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온 백신 13%뿐, 모더나도 문제…"11월 집단면역 불가능"

머니투데이 박다영 기자 2021.07.27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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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온 백신 13%뿐, 모더나도 문제…"11월 집단면역 불가능"


코로나19(COVID-19) 모더나 백신 도입에 차질이 빚어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비지니스 경험이 없는 바이오 벤처가 생산 역량을 고려하지 못해 벌어진 해프닝으로, '예견됐던 일'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올 3~4분기에 1억명분의 백신을 들여오겠다던 당국의 계획에도 빨간불이 켜켰다. 현재까지 도입된 백신 물량은 약 1300만명분에 불과해 오는 11월 집단면역을 형성하는 정부의 목표도 달성하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집단면역 형성' 전략을 새로 짜야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에서 "모더나 측이 생산차질 문제로 공급일정 조정이 불가피하다고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정은영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백신도입사무국장은 이날 오후 충북 오송 질병청에서 열린 코로나19 정례브리핑에서 모더나 백신 도입 연기에 대해 "모더나에 따르면 제조 공정상 문제"며 "해당 문제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도입된 모더나 백신 물량 2.9%…"원료 부족 현상으로 추측"
지난해 12월 문재인 대통령은 스텐판 반셀 모더나 최고경영자(CEO)와 화상통화를 해 올해 2분기부터 2000만명분(4000만회분)의 백신을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이날 기준 오는 8월 말까지 국내에 도입되는 모더나 백신 물량은 3%가 채 되지 않는 57만6000명분(115만2000회분)이다. 국내에 도입하기로 한 코로나19 백신은 총 1억명이 접종받을 수 있는 물량이다. 이중 오는 8월 말까지 들어오는 물량은 13% 정도다.

국내 관련 업계에서는 모더나 백신의 원료 부족에서 이런 현상이 빚어진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국내 도입 예정이었던 모더나 백신은 스위스 론자에서 원료의약품(DS)을 생산하고 이 원액을 공급받아 라벨을 붙이고 뚜껑을 씌우는 완제의약품(DP) 생산을 스페인 로비에서 맡는다.

현재 모더나 백신의 DS를 생산하는 곳은 론자 뿐인데 DP는 미국 캐털란트, 프랑스 레시팜, 스페인 로비가 맡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도 3분기부터 모더나 백신의 DP 생산을 담당하기로 했다. DP 생산 업체가 다수라 여유가 있는 만큼 국내 관련 업계에서는 전 세계 각국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mRNA(메신저리보핵산) 백신 생산의 핵심 기술이 포함된 DS의 원료가 부족한 것 아니냐고 추측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DP 생산 관련 계약을 체결해 생산역량을 일부 확보한 만큼 DS 원료 부족 문제가 빚어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예상한다"며 "전 세계적으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공급이 생산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백신에 전 세계의 수요가 몰리면서 생산 경험이 부족한 모더나가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화이자의 경우에는 모더나보다는 원활하게 공급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에 원료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바이오 벤처의 생산 역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문가들 "11월 집단면역 형성은 불가능할 것"

전 세계에서 수요가 쏠리면서 생산 문제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는데, 우리 정부가 우선 순위에서 밀린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다른 관계자는 "전 세계에서 주문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생산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예견된 현상이었다"며 "우리 나라가 우선순위에서 밀린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는 우리나라만 공급 일정이 늦춰진 것은 아니라고 일축했다. 이날 정은영 중앙사고수습본부 백신도입사무국장은 "생산 관련 이슈는 우리나라에만 적용된 것은 아니고 해당 제조소 생산분을 공급받는 국가들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문제"라고 했다.

모더나 백신 도입이 지연되면서 접종 계획은 변경될 수밖에 없다. 일정 연기나 백신 종류 조정이 불가피하다. 당초 모더나 백신을 접종받기로 했던 55~59세는 다음 달 7일까지 접종을 완료하기로 했는데 이 시점은 1주일 뒤인 다음달 14일로 늦춰졌다. 접종 백신에는 화이자가 추가됐다. 50~54세 접종 시점도 다음달 9일에서 16일로 1주일이 밀렸다. 8월 접종계획도 줄줄이 밀릴 수 있다.

정부는 오는 9월까지 3600만 명 1차 접종 완료, 11월까지 2차 접종를 완료해 집단면역을 형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전문가들은 이 목표 역시 달성이 어렵다고 전망한다.

마상혁 대한백신학회 부회장은 "현재 상황에서 오는 11월까지 당초 정부가 세웠던 집단면역 형성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일정이 지연되거나 늦어지면서 목표 접종률을 낮추는 방안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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