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뱅 임직원 909억 돈방석…177억 포기한 사람은?

머니투데이 김상준 기자, 이용안 기자, 김태현 기자, 윤지혜 기자 2021.07.27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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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카카오뱅크 혁신과 현실 사이 (下)

편집자주 카카오뱅크 상장은 단순히 한 인터넷은행의 상장이 아니다. '금융혁신'에 대한 시장의 평가와 '금융의 미래'에 대한 투자자의 판단을 가늠할 수 있는 사건이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사상 최고금액인 2585조원이 몰렸을 만큼 기대감은 크다. 카카오뱅크의 현실을 지나치게 앞지른 것이라는 의견은 대세에 묻힌다.

카뱅 임직원 909억 스톡옵션 '대박'…1인당 평균 3.2억
카뱅 임직원 909억 돈방석…177억 포기한 사람은?


카카오뱅크의 상장은 임직원과 주주에겐 '대박 잔치'의 시작이다. 공모가가 3만9000원으로 정해지면서 주식매수선택권(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카뱅 임직원들은 총 900억원의 평가차익을 본다. 카뱅 주주들도 수천억원의 지분 평가이익을 기대한다.

◆카뱅 임직원 총 평가차익 909억원…윤호영 대표 평가차익 177억원



공모가를 기준으로 할 때 카뱅이 상장된 뒤 카뱅 임직원들은 주당 3만4000원의 차익을 볼 수 있다. 스톡옵션을 행사하면 카뱅 주식 1주를 5000원에 살 수 있어서다. 스톡옵션 행사 가능 기간은 2026년 3월25일까지다. 카뱅이 2019년 임직원에게 부여한 스톡옵션 중 미행사 수량은 총 267만2800만주다. 카뱅 임직원들이 전부 스톡옵션을 행사할 경우 총 평가차익은 909억원에 달한다.

윤호영 카뱅 대표의 경우 52만주를 확보하고 있다. 차익으로 177억원을 실현할 수 있다. 각각 40만주, 22만4000주를 보유하고 있는 김주원 카카오 부회장, 정규돈 카뱅 최고기술책임자(CTO)의 평가차익은 136억원, 76억원씩이다. 업무집행책임자인 이형주·고정희·유호범·김석·신희철 등은 각각 7만주· 7만주·4만주·3만5000주·3만5000주를 보유하고 있다. 또 직원 135명이 총 127만8000주를 갖고 있어 단순 계산으로만 1인당 평균 3억2000만원의 차익을 낼 수 있는 규모다.



◆윤 대표의 첫 직장 입사 동기들은 아직 부장급…177억원 포기한 이용우 의원

윤 대표는 1971년생(만 50세)다. 대학 졸업 후 1996년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에 입사해 8년 동안 근무한 후 2003년 다음다이렉트로 직장을 옮겼다. 이후 2014년 카카오에서 '1인 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카카오뱅크 설립에 나섰고, 2017년 카뱅이 출범하면서 대표가 됐다. 윤 대표의 첫 직장인 롯데손보에 남아있는 입사 동기들은 현재 부장급 또는 상무급인 것으로 파악된다. 롯데손보가 금융감독원에 공시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롯데손보의 각 사업 부문 그룹장을 맡고 있는 미등기 임원들의 연봉은 1인 평균 2억5434만원이다. 부장급의 경우 1억원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표가 177억원의 차익을 낼 수 있게 되면서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경기 고양정)의 '선택'도 재차 주목받고 있다. 이 의원은 카뱅 출범 멤버로, 윤 대표와 공동대표를 맡았다. 이 의원도 2019년 당시 윤 대표와 같은 수량인 스톡옵션을 52만주를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총선에서 민주당에 영입되며 공동대표직을 내려놓았고 스톡옵션도 포기했다. 결과적으로 이 의원은 177억원의 실현 가능 차익과 국회의원직을 맞바꾼 것이 됐다. 이 의원은 금융권 경력을 살려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활동하고 있다. 올해 국회의원 세비(수당)는 연 1억5280만원이다. 일반수당·특별활동비 등 각종 명목의 수당과 경비가 모두 포함된 금액이다.


◆지분 투자한 주주들도 지분 평가차익 쏠쏠

모회사 카카오 외에 카뱅 지분에 투자한 주주들도 큰 이익을 보게 됐다. 카뱅의 주요 주주로는 한국투자금융지주(손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포함· KB국민은행·넷마블·SGI서울보증보험·우정사업본부·예스24·이베이코리아 등이 있다.

한국투자금융이 가장 큰 평가차익을 얻는다. 카뱅의 2대 주주인 한국투자금융은 손자회사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의 지분을 포함해 카뱅 지분의 31.62%(1억2953만3724주)를 갖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은 올 1분기 카뱅 지분의 장부가액을 9469억원으로 공시했는데 공모가 기준 지분 가치는 5조518억원으로 껑충 뛴다. 국민은행도 막대한 평가차익을 보게 됐다. 국민은행은 카뱅 지분의 9.3%(3809만7959주)를 갖고 있다. 올 1분기 기준 장부가액은 9524억원이었다. 공모가 기준 국민은행이 보유한 카뱅의 지분 가치는 1조4858억원으로 증가했다. 넷마블·SGI서울보증보험·우정사업본부·예스24·이베이코리아 등도 수천억원의 평가차익을 내게 된다.

증권가가 본 카카오뱅크의 '정체성'…플랫폼 vs 은행
카카오뱅크의 일반공모 청약이 시작된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상담을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을 거쳐 내달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예정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카카오뱅크의 일반공모 청약이 시작된 26일 서울 여의도 한국투자증권에서 투자자들이 투자 상담을 받고 있다. 카카오뱅크는 이날부터 27일까지 일반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공모주 청약을 거쳐 내달 6일 유가증권시장에 상장 예정이다.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상장을 앞둔 종목을 평가하는 일은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매일 기업을 분석하고 리포트를 발간하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마찬가지다. 이전에 없던 업종일수록 더 그렇다.

카카오뱅크는 국내 1세대 인터넷뱅킹이다. 플랫폼 기업인 한편 은행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카카오뱅크를 바라보는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시각이 극적으로 엇갈린다.

◆플랫폼 카카오뱅크는 장밋빛 미래…"시총 31조원 간다"

카카오뱅크를 플랫폼 기업으로 바라보는 이들은 카카오뱅크의 미래 성장성을 높게 친다. 특히 카카오뱅크만이 갖고 있는 오프라인 플랫폼의 파괴력에 집중한다.

구경회 SK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전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인터넷 은행의 성공 사례"라며 "기존 은행들과 카카오뱅크의 총영업이익 대비 판매관리비를 따져봤을 때 52.9% 대 52.2%로 언택트 금융 모델은 비용 효율성 측면에서 훨씬 매력적"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들과 달리 점포망이 없다. 기존 은행들의 약점인 인건비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향후 자산이 증가할수록 인건비 절감 효과는 더욱 커진다. 구 연구원은 "본격적으로 규모의 경제에 올라서게 된다면 총영업이익 대비 판관비는 30%를 하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랫폼을 활용한 서비스 확장성에도 주목한다. 최종경 키움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플랫폼을 활용한 폭발적인 성장세와 확장성에 주목해야 한다"며 "기존 개인대출과 전월세 보증금 대출 외에도 중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개인사업자 등 상품 확대를 출기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체적인 오리지널 금융 콘텐츠 개발 역량과 고객 맞춤형 상품 출시도 가능하다. 약 1615만명에 달하는 카카오뱅크 회원들의 이용 데이터가 강력한 무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증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약 18조5000억원)가 정당하다고 설명한다. 구 연구원의 경우 카카오뱅크의 상장 후 시가총액 예상치를 30조7000억원으로 2배 가까이 제시했다.

◆카카오'뱅크'임을 잊지 말아야…"목표주가 2만4000원"

카카오뱅크를 은행으로 인식하는 애널리스트들은 카카오뱅크의 기업가치가 지나치게 고평가됐다고 지적한다. 김인 BNK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은행"이라며 "현재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상장은행들의 저평가 상태를 감안해도 프리미엄이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뱅크의 프리미엄이 정당화되고 위해서는 비이자이익 확대가 필수적이다. 그러나 카카오뱅크의 주요 서비스는 모바일을 통한 조회 및 자금이체다. 수익성이 떨어진다. 이에 김 연구원은 카카오뱅크의 목표주가를 공모가(3만9000원)보다 낮은 2만4000원으로 제시했다.

그는 "공공재로 인식하는 조회 및 자금이체는 수수료 거부감이 커 성장이 쉽지 않다"며 "올해 예쌍 비이자이익을 비슷한 시총의 신한지주와 비교해봤을 때 카카오뱅크는 827억원, 신한지주는 3조4000억원으로 큰 차이가 난다. 주가에도 압박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카카오뱅크는 영업 방식의 차이일 뿐 은행이라는 사업의 본질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이는 곧 국내 은행들과 차별화되는 비은행 서비스로 확장이 어렵다는 뜻이다. 결국 카카오뱅크는 기존 은행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평가했다.

결국 카카오뱅크의 장기적인 가치도 일반 은행과 같이 ROE(자기자본수익률)에 의해 결정될 것이라고 봤다. 그러나 카카오뱅크가 IPO(기업공개)를 통해 조달한 금액으로 확대할 수 있는 대출을 고려해도 ROE는 10%대를 벗어나지 못한다. 국내 4대 은행 평균 수준이다.

페이·뱅크 진출은 신의 한 수…'카카오 유니버스' 완성

/사진=카카오페이/사진=카카오페이
30대 직장인 이은주씨는 결혼식에 가기 위해 '카카오T' 앱으로 택시를 호출한 후 카카오뱅크 계좌와 연동된 카카오T포인트로 결제했다. 이동하는 동안엔 카카오페이로 산 캐시로 카카오페이지 웹툰을 봤다. 택시에서 내린 그는 편의점에 들러 카카오톡으로 친구들이 보낸 축의금을 모아 ATM에서 카카오페이로 출금했다. 시원한 음료도 카카오페이로 오프라인 결제했다.

일상생활 대부분이 카카오로 통하는 '카카오 유니버스'가 확대되고 있다. 쇼핑·O2O·콘텐츠·모빌리티 등 전방위로 확대된 카카오 서비스가 카카오페이·뱅크와 연동되면서 거대한 카카오 생태계가 만들어진 것이다. 특히 금융서비스는 카카오톡이 메신저를 넘어 생활 밀착형 플랫폼으로 거듭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카카오톡 끌고 페이·뱅크 밀고…카카오 영토 넓어진다

서울 중구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슈퍼! 마켓페스트 2018’ 에서 한 참석자가 현금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오프라인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사진=카카오페이서울 중구 동대문 디자인플라자에서 열린 ‘슈퍼! 마켓페스트 2018’ 에서 한 참석자가 현금 없이 스마트폰만 있으면 오프라인에서 간편하게 결제할 수 있는 카카오페이로 상품을 구매하고 있다./사진=카카오페이
국내 최초 간편결제서비스 카카오페이와 1호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는 출범 당시 많은 사람이 생소해 했지만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시장에 연착륙했다. 4600만명의 카카오톡 이용자를 잠재고객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카카오페이는 카카오 공동체의 모든 결제 시스템에 탑재되며 2017년 분사 당시 3조8000억원에 불과했던 거래액이 지난해 67조원으로 17배 이상 성장했다.

눈여겨볼 점은 초기엔 카카오톡 그늘에 있던 카카오페이·뱅크가 현재는 카카오 서비스에 이용자를 '록인'(Lock-in·가두기)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카카오의 신규 구독서비스 '구독ON'은 카카오페이 하나로 △신용조회 △간편결제 △본인인증을 모두 제공해 호평을 받고 있다. 신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별도 앱을 설치하거나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돼 진입장벽을 낮춘것이다.

이런 효과는 카카오페이 결제지표에서도 나타난다. 2016년 6만6000원이었던 1인당 결제금액은 지난해 101만원으로 15배 상승했다. 또 4년 전 가입한 이용자 중 86.9%는 지난해까지 카카오페이를 꾸준히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자들이 카카오페이에 익숙해지면서 결제규모도 급성장한 것이다. 이는 카카오페이를 탑재한 카카오 서비스 거래액 증가에도 영향을 미친다. 즉, 과거 카카오톡이 카카오페이 이용을 촉진했다면, 현재는 카카오페이가 공동체 서비스의 재방문·재구매·재결제를 유도하는 셈이다.

이에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지분 보유제한) 등의 규제로 계열사와의 협업에 소극적이었던 카카오뱅크도 최근 공동체 시너지를 강화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는 기업공개(IPO) 간담회에서 "지금까지는 카카오 생태계 속에서 시너지를 내는 초기 단계였다"라며 "앞으로는 고객기반 확보와 빅데이터, 비즈니스 모델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협업하며 계단식 성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용희 숭실대 경영학 교수는 "카카오페이·뱅크는 카카오톡이라는 탄탄한 플랫폼을 바탕으로 만들어져 어떤 서비스보다 접근이 쉬웠다"라며 "카카오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상호작용하며 경쟁력을 갖춘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카카오도 카카오페이·뱅크로 자사 서비스 이용 시간과 결제 규모를 키우며 생태계를 구축하는 등 '윈윈'하는 모습"이라고 덧붙였다.

카카오, 초개인화 시대 주도한다…금융사업 핵심은 '데이터 확보'

/사진=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사진=카카오페이 증권신고서
카카오가 금융사업을 확대하는 배경엔 데이터 확보도 있다. 금융과 비금융 데이터를 더해 초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애플·아마존·알리바바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앞다퉈 금융업에 진출하는 추세다. 삼정KPMG는 "빅테크 기업은 소비습관이나 온라인검색기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활동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데 금융업에 진출하면 이용자의 재무정보까지 확보할 수 있다"라며 "이를 결합해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거나 기존 서비스를 강화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연내 출범할 카카오손해보험은 카카오 공동체의 데이터와 서비스를 연계해 생활밀착형 소액단기보험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모빌리티와 손잡고 택시·대리운전 기사 대상 보험을 만들거나, 카카오키즈와 연계한 어린이보험 등이 거론된다. 카카오페이가 개발한 대안신용평가모델을 활용해 카카오뱅크가 신용정보부족자(신파일러) 전용 대출을 내놓는 것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AI(인공지능) 및 데이터분석 고도화 등 본업 경쟁력도 강화할 수 있다.

다만 카카오는 금융계열사 데이터 확보엔 회의적인 입장을 나타냈다. 카카오 관계자는 "금융계열사와 제휴해 시너지를 낼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면서도 "카카오페이·뱅크는 독립법인인 만큼 이들이 쌓은 데이터를 본사가 가져다 쓸 수 있는 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특히 "카카오뱅크는 은산분리 규제로 본사가 관여할 수 있는 내용이 전혀 없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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