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하기 일보직전이라는데'...여행사는 왜 아직도 2만개나?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1.07.27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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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기 여행사업체 2만1508개로 집계…여행업계 "알맹이 없는 여행사 태반"

지난해 한 여행사 사무실이 휴직으로 텅 빈 모습. /사진=뉴시스지난해 한 여행사 사무실이 휴직으로 텅 빈 모습. /사진=뉴시스


코로나19(COVID-19)가 낳은 '여행 보릿고개' 속에서도 간판을 유지 중인 국내 여행사 수가 2만개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넘게 지속되는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에도 대부분의 여행사가 생존신고를 했다. 그러나 폐업신고만 하지 않았을 뿐 사무실 불은 꺼진 '좀비' 여행사가 태반이라는 진단이다. 정부의 여행업 등록기준 완화도 실상과 다른 숫자 부풀리기에 한 몫하고 있단 지적이다.

27일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등록 여행업체(일반·국외·국내여행업) 수는 2만1508개로 조사됐다. 전년 동기보다 163개 줄었다. 지난해 여행업 분야 소비지출액이 전년 대비 83.5% 급감하는 등 여행사 전반이 '개점휴업' 중인 상황을 고려하면 의외로 폐업한 곳이 적다. 코로나 전인 2019년 2만2283개와 비교해도 775개 감소하는 데 그쳤다.



트래블버블(TravelBubble·비격리 여행권역) 소식으로 커진 여행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그간 쌓인 여행 이연수요를 노리고 시장에 진출하거나 코로나 여파를 버티지 못하고 업계를 떠났던 종사자들이 다시 되돌아왔단 것이다. 실제 이번 조사에서 국내를 여행하는 내국인을 대상으로 한 '국내여행업'은 오히려 163개 늘었는데, 제주로 대표되는 국내여행 수요 증가세와 무관치 않단 분석이다.

그러나 여행업계에선 이번 조사를 두고 여행산업 회복을 논하기는 어렵다고 선을 긋는다. 사실상 절반 이상이 허수에 불과하단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제조업 등 다른 산업과 비교하면 여행사가 사업체를 유지하는 데 들어가는 비용이 많은 편은 아니"라며 "업종을 추가하거나 다른 일을 하더라도 사업자를 유지하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행업은 '국내여행업'과 국내외를 여행하는 내국인을 다루는 '국내외여행업', 그리고 국내외를 여행하는 내외국인을 모두 취급하는 '종합여행업'으로 구분된다. 이 중 기존 사업을 휴·폐업하지 않고 다른 업종까지 추가·겸업하는 경우가 많아 사업체 수가 유지된다는 것이다.

정부가 과도하게 낮춘 여행업 진입장벽이 이를 부추긴단 설명이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초 일반여행업 등록자본금을 1억원에서 5000만원으로 낮췄다. 3000만원이면 등록할 수 있는 국외여행업은 국내외여행업으로 변경, 국내외 사업을 모두 할 수 있게 했다. 국내여행업은 1500만원만 있으면 여행사를 차릴 수 있다. 이에 따라 산업전문성 강화나 고용창출 효과와 무관하게 여행사만 난립하고 있단 것이다.

폐업도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하소연도 들린다. 매출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상황에서 지난해 여행사 상당수가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지자체가 마련한 긴급융자를 받았는데, 이 경우 원금을 상환하지 못하면 폐업을 할 수가 없다는 것이다. 일부 영세 여행사가 사무실 규모를 줄여 코인빨래방을 운영하는 상황에서도 여행사 간판을 유지하는 이유다.


서울 지역 한 소규모 여행사 대표는 "있는 직원은 내보내고 사업주도 배달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어 말 그대로 간판만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2만개가 있더라도 실제 매출내는 곳은 없다고 봐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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