받기로 한 약 5000만회 분 물량중 4000만회만 공급하겠다는 통보를 받았다. 공급 차질은 일본도 예외가 아니었다. 당초 지난 6월까지 모더나로부터 4000만회를 공급받기로 돼 있었지만 이 기간 실제 공급된 물량은 1370만회에 그친 것으로 전해졌다.

불안한 모더나 서플라이 체인, "이번이 끝 아닐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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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한국도 겪기 시작한 모더나발 공급 차질은 이미 오래 전 부터 예견됐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의약품 대규모 생산 경험 자체가 없는 모더나가 전 세계적 생산·공급망을 초고속으로 갖춰 관리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은 올해 초부터 제기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모더나는 지난해 전 세계적 코로나19 확산 전까지 창업자를 제외하고 직원수가 '제로'였던 무명의 미국 바이오벤처였다.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자금이 투입돼 10개월만에 코로나19 mRNA(메신저RNA) 백신 개발을 끝냈지만 대량 생산과 관리, 유통은 다른 문제였다는 것. 이 관계자는 "생산·유통 경험이 풍부한 대형 제약사 화이자의 mRNA 백신의 경우 공급차질 이슈가 상대적으로 없다는 점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서플라이체인이 전 세계에 흩어져 있어 통합 관리가 어려운 데다 한 곳에서 문제가 생겨도 연쇄적 생산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는 점도 거론됐다. 모더나 백신 생산의 핵심인 원액은 스위스 론자가 생산하는데 스위스와 미국 등에서 생산된 주 원료를 공급받는다. 백신의 핵심 전달 물질인 LNP(지질나노입자)는 독일 코튼파마로부터 공수한다. 이렇게 만든 원액은 미국 캐털란트와 스페인 로비, 프랑스 레시팜 등으로 전달돼 바이알(보관용유리용기)에 넣어 최종상품으로 만든다. 오는 3분기 부터는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이 같은 모더나 서플라이 체인의 바이알 충전 과정을 맡는다.

최근 한국이 겪은 모더발 공급차질도 이 같은 구조적 문제가 원인이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도입 물량은 스위스 론자가 생산한 원액을 스페인 로비가 병입한 것인데, 아직 원액이나 병입 공정 중 어디서 차질이 발생했는지는 구체적으로 공개되지 않은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당장 전 세계적 백신 수요가 공급을 넘어서는 상태로 재고없이 생산물량이 바로 배송되는 구조"라며 "시간이 흐를수록 생산·공급망은 점차 안정화되겠지만 지금은 글로벌 생산 시스템 중 어느 하나에서라도 작은 문제가 발생하면 곧바로 공급차질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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