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 혁신벤처기업 투자 열 배 늘리자

머니투데이 김영덕 센터장 2021.08.01 17:50
글자크기

[UFO칼럼]김영덕 디캠프·프론트원 센터장

김영덕 디캠프·프론트원 센터장/사진=김휘선기자김영덕 디캠프·프론트원 센터장/사진=김휘선기자


삼성, 현대, LG 등 대기업도 1970년 대에 해외시장에서는 별 볼일 없는 고만고만한 기업이었다. 70년대초 10대 재벌의 비중은 전체 기업의 5% 정도였는데, 5년만에 2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우리 수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전자산업 부문은 80년대 초 900억원에서 3~4년 만에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산업화 시대에 대기업은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성장했고 세계적인 기업이 됐다. 국가대표 엘리트 스포츠처럼 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있었고, 우수한 인재를 끌어 모으며 성공한 것이다. 그 대기업들을 선봉으로 수많은 기업들이 제품을 수출해서 기적 같은 경제 성장을 이뤄냈다. 이제는 혁신 벤처기업(스타트업)이 그 시대 대기업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

스타트업은 국내 시장에서 그 실력을 입증했다. 네이버, 카카오 같은 1세대 혁신 벤처기업에 이어 쿠팡, 배달의 민족, 마켓컬리, 야놀자 등이 혁신적인 사업모델과 빠른 실행력으로 대기업이 장악했던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기술 기반, 바이오, 게임, 콘텐츠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자본과 인재가 몰리면서 더 밝은 미래를 예약하고 있다. 한마디로 스타트업이 대세다. 미국의 FAANG(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이 미국과 세계 경제를 선도하는 것처럼 한국에서는 네카라쿠배(네이버, 카카오, 라인플러스, 쿠팡, 배달의 민족) 같은 혁신 벤처기업이 한국 경제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청와대 초청 경제인 모임에서 대기업 총수들 옆으로 어색하게 서있는 벤처 기업인을 보면 우리 수준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성공 창업자를 재벌기업 총수들의 들러리처럼 대우해서다. 대통령도 대기업 총수들에게 경제와 고용을 부탁하는 30년전 방식을 계속하고 있다. 이제는 네카라쿠배 같은 대표 벤처기업, 대표 스타트업을 예우를 다해 만나고, 그들의 아이디어를 통해 한국 경제의 미래를 설계해야 한다. 혁신 벤처기업을 한국 경제의 주역으로 인정하고 위상에 걸맞게 대우해야 한다. 경제정책도 스타트업 중심으로 변화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스타트업이 세계로 나아가 경쟁할 수 있도록 투자와 지원을 대폭 늘려야 한다. 벤처 투자와 지원이 2016년 2조1503억원에서 2020년 4조3045억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지만 여전히 부족하다. 세계로 나아가 경쟁하려면 과감하고 파격적인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생색내기 정책이 아니라 과거 대기업에 지원했던 것처럼 10배 이상 더 투자해야 한다. 2~3년 내에 10조원 이상, 5년 이내에 30조~40조원의 투자가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기관도 전문화하고 글로벌화해야 한다. 코트라, 무역협회, 수출입은행은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민·관·금융 기관이었다. 혁신 벤처기업의 육성과 해외 진출을 위해서도 전문기관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중심으로 벤처투자사, 공공기관, 지자체 등이 입체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한다. 특히 국내 벤처투자사들이 해외 벤처에 투자하면서 해외 벤처투자 생태계에 자리를 잡아야 한다. 이를 위해 해외 투자가 가능하도록 투자 제한을 풀어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또한 지원 기관의 인재를 제대로 대우하고 육성해야 한다. 스타트업 지원 기관 인력을 대부분 외주, 계약직으로 고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계약직에게 사명감과 전문성을 기대하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않아야 한다. 앞으로 10년 이상 지속해야 할 일이니 제대로 대우해 주면서 인재를 영입하고 전문가를 키워야 한다.

혁신 스타트업, 벤처기업은 한국 경제의 미래다. 창업자를 잘 대접해서 기를 살려줘야 한다. 스타트업에 열 배 많은 투자와 전문성을 갖춘 지원이 뒷받침 된다면 1인당 국내총생산(GDP) 5만불 시대를 10년 안에 만들 수 있을 것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