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반도체·가전·IT업종을 대표하는 주요 기업들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터트리고 있는 것과 달리 여행·레저업종은 코로나19가 낳은 '실적 양극화' 그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주요 산업군 실적반등의 배경인 비대면·펜트업(억눌렸던 소비 폭발) 효과가 여행산업을 비껴가며 산업 생태계가 무너졌고, 업계 종사자들은 오갈 데 없는 막막한 상황에 처했다.
적자폭을 줄인 게 그나마 위안거리다. 그러나 영업활동이 동반되지 않은 비용절감이 이끈 회복이란 점에서 의미를 둘 성과는 아니다. 하나투어는 전체 매출의 28% 가량을 차지했던 면세·호텔 사업을 정리하는 등 올해 초 기준 12개 자회사에 대한 청산·지분매각을 완료하며 허리띠를 졸라맸다. 유동성 확보를 위해 지난달 티마크명동 호텔을 팔았고, 오는 9월 서울 종로구 본사 건물까지 매각할 예정이다.
한 대형 여행사 관계자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이나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등 정치·경제·자연재해 리스크는 해당 지역을 제외하면 영업이 가능했다"며 "코로나 사태로 전 세계 하늘길이 막힌 현재로선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결국 대규모 구조조정 위기까지 닥쳤다. 하나투어가 지난 3월 전체 직원의 30%에 달하는 800여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완료했고 유·무급휴직으로 버티던 모두투어도 지난달 희망퇴직 절차에 착수했다. 사실상 정리해고 수순을 밟기 시작했단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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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여행사의 위기는 중소·영세 여행업계까지 여파가 미칠 것이란 진단이다. 국내 소규모 여행사들이 대형 여행사의 상품을 중개하거나 모객을 맡는 대리점 역할을 하며 사업을 유지하고 있단 점에서다. 한국관광협회중앙회에 따르면 2분기 여행사업체 수는 직전 분기보다 327개 줄어드는 등 휴·폐업이 가속화하고 있다.
고착화된 실적부진 흐름은 디지털 전환 등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중·장기적 사업전략 부재로 이어질 수 있단 지적도 나온다. 하나투어가 개별여행(FIT)·모바일 등 글로벌 산업흐름에 맞춰 400억원을 들여 차세대 플랫폼을 내놨지만 추가적인 투자 여력이 부족한 실정이다. 최근 신규 플랫폼을 선보인 노랑풍선을 제외하면 다른 여행사들은 R&D(연구개발) 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여행산업이 코로나 이전으로 회복하려면 최소 2년은 걸릴 것"며 "디지털전환 등 장기적 관점의 사업전략이 중요하다는 것은 알지만 당장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신규 투자는 언감생심"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