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윤활유'로 2Q 실적 선방…하반기 변수는?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1.07.2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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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오일뱅크 윤활유공장 내부 /사진=최민경 기자현대오일뱅크 윤활유공장 내부 /사진=최민경 기자


국내 정유사 가운데 가장 먼저 2분기 실적을 발표한 현대오일뱅크가 지난해 같은 기간 영업이익의 20배가 넘는 호실적을 달성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로 석유제품 수요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는데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의 실적을 낼 수 있었던 이유로는 '윤활기유' 사업이 꼽힌다. 윤활기유는 윤활유 완제품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기초 원료다.



25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현대오일뱅크 2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12.8% 증가한 2657억원을 기록했다.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 2분기 영업이익 1544억원보다 높은 실적이다. 전체 영업이익 2657억원 가운데 921억원(34.6%)이 윤활기유 사업 영업이익으로 집계됐다. 정유사업 영업이익 909억원(34.2%)보다 높은 실적이다.

윤활기유 마진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오르는 추세다. 코로나19 사태 여파로 휘발유와 경유 수요는 크게 줄었지만 윤활유는 이동거리와 관계없이 소비되는 제품이라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전기차용 윤활유와 친환경 윤활유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효과도 있다. 현대오일뱅크 윤활기유는 150N 제품 마진이 1분기 톤당 252달러에서 2분기 269달러로, 500N 마진이 톤당 475달러에서 693달러로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S-OIL과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등도 윤활기유 실적을 바탕으로 호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S-OIL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4650억원으로 집계된다. 증권가에서는 S-OIL이 2분기 윤활유 사업에서 2000억원대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본다. S-OIL은 1분기 윤활유 사업에서 전체 영업이익의 30%에 달하는 1889억원을 거뒀다. SK이노베이션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 추정치 4879억원 가운데 윤활유 사업에서 1700억원가량을 거둘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정유업계가 상반기 호실적을 달성했지만 본업인 정유사업보다 윤활기유 사업 호조가 실적을 견인했다는 점에서 하반기 실적 관건은 결국 글로벌 석유 수요와 정제마진 회복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윤활기유는 2분기 마진이 고점이고 3분기부턴 다소 내려갈 것이란 관측이 유력하다.

업계에서 당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은 사우디 아람코의 8월 공식판매가격(OSP)이다. 사우디 아람코는 지난 6일 발표한 8월 OSP에서 대표 유종의 아시아·유럽 가격을 7월보다 배럴당 0.8달러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OSP는 사우디 아람코에서 아시아로 수출하는 원유에 추가로 붙는 마진이다. OSP가 높아진다는 것은 두바이유와 오만산 원유의 평균 가격보다 아시아 공식 판매가격이 비싸다는 뜻이다.


8월 OSP는 2.7달러로 지난해 3월 2.9달러 이후 1년 5개월만에 최고치를 찍게 된다. 수요와 정제마진이 회복되지 않은 상황에서 OSP가 높아질 경우 원가 부담이 제품 판매가격에 반영되지 못하면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다만 현대오일뱅크는 연말엔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요만큼 회복될 것으로 봤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3일 실적 콘퍼런스콜(전화회의)에서 "코로나19 사태 이후 글로벌 석유 수요가 5~6% 빠졌는데 상반기엔 수요 상승폭이 미미했다"며 "하반기엔 상승 폭이 클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업계는 연말까지 수요가 회복되면서 정제마진도 지속 개선될 것으로 본다. 휘발유 마진은 성수기 드라이빙 시즌이 끝나면서 보합세로 돌아가고 등·경유 마진은 항공 산업 수요 회복으로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3분기 두바이 유가는 배럴당 70~75달러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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