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나 맛있길래' 공학도가 만든 고품질 한우에 160억 베팅[이노머니]

머니투데이 김건우 기자 2021.07.23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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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핫딜]설로인, 160억 시리즈B 투자유치…올해 예상 매출액 24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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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맛있길래' 공학도가 만든 고품질 한우에 160억 베팅[이노머니]


값비싼 한우는 매년 소비량이 늘고 있지만 구매 방식은 크게 변하지 않는 품목 중 하나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돼지고기나 닭고기는 온라인으로도 구매하지만 한우는 직접 보고 구매하는 비율이 여전히 높다. 상품 선택도 구체적인 판단 근거가 부족해 등급에만 의존해 구매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지만 같은 등급, 같은 부위를 구매해도 도축 방법이나 판매자에 따라 품질은 천차만별이다.

2017년 9월 설립된 설로인은 한후 도축, 숙성, 가공, 판매 전 과정에 과학적인 시스템을 접목해 균일한 맛의 고품질 한우를 공급하는 푸드테크 스타트업이다. 변준원 설로인 대표는 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를 졸업하고 한화, 외국계 컨설팅 기업을 거쳐 2016년 창업에 나섰다. 창업 아이템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대표 간식인 빌통에서 떠올린 육포였다. 육포 개발을 시작한 뒤 건조 온도, 시간, 양념 등을 바꿔가며 연구했지만, 정작 가장 큰 문제는 원재료인 소고기였다.



변 대표는 "육포를 만드는 과정 중에서 유일하게 통제가 안 되는 요소가 고기였다. 똑같은 제조공정, 양념을 넣더라도 소고기의 종류에 따라 맛이 달라졌다"며 "값비싼 한우가 이렇게 품질 차이가 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최고로 표준화된 맛의 고기를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피봇(사업전환)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변 대표의 한우 개발 노력에 벤처캐피탈(VC)들도 동참했다. 설로인은 최근 160억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 2019년 하나벤처스의 시드투자를 시작으로 누적 투자금액만 220억원에 달한다. 이번 시리즈B에는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등 기존 투자사와 SV인베스트먼트, KTB네트워크, SL인베스트먼트, 원익파트너스가 신규 투자했다.



'얼마나 맛있길래' 공학도가 만든 고품질 한우에 160억 베팅[이노머니]
독자적인 숙성 시스템으로 균일한 맛의 한우 만든다
설로인은 소를 도축한 후인 원육 상태부터 선별해 과학적으로 숙성, 가공한다. 원육 단계에서는 소의 연령, 육색, 지방색, 단백질 분포 등 구체적인 데이터를 기준으로 선별한다. 변 대표는 "한국은 소 사육 방식이 표준화돼 있고, 기후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아 원육의 품질에 미치는 요소가 적다"며 "오히려 도축 이후 원육 선별을 잘 한 뒤 숙성, 가공 과정이 맛을 좌우한다"고 말했다.

설로인은 선별한 원육을 부위와 근육을 기준으로 다시 재분류한다. 예를 들어 일반 정육점에서는 등심을 6개 부위로 나눠 팔지만, 설로인은 등심을 구성하는 10개 근육별로 다시 재분류한다. 이후 냉장 온도에서 일정기관 보관하는 독자적인 숙성 시스템으로 고기의 맛을 살린다. 숙성 시간 동안 원육 내 효소가 근육 섬유질을 분해시켜 고기를 부드럽게 해주고, 소고기 특유의 감칠맛을 강하게 해준다.


변 대표는 "단백질 자기분해 효소의 활성도를 조정해 부패와 이치가 발생할 수 있는 요인을 제거하고, 미생물 제어 및 효소의 활성도를 조정해 세부 부위별로 맛의 표준화를 만들고 있다"며 "고객이 고민하지 않고 원하는 고기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설로인은 단순히 숙성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 효소를 고기 표면에 접종, 배양시켜 균일한 맛을 내고 있다. 회사는 고기 맛을 좌우하는 3개 균주를 찾았고, 균주 및 배양 과정에 대한 특허 출원도 준비 중이다. 현재 진행 중인 2개 균주의 개발이 끝나면 총 5가지 맛의 한우 제품을 출시할 계획이다. 변 대표는 "균주 및 배양과정의 개발이 끝나면 계절별로 식감이 다른 한우를 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설로인은 포장 단계도 차별화했다. 외부로부터 유입되는 공기(산소투과도)가 일반 진공포장의 30분의 1 밖에 되지 않는 특수포장을 적용해 2주 이상 냉장보관이 가능하도록 했다.

'얼마나 맛있길래' 공학도가 만든 고품질 한우에 160억 베팅[이노머니]
올해 매출 240억원 목표, 하반기 돼지고기 시장도 진출
설로인은 창업 3년여만에 프리미엄 고기 브랜드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이 공급받는 소고기란 입소문이 돌면서 매출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2019년 30억원이던 매출은 2020년 100억원 수준으로 올랐고, 올해 예상 매출은 240억원이다. 1분기에만 이미 4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하반기부터는 한우에 이어 돼지고기, 닭고기까지 사업 영역을 확장할 예정이어서 고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변 대표는 "구이용 시장만 1조원이 넘는 한우 시장에서 설로인 브랜드를 확고히 하겠다"며 "하반기 돼지고기 시장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향후 닭고기는 가정간편식(HMR) 형태로 선보일 계획이다"고 했다.

설로인은 시리즈B 투자금을 육류 도매시장 효율화를 위한 B2B(기업간거래) 플랫폼 개발과 스마트팩토리 공장 증설, 우수 인재 확보에 사용할 예정이다. 내년 3분기 공장증설이 완료되면 연 2000억원 규모의 한우 제품 생산이 가능해진다.

시리즈B에 참여한 VC들은 설로인이 소비자가 믿고 구매할 수 있는 육류 브랜드 기업으로 성장하고 있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특히 소규모 육가공 업체들을 연계한 B2B 플랫폼이 새로운 육류 유통시스템을 만들어낼 것으로 기대했다.

시리즈B를 리드한 KTB네트워크 관계자는 "육류는 유통기한이 짧고, 재고 관리가 쉽지 않다는 단점이 있다"며 "설로인이 B2B 플랫폼을 구축하면 전국 육가공업체들이 보유하고 있는 재고 현황 파악이 가능하고, 여기에 신속한 물류를 결합한다면 새로운 빅데이터 사업을 펼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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