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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계, 이제 드라마보다 웹툰이 대세

머니투데이 최현정(칼럼니스트) ize 기자 2021.07.26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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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양요섭, 정은지의 ‘LOVE DAY ' 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사진출처=양요섭, 정은지의 ‘LOVE DAY ' 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바야흐로 웹툰 OST의 전성시대다.

23일 현재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멜론의 일간 차트를 살펴보면 양요섭, 정은지의 ‘LOVE DAY (2021)’(바른 연애 길잡이, 37위), 산들의 ‘취기를 빌려’(취향저격 그녀, 46위), 적재의 ‘나랑 같이 걸을래’(바른 연애 길잡이, 65위), 10CM의 ‘이 밤을 빌려 말해요’(바른 연애 길잡이, 83위), 치즈의 ‘이렇게 좋아해 본 적이 없어요’(소녀의 세계, 89위) 등 다수의 웹툰 컬래버레이션 곡이 차트에 포진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또 지금은 차트 밖으로 밀려났지만 거미가 부른 ‘지금 말해볼게요’(낮에 뜨는 달) 역시 발매 당시에 차트인에 성공하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웹툰 OST의 이런 인기는 일시적인 것도 아니다. 산들의 ‘취기를 빌려’와 같은 곡은 2020년 7월 20일 발매된 곡으로 무려 1년이 넘게 차트를 지키며 롱런하고 있다.



사실 웹툰과 음악의 결합은 상당히 오래전부터 시도된 콘텐츠다. 호랑 작가는 2009년부터 2010년까지 네이버 웹툰에서 연재한 ‘구름의 노래’에 BGM을 삽입하여 관심을 모았고 이후 하일권 작가의 ‘안나라 수마나라’와 ‘목욕의 신’, 기안84 작가의 ‘패션왕’, 순끼 작가의 ‘치즈 인 더 트랩’, 232 작가의 ‘연애혁명’ 등 여러 유명 웹툰에 BGM이 삽입되었다. 이중 ‘목욕의 신’은 웹툰에 사용된 음원을 모아 2012년 앨범으로 발매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에 웹툰에 삽입된 음악들은 음악 시장을 노린 OST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웹툰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기 위한 백그라운드 뮤직에 가까운 시도였다. 그렇기에 그 당시 웹툰에 삽입된 음악들이 음원 차트에 이름을 올리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런 상황에 반전을 일으킨 것이 앞서 언급한 ‘취기를 빌려’다. ‘취기를 빌려’의 성공을 계기로 한층 더 적극적으로 웹툰과 가수들의 컬래버레이션이 이어졌고, 그 결과는 지금 보는 대로다. 그렇다면 웹툰 OST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일까.

일단 접근 방식이 달라졌다. 전술한 대로 과거에는 음악이 웹툰을 풍성하게 즐기기 위한 BGM의 개념으로 사용됐다. 하지만 ‘취기를 빌려’는 직접적으로 음원 시장을 노린 OST 개념으로 제작되었고, 자연스럽게 스타 가창자의 섭외와 공격적인 마케팅 등으로 이어져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왔다.

시대적인 부분도 적절했다. 웹툰 시장은 해마다 성장해 2020년에 국내시장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만큼 그 덩치가 커졌다. 이쯤 되면 서브 컬처의 영역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일상으로 즐기는 파퓰러 컬처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다. 더군다나 웹툰 소비층의 주요 연령대와 음악 소비층의 주요 연령대도 비슷해 이와 같은 컬래버레이션을 받아들이는 데에도 거부감이이 없었다.

드라마 OST의 자리를 웹툰 OST가 대체하고 있다는 시선도 있다. 스마트폰의 보급 이후 과거처럼 시청률 40%, 50%를 넘나드는 국민적인 히트 드라마는 더 이상 보기 어려워진 반면, 웹툰을 즐기는 사람들은 점점 늘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그에 따른 부가 산업들도 이동해 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 역시 상당히 설득력 있는 주장이다. 국내 웹툰의 시장규모가 1조원인 반면, 국내 OTT 비디오 서비스의 시장규모는 약 7800억 정도로 추산된다. 더욱이 여기서 영화나 예능, 애니메이션 등을 제외한 드라마 장르로만 한정하면 그 규모는 더욱 작아진다. 이는 TV 본방송이나 광고 등 제외한 수치이지만, 웹툰이 TV 드라마보다 더욱 사람들에게 가까운 콘텐츠가 되고 있다는 점은 틀림없다.

물론 지금도 음원 차트에는 ‘슬기로운 의사생활’의 OST가 다수 랭크돼 있고, 비교적 최근에도 ‘이태원 클라쓰’나 ‘도깨비’처럼 OST가 큰 인기를 얻은 사례도 있다. 그러나 드라마 OST의 최전성기라고 할 수 있는 90년대의 ‘질투’, ‘걸어서 하늘까지’, ‘마지막 승부’, ‘별은 내 가슴에’ 등과 비교하면 그때와 같은 임팩트와 파급력은 부족하다.

사진제공=TOON STUDIO사진제공=TOON STUDIO
게다가 ‘슬기로운 의사생활’은 OST의 대부분이 리메이크 곡이며, ‘이태원 클라쓰’는 그 원작이 웹툰이라는 점도 온전히 드라마의 힘으로 OST가 인기를 얻은 것이라고 평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급기야 최근에는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드라마가 트렌드가 되면서 대중문화에서의 영향력과 주도권이 더욱 빠르게 웹툰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 궁금한 건 이런 흐름이 과연 시장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이다. 현재까지는 환영의 분위기다. 소비자와 제작자 모두에게 신선한 콘텐츠를 주고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웹툰 OST 제작에도 참여한바 있는 지인은 웹툰의 팬은 웹툰의 팬대로, 음악 팬은 음악 팬대로, 제작자는 제작자대로 만족할만한 시장이 열렸다고 호평했다. 그에 따르면 최근 웹툰 OST의 인기는 웹툰 팬이나 음악팬 어느 한쪽의 관심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는 것이며, 웹툰의 팬과 음악팬의 관심과 지지, 그리고 마케팅이 모두 어우러져 만들어낸 시너지다.

아니나 다를까 웹툰의 팬과 음악팬은 흥미로운 콘텐츠를 접할 수 있어 좋고, 제작자는 제작자대로 새로운 시장이 개척됐으니 반가울 만하다.


다만 웹툰 OST가 점점 유명 가창자에게 집중되고 있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웹툰 음악은 아마추어 음악가나 아직 이름을 알리지 못한 음악가들의 참여의 장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발매된 웹툰 OST들은 이런 부분이 희석됐다.

필자 본인부터 스타 가창자의 참여와 그에 따른 마케팅이 웹툰 OST의 인기 상승에 많은 기여를 했다고 쓰긴 했지만, 한편으로는 슬슬 웹툰 OST를 통해 뉴페이스 스타가 탄생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기존의 문법과는 다른 방식의 새로운 스타 탄생의 길이 생겨나는 셈이기 때문이다. 그 순간이 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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