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일 경찰에 적발된 서울 서초구의 한 유흥주점 내부 /사진=서초경찰서 제공
서울에서 유흥주점을 운영 중인 정모씨는 최근 몰래 영업 중인 다른 유흥업소들을 보며 이런 생각을 한다고 한다. 정씨는 "여성 종업원들 커뮤니티 등에 들어가 보면 몰래 영업을 내걸고 구인을 하는 곳들을 여전히 쉽게 찾을 수 있다"며 "단속이 뜬다는 등의 정보가 미리 공유되니 신고가 되지 않는 이상 잡히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20일째 1000명대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의 일부 유흥업소의 불법영업이 이어지고 있다. 문 앞에 감시카메라를 설치하고, 예약 형태로 손님을 받는 등 경찰의 단속을 피해 꼼수 영업을 하는 식이다.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는 '라운지 바'를 사실상 클럽 형태로 운영을 하는 곳들도 있다.
지난 20일 오후 10시50분쯤엔 룸 형태로 운영되던 강남구 삼성동의 한 유흥주점이 경찰에 적발됐다. 경찰이 단속을 나온 것을 안 이 업소는 문을 걸어 잠그고 종업원과 손님 34명을 도주시켰다.
같은 날 서초구에서도 몰래 영업하던 업소가 경찰에게 덜미를 잡혔다. 이들은 멤버십 형태로 예약 손님을 입장시켜 술을 마시고 유흥을 즐기게 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장소 옮기며 영업…앞에 정보원 심기도 해
지난 20일 소방 인력이 서울 강남의 한 유흥주점 문을 강제 개방하고 있다 /사진=강남경찰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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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메뚜기 영업'이다. 유흥업소들은 하루 단위로 세를 내는 '일세'를 계약하고, 장소를 옮겨가면 손님을 받고 있다. A씨는 "집합금지 기간이 길어지며 벌금을 내더라도 운영하고 말지라는 마음을 가진 이들도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밤, 새벽에만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 지난 24일엔 대낮에 강남에서 무허가로 유흥주점을 운영하던 업소 관리자와 종업원, 손님 등 52명이 경찰에 붙잡혔다. 일반음식점으로 등록됐지만 1층과 2층 각 룸에선 여러 명이 모여 술을 마시며 유흥을 즐기고 있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지난 3주간(7월3일~7월25일) 전국에서 불법으로 유흥주점 등을 운영하다 단속된 사례는 319건에 달한다. 적발된 인원만 2004명이다. 최근 일주일(7월19일~7월25일)만 놓고 보면 104건에 539명이 적발됐다.
일반음식점으로 분류되는 '라운지 바'를 클럽 형태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고 한다. 일반음식점은 노래를 부르거나 춤을 추는 행위가 허용되지 않지만 암암리에 허용해 편법 운영을 한다는 것이다. 정씨는 "술집에서 라운지 바, 라운지 바에서 술집 같은 곳으로 손님들이 옮겨 다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감염 위험이 높다"고 했다. 확진자 355명 이상을 기록한 홍대 원어민 강사 발 집단감염 역시 마포구의 한 주점에서 시작됐다.
경찰은 단속의 어려움을 전한다. 한 경찰 관계자는 "사전에 첩보를 통해 필요한 정보를 모으고 잠입 수사를 거친다"며 "겉으로 봐서는 절대 알 수 없기 때문에 종업원과 손님들이 드나드는지 확실히 동태를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괜히 몰래 영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행인인척하고 주변에서 감시를 하는 정보원이 따로 있어 사전에 도망을 치는 경우도 있다"고도 했다.
지난 20일 서울 서초구의 한 유흥주점을 수색하는 경찰의 모습 /영상=서초경찰서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