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복소비·슈퍼 호황기 만난 기술경쟁력…韓기업 성장판 열렸다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21.07.27 1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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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어닝 서프라이즈의 경제학②

편집자주 역대급, 사상 최고...전자, 화학, 자동차 등 주요 산업의 한국 대표 기업들이 코로나19 팬데믹이 무색한 '어닝 서프라이즈'를 선보이고 있다. 코로나 19 보복 소비와 기술력, 호황 사이클이 맞물린 결과라는 분석이다. 탄소중립, 4차 산업 혁명 등 산업 대전환기에 있는 만큼 이번 실적 개선을 사업 전환, 미래 시장 개척, 지속 가능성 확보 등을 위한 동력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7% 성장(속보치)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서울=뉴스1) 김진환 기자 = 한국은행은 올해 2분기(4~6월)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전분기 대비 0.7% 성장(속보치)했다고 밝혔다. 한국은행은


"억눌렸던 소비가 터졌다."

2분기 어닝 시즌에 접어들면서 국내 주요 기업들이 앞다퉈 역대급 실적을 내놓자 시장 안팎에서 나온 반응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장기화에 따른 '보복 소비'가 폭발한 가운데 공급 부족에 따른 각종 원자재 가격 상승, 우리 기업들의 기술 경쟁력 등이 맞물린 결과라는 해석이다.



럭셔리카·명품 수요로 나타난 '보복 소비'
'보복 소비'란 키워드를 읽는 대표적인 지표가 럭셔리카와 명품 수요다. 실제 이탈리아 슈퍼카 브랜드인 오토모빌리 람보르기니는 올 상반기 4852대를 판매했다. 지난해 동기 대비 37% 급증한 것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내년 4월까지 10개월치 주문량이 밀려 있어 당분간 이런 흐름은 지속될 전망이다. 럭셔리카의 대명사 포르쉐도 마찬가지다. 상반기에만 전년 대비 31% 늘어난 총 15만3656대를 팔아 역대 최대 판매량을 갈아치웠다. 두 브랜드는 국내에서도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해 각각 32%, 23% 판매량이 증가했다.

명품을 대표하는 루이비통(LVMH)과 에르메스(Hermes) 매출액도 지난 1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평균 30% 넘게 증가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1분기 실적과 비교해도 큰 성장을 기록한 것이다.



윤혁진 SK증권 애널리스트는 "코로나 팬데믹(전세계적 유행) 이후 시장에 공급된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성장한 자산 가치는 명품과 사치재의 소비를 끌어올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며 "앞으로도 백신접종을 통해 억눌려 있던 소비심리는 다시 부활할 것이고, 지금까지 욕구를 채우지 못했던 서비스에 대한 소비를 끌어올리는 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보복소비·슈퍼 호황기 만난 기술경쟁력…韓기업 성장판 열렸다
'보복 소비+집콕 수요'에 반도체·가전·車 역대급 실적
이런 '보복 소비' 트렌드는 올 상반기 제조업 수출을 견인하면서 기업들의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으로 이어졌다. 집콕 수요가 더해진 반도체와 전자업종은 IT·가전제품 판매가 급증하면서 슈퍼 호황기에 들어섰고, 자동차 부문도 역대급 실적을 냈다. 올 상반기 반도체와 가전 수출은 전년 대비 각각 21.9%, 38.1% 늘어났고, 자동차는 50% 가까이 급증했다. 반도체의 경우 지난달 수출액이 올해 최고치를 경신하며 2018년 이후 처음으로 2개월 연속 1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자 (80,800원 ▲1,000 +1.25%)는 올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이 20조원(2분기 잠정 영업이익 12조5000억원 포함)을 넘어섰다. 올해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70조원, 50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LG전자 (96,800원 ▼200 -0.21%)는 올해 상반기에 매출액 13조5000억원을 기록, 글로벌 경쟁사인 미국 월풀(11조9000억원)을 따돌리며 생활가전 부문 세계 1위에 올랐다. 현대차 (237,000원 ▼7,000 -2.87%)·기아 (112,000원 ▼1,600 -1.41%)도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한 해외 판매량(281만821대)을 바탕으로 매출액 92조6382억원, 영업이익 6조1062억원을 합작했다. 지난해 상반기 대비 각각 26.7%, 198.8% 증가한 것이다.


산업계 관계자는 "'반도체'는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수요 지속 및 가격 상승, 대형 데이터센터용 서버 반도체 수요 확대 등의 수혜가 예상된다"며 "미국·EU(유럽연합) 등 주요 시장 내 소비심리 회복과 수출단가 상승으로 가전과 자동차제품 수요도 당분간 증가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슈퍼 호황기에 올라탄 철강·해운·정유화학..제조업 호조세 하반기도 지속
철강·해운과 정유화학 업종은 철강재와 국제유가, 해운 운임 등 원료가격 상승에 따른 판매가 인상으로 공급자 중심의 시장이 형성되면서 호황 싸이클에 접어들었다. 포스코(POSCO (421,000원 ▼7,000 -1.64%))와 현대제철 (31,800원 ▼800 -2.45%) 모두 각각 영업이익 2조원, 5000억원 시대를 열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 1분기 흑자전환하며 실적 개선이 뚜렷해진 SK이노베이션 (118,400원 ▼2,300 -1.91%) 등 정유사도 호실적이 예상되고, 올 상반기 수출 1위인 석유화학제품을 앞세운 LG화학 (440,000원 ▼4,000 -0.90%)은 분기 첫 10조원 매출을 낼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해운업 호황으로 깜짝 실적의 대명사가 된 HMM (15,750원 ▲240 +1.55%)도 2009년 10월 이래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 덕분에 역대 최대치인 1조4000억원의 2분기 영업이익을 예고하고 있다.

전자, 자동차, 화학, 철강 등 전통 산업에서 수십년간 축적해온 체력이 차별화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기술 경쟁력이 뒷받침 되면서 보복 소비와 사이클 효과를 극대화시켰다는 얘기다.

류성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산업전략팀장은 "주력 제조업의 올 하반기 매출액과 수출액은 코로나19 관련 제품의 소비 확대 효과가 반영되면서 2020년 및 2019년보다 개선될 것"이라며 "탄소중립과 디지털화 등 산업 대변혁기를 맞아 한국 기업들이 실탄을 비축하고 신사업 전환에 속도를 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승훈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도 "순차적 집단면역 근접·도달로 이연수요가 서비스 소비를 중심으로 가시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의 회복 모멘텀은 상반기보다 하반기가 더욱 강할 것"이라며 "극심한 공급 부족을 겪고 난 이후 설비투자가 장기화되는 경향 때문에 제조업 회복은 오래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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