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소 디오, 몰라봐서 미안한 '만능캐'

머니투데이 한수진 기자 ize 기자 2021.07.27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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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소 디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엑소 디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몰라봐서 미안하다. 엑소 디오의 음악을 듣고 있자니 절로 나오는 말이다. 데뷔 10년 만에 솔로 출사표를 던진 디오가 숨겨왔던 음악적 역량을 드러냈다. 힘있는 목소리에 감각적인 바이브, 모든 요소를 두루 갖춘 탄탄한 가창력까지. 배우로서의 감정 표현에만 능한 줄 알았는데 노래까지도 잘하는 '사기캐'가 아닌가 싶다.

디오는 지난 26일 첫 번째 솔로 앨범 '공감'을 발표했다. 발매한 후 타이틀곡 'Rose'(로즈)는 주요 실시간 음원차트 상위권에 진입했다. 엑소라는 네임벨류에 궁금해서 한번, 그동안 몰라봤던 디오가 지닌 음악적 의외성에 두번 듣다가 세번 네번 반복해서 듣게 만든다.

알고보면 디오는 엑소의 메인보컬이다. 백현, 첸과 함께 메인보컬을 담당하며 대다수 엑소 노래의 도입부를 맡아왔다. 그래서 팬들에겐 '됴입부'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SM엔터테인먼트 아티스트의 정석적인 바이브레이션과 힘있는 가창법을 구사하면서도 유연한 리듬감과 매력적인 중저음으로 모든 곡에 강한 힘을 싣기 때문. 정식 솔로곡은 아니지만 SM 스테이션 발표곡 '괜찮아도 괜찮아(That’s okay)' 'Tell Me'(텔 미) 등을 통해 이미 솔로 아티스트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주곤 했다. 사실 팬들이나 청자 입장에서 '공감'의 뒤늦은 발매는 "이제야"라는 말이 나오는 세월이다.

엑소 디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엑소 디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10년 만의 솔로로서 용기를 낸 디오는 하고 싶은 음악을 하기로 했다. 그래서 타이틀곡 가사도 직접 썼고, 앨범명도 스스로 지었다. 본연의 감정에 집중하며 '공감'이라는 앨범명처럼 청자와 본인 사이의 동질감과 맞닿은 감상을 가져가길 바랐다. 디오는 "제가 느낀 것처럼 다른 분들에게도 좋은 에너지, 영향 있는 에너지를 드리고 싶다는 마음"이라고 '공감'을 설명했다. 다시 말하면 자신에서 비롯됐지만 타인까지 아우르는 이야기를 담았다는 뜻이다. 노래 속 화자의 주체가 뚜렷할 때 발현되는 열정과 에너지는 어느 때보다 강하기에 '공감' 속 디오의 잔향은 더욱 짙고 깊다.

타이틀곡 'Rose'는 디오의 적극성이 가장 많이 투영된 곡이다. 경쾌한 기타 리듬이 돋보이는 어쿠스틱 포크 장르의 이 곡은, 감각적인 사운드와 디오의 풍성한 보컬이 탁 트인 공감각적인 감상을 지닌다. 여기에 뒷받침 된 가사는 한 통의 고백 편지처럼 소중한 사랑의 마음들을 담았다. '동네 꽃집을 찾아
그대에게 주고 싶은 꽃 / 아무리 고민해도
아는 꽃이 장미밖에 없어 / 용기 내 한가득 품에 담아
그대에게 가고 있어요' 등 상대에게 푹 빠진 마음을 바탕으로 반복된 가사 하나없이 편지처럼 진솔하게 써내려갔다. 디오의 맑은 목소리와 순수한 노랫말의 합이 청자로 하여금 자연스러운 전이의 감정을 지니게 한다.

엑소 디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엑소 디오,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수록곡 'I’m Fine'(아임 파인)도 디오가 직접 노랫말을 썼다. 타인에게 매번 하는 안부 인사를 스스로에게도 해주면 좋겠다는 마음을 표현한 힐링송이다. 이 외의 원슈타인이 피처링에 참여한 낭만적인 사랑 노래 ‘I’m Gonna Love You’(아임 고나 러브 유), 사랑에 대한 진솔한 생각을 담은 라틴 베이스 기반의 어쿠스틱 팝 곡 ‘다시, 사랑이야 (It’s Love)’, 연인과 함께 걷는 순간 보이는 모든 풍경을 사랑이라 표현한 ‘My Love’(마이 러브), 어른이 된 후 바라본 아버지에 대한 감정과 바람을 담은 발라드 '나의 아버지 (Dad)'까지 디오는 '공감'을 통해 사랑의 아름다운 단면과, 스스로에 대한 위로의 이야기를 건넸다. 세상의 자극을 잊게 하는 온기로 가득 채운 앨범이다.

아이러니하게 과거 디오는 공감이라는 단어에 자신을 투영하는 게 어려웠다고 털어놓았다. 늘 남의 시선 속에 사는 직업인 만큼 자신에게 비롯된 감정들을 대입하는 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었다. 감추고 묵혀야 했던 지난날의 감정들을 끄집어내기까지 무려 10년이 걸렸다. 심오한 사회적 메시지나 원색적 표현 하나 없는 앨범에 무슨 용기가 필요할까 싶지만, 디오의 손끝과 입에서 나온 노랫말들은 진심을 담아낸 사랑의 낱말들이다. 사랑은 가장 큰 용기를 필요로 하는 감정이다. 그리고 용기를 넘어 위로로 뻗어나가고자 했던 디오의 아름다운 마음 쓰임까지. 청자들도 온전히 제 목소리를 낸 그를 반가워하며 벌써부터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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