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된 마켓컬리...업계 최초 '국내 상장' 이룰까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1.07.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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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니콘' 된 마켓컬리...업계 최초 '국내 상장' 이룰까


유니콘 대열에 정식으로 합류한 마켓컬리(컬리)가 기업공개(IPO)에 속도를 내고 있다. 올 하반기 내에 상장에 성공할 경우 국내 증시에선 처음으로 상장한 e커머스 기업이 될 수 있어 의미가 크다. 다만 지배구조 문제 등 기업 안팎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남아있어 상장이 빠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23일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컬리는 7월 기준 집계된 국내 15개 유니콘 기업 중 하나에 포함됐다. 2019년 7월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된 지 2년 만에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셈이다. 이로써 컬리가 목표로 하는 상장에도 한걸음 더 나아갈 수 있게 됐다.



2015년 5월 문을 연 컬리는 지금은 e커머스 업계의 핵심이 된 새벽배송의 원조인 '샛별배송'으로 업계의 파란을 일으킨 기업이다. 당일 주문하면 다음 날 새벽에 도착한다는 신개념 배송 시스템을 도입하며 인기를 끌었고 급속도로 몸집을 키워왔다. 특히 컬리 특유의 엄선된 신선식품을 판매한다는 원칙이 통하며 신선식품 업계의 최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이처럼 빠르게 성장한 컬리는 2017년에는 삼성증권을 대표주관사로 선정하는 등 국내 상장을 위한 준비에 나서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월 쿠팡이 미국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자 외국계 증권사와 손을 잡고 미국 상장으로 방향을 틀었다. 지난 2017년 466억원이었던 매출을 지난해 9509억원으로 20배가량 끌어올리며 쿠팡 못지않게 빠르게 성장했기 때문에 자신감이 높았다.



이랬던 컬리가 다시 국내 상장으로 계획을 변경한 것은 역설적이게도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2015년 당시에는 신선식품 분야에서 이렇다 할 경쟁자들이 없었기에 빠른 성장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쿠팡, SSG닷컴, 오아시스마켓 등 쟁쟁한 업체들이 등장해 컬리의 성장을 위협하고 있다. 마켓컬리만의 장점이었던 '새벽배송'과 '신선식품' 분야에서 점차 경쟁력을 잃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이 상황에서 미국 상장을 무리하게 준비하는 것보다는 하루빨리 국내 증시에 입성해 몸집을 키워나가는 게 옳다는 판단이 내부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국거래소가 국내 스타트업의 해외 상장을 막기 위해 '성장성' 위주 심사 체계를 도입한다고 밝힌 만큼 유니콘 대열에 합류한 컬리의 상장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 또 컬리가 올해 안으로 상장에 성공할 수만 있다면 국내 증시에 상장한 첫 e커머스가 된다는 데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다만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는 남아있다. 현재 김슬아 컬리 대표가 컬리에 가진 지분은 6.67%에 불과하며 주요 투자자 대부분이 중국·홍콩·러시아 등 외국계 기업이다. 상장 이후 컬리가 경영권 분쟁에 휘말릴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는 '차등의결권' 제도가 없어 지분이 낮은 김 대표가 실질적인 경영권자가 되지 못할 우려가 크다. 이는 곧 일반 주주들의 피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한국거래소도 이 문제를 하루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SSG닷컴, 오아시스마켓, 티몬 등 경쟁업체들 역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는 점도 컬리의 상장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SSG닷컴은 당초 2023년까지 상장 준비를 마친다는 계획이었으나 최근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며 올해나 내년 중 IPO를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아시스마켓 역시 지난달 한국투자증권을 대표 주관사로 추가 선정한 데 이어 지난 7일 500억원대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를 7500억원대로 키우며 컬리를 바짝 뒤쫓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컬리가 2~3년 전만 해도 독보적인 사업 모델이었지만 최근 비슷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쟁업체들이 생기면서 정체성이 모호해진 점이 있다"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경쟁력을 잃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컬리 입장에서도 하루빨리 IPO를 추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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