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계 "지금이 어떤 시댄데…우주망원경 '제임스 웹' 이름 바꿔라"

머니투데이 한고은 기자 2021.07.26 1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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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계 일부서 "'제임스 웹' 전 나사국장 성소수자 차별 행적" 주장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노스럽 그루먼 클린룸에서 제임스 웹의 최종 성능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사진=나사미국 항공우주국 나사가 캘리포니아에 위치한 노스럽 그루먼 클린룸에서 제임스 웹의 최종 성능 테스트를 진행중이다. /사진=나사


미국 항공우주국 나사(NASA)가 올해 말 발사를 앞둔 차세대 우주망원경 '제임스 웹'(JWST)의 개명 여부를 놓고 내부 검증 작업을 진행중이다. 망원경이 기념하고 있는 제임스 웹 전 나사 국장에 대한 천문학계 내부의 비판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26일 과학 저널 네이처에 따르면 나사는 제임스 웹 전 국장이 과거 성소수자를 박해하는데 가담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망원경의 이름 변경 여부를 검토중이다.

논란은 지난 3월 미국의 저명 천문학자인 찬다 프레스코드-와인스타인, 사라 터틀, 루시안 왈코비츠, 브라이언 노드 등에 의해 촉발됐다. 이들은 제임스 웹 전 국장이 과거 행정부 관료, 나사 국장으로서 반동성애 정책의 기획과 실행에 참여했으며, 이는 먼 우주 공간을 탐험하고 인류에 대한 이해를 증진하는 제임스 웹의 사명과 어울리지 않다고 주장했다. 제임스 웹 관측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천문학자들을 포함, 1250명의 과학자들이 이들 주장에 서명했다.



제임스 웹과 관련한 논란은 2004년 미국 역사학자 데이비드 존슨이 미국 연방정부가 공공부문에서 실행한 반동성애 정책을 기록한 '라벤더 스케어'(The Lavender Scare)을 펴내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존슨은 제임스 웹이 정부의 반동성애 정책에 관여했다고 기록했다.

나사는 현재 제임스 웹의 과거 행적에 대한 기록을 검토중이다. 나사 천체물리학부 책임자인 폴 헤르츠는 지난달 29일 자문위원회에서 "의식있는 결정을 내려야만 하며, 학계 및 대중과 투명하게 소통해야 한다"고 밝혔다.

1996년부터 88억달러 들여 개발…올해 연말 발사 예정
제임스 웹은 나사와 유럽우주국(ESA), 캐나다 우주국(CSA)이 공동으로 제작하고 있는 차세대 우주망원경으로, 현재 활동중인 허블망원경의 후계자로 꼽힌다. 1996년 개발이 시작돼 약 88억달러(9조원)가 투입된 대규모 프로젝트다.


망원경의 이름은 2002년 나사의 2대 국장이었던 제임스 웹에서 따왔다. 1960년대 미국의 유인 달 탐사 계획이었던 아폴로 프로그램을 이끌며 나사의 위상을 높이는데 기여한 바가 크다는 점을 인정해서다. 네이처는 우주망원경에 과학자가 아닌 행정가의 이름을 붙인다는 것은 일반적이지 않은 작명법이었으며, 과학계에서도 의외라는 반응이 많았다고 전했다.

루시안 왈코비츠 등 4명은 지난 3월 과학 저널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기고에서 "제임스 웹의 발사가 몇 달 남지 않았지만, 새로운 행정부가 세워졌고 나사는 모두를 위한 자유를 포용할 새로운 이름을 선택할 기회를 갖게 됐다"며 "현세대와 미래 과학자들에게 어떤 신호를 보내는 것이 맞겠느냐"고 공개 질의했다. 이들은 미국의 흑인·노예 해방운동가인 해리엇 터브먼 등을 제임스 웹의 새 이름으로 제안하기도 했다.

한편 나사는 제임스 웹의 발사 날짜를 올해 10월 31일 이후로 연기하고, 최종 테스트 작업을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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