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대비 38% '뚝'…개미지옥 된 中 빅테크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1.07.28 0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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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대비 38% '뚝'…개미지옥 된 中 빅테크


텐센트, 알리바바 등 중국 기술주에서 미래를 봤던 투자자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폭발적 성장을 기대했지만 중국 정부의 규제 여파로 침체가 길어지고 있어서다.

아시아의 나스닥으로 불리는 항셍테크지수는 전날 6.6% 하락을 포함해 이달 들어 16.7% 떨어졌다. 2월 중순 고점 대비 하락률은 38%다.



이 지수는 홍콩에 상장된 중국의 빅테크 대표 기업 30개 종목을 대상으로 한다. 알리바바, 샤오미, 텐센트 등 국내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종목을 주로 포함하고 있다.

지난해 성과가 좋았던데다 클라우드, 인터넷, IT 업종 위주라는 점에서 국내에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지난해 12월 미래에셋자산운용, 삼성자산운용, 한국투자신탁운용, KB자산운용에서 일제히 이 지수를 추종하는 ETF(상장지수펀드)를 출시했다.



이중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TIGER 차이나항셍테크 (5,230원 ▲155 +3.05%) 상품을 2190억원 순매수하기도 했다. 테마형 ETF로는 5번째로 높은 수치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지난해 말 상장 당시 가격(1만원)을 밑돌면서 사상 최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중국 정부의 자국 플랫폼 기업 규제가 주가 상승에 부담이 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이달 초 중국판 우버로 불리는 디디추싱을 국가안보 침해 혐의로 조사하겠다고 밝히는 등 길들이기에 나서는 모습이다.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주요 플랫폼 기업을 대상으로 반독점 위반 혐의로 벌금 50만위안을 부과했고 텐센트뮤직에는 독점적인 음악 배포권을 포기하라고 명령했다.


정진수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빅테크 반독점법과 산업 규제가 예상을 상회하는 수준에서 진행되면서 중국 주식에 대한 투자 심리가 빠르게 악화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전히 미·중 관계가 교착상태에 있는 가운데 규제 완화 조짐이 보이지 않으면서 반등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여기에 중국 정부의 사교육 시장 규제 정책도 악영향을 미쳤다.

FT 등 외신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사교육 업체를 모두 비영리기구로 등록하고 신규 허가를 금지하기로 했다. 사실상 사교육을 금지하는 조치다.

이 과정에서 상하이종합지수(-2.34%)와 항셍지수(-4.09%) 등 중국과 홍콩 증시 모두 영향을 받으면서 급락했다. 독점기업 규제, 네트워크 안보 등에 이어 교육업체 규제까지 나서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국내 투자자들은 주요 빅테크 기업이 연초 대비 30% 이상 하락한 만큼 저가 매수에 나서고 있다. 최근 한 달간 텐센트(3580만달러), 바이두(518만달러) 등을 사들였다. 국내 주식시장에서도 TIGER 차이나항셍테크 ETF를 647억원 순매수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중국 정부 리스크가 남아 있는 만큼 투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캐시우드의 아크 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중국 기술주 비중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가격보다 정책이 더욱 큰 영향을 미치는 상황인 만큼 홍콩시장에 대한 투자 비중 축소를 권고한다"며 "인터넷 플랫폼에는 VIE(계약통제방식)를 비롯한 추가 규제들이 남아있다"고 밝혔다.

신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중국 정부의 반독점 규제 의지가 상당히 강하고 현재 진행 중이라는 점에서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며 "중국 증시 투자에서 당에 반대하는 베팅은 늘 불만족스러운 결과를 도출했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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