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쟤 누구야?"했던 88순위 무명 투수, 토종 10승 보물이 됐다

스타뉴스 수원=한동훈 기자 2021.07.28 0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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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wiz 배제성. /사진 kt wizkt wiz 배제성. /사진 kt wiz


"경기 안 보십니까?"

"어제 와서 누가 누군지도 모른다. 회사 이야기나 하자."



2018년 10월, 이강철(55) 감독은 KT 신임 사령탑으로 선임되고 이튿날 바로 마무리캠프에 합류했다. KT는 일본 구단과 연습경기 중이었다. 이 감독은 프런트 A차장을 관중석으로 불렀다.

A는 다소 의아했다. 이 감독은 경기에 큰 관심이 없어 보였다. A는 관중석을 거닐며 구단 분위기나 살림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했다.



한 시간이 지났을 무렵, 뒷짐을 지고 걷던 이 감독이 팔짱을 끼면서 멈춰섰다. 마운드에 시선을 고정했다.

"쟤 누구야?"

"아... 롯데에서 거의 후순위에 뽑힌 친구인데 작년에 트레이드로 데려왔습니다. 공은 빠른데 1군 2군 왔다갔다 합니다."


"올해 몇 경기 나왔는데?"

"10경기도 안 나왔습니다."

"우타자 몸쪽에 결정구 던지는 거 봐바. 쟤를 써야지."

2015 신인드래프트 9라운드 전체 88순위에 뽑힌 배제성(25)이었다. 이강철 감독은 그 투구를 잠깐 보고 배제성을 2019 1군 스프링캠프 명단에 넣었다. 배제성의 당시 1군 통산 성적은 24경기 36이닝 평균자책점 7.75에 불과했다.

이강철 감독은 배제성을 처음 본 날을 정확히 기억했다. 이 감독은 "쟤(배제성)랑 (김)민수는 무조건 써야겠다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고 돌아봤다. 이 감독은 "타점이 좋았고 변화구 각이 엄청 컸다. 지금은 아주 베테랑이 다 됐다"며 기분 좋게 웃었다.

배제성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 투피치로 10승 투수가 됐다. 이 감독은 "제성이가 똑똑한 것"이라 칭찬하면서도 체인지업을 추가하면 훨씬 편할 것이라 전망했다. 이 감독은 "지금은 패스트볼과 슬라이더에 집중하면 된다. 그러다가 점수 차에 여유가 있을 때 써보면 된다. 그렇게 자기 것을 만드는 것이다. (구종이)하나 더 있으면 경기 풀기가 정말 편하다"고 조언했다.

배제성은 패전처리로 2019시즌을 시작했다. 5월 5일 한화전이 터닝포인트였다. 2-6으로 뒤진 5회에 구원 등판해 9회까지 실점 없이 경기를 책임졌다. 이를 계기로 선발로 승격했다. 배제성은 그해 10승 10패, KT 창단 첫 토종 10승 투수가 됐다. 2020년 10승 7패, 올해도 전반기까지 6승 4패다. 최근 3시즌 KT의 에이스는 바로 배제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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