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트 이준석 vs 츄리닝 류호정…'패션정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1.07.24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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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장 슈트 차려입은 이준석 대표 vs 점프슈트와 원피스 '파격' 류호정 의원

(좌측)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우측)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사진=뉴스1(좌측)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우측)류호정 정의당 국회의원/사진=뉴스1


#지난 6월 헌정사상 처음으로 30대 당대표가 된 1985년생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대표로 선임된 다음날부터 바로 정장 수트를 걸치고 등장했다. 대표로 당선되기 직전까지 편안한 스웨터를 즐겨입던 이 대표는 그의 소탈한 복장을 즉시 포기했다.



국회 첫 출근날 따릉이를 타고 노 타이(NO Tie)로 가벼운 느낌이었지만 그는 하의와 상의 재킷을 세트로 맞춰입는 정장 수트 셋업에 검은색 구두를 신었다. 등에 맨 백팩이 산뜻해 보수적이라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사실 다들 따릉이에 주목하느라 정작 그의 달라진 복장에 주목하는 사람은 별로 없었다. 국회에 출근하면서 이 대표가 TPO(시간, 장소, 상황)에 맞춰 옷을 입었기 때문이었다.

'최연소 당대표' 당선 이튿날, 그는 수트 셋업을 장착했다
국내 다수 정치인의 이미지 메이킹을 해온 강진주 퍼스널이미지연구소 소장은 "편한 옷을 즐겨입던 이준석 대표가 즉시 정장을 마련해 입고 등장한 것을 보고 조금 놀랐다"며 "이 대표가 기성 정치인들처럼 남성 정장 수트를 걸친 것을 분명하지만 보수적인 차림을 했다고 젊은 정치인으로서 그의 개성이 사라진 것도 아니었다"고 평했다.



수트 이준석 vs 츄리닝 류호정…'패션정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가 30대 당 대표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고 백팩과 헤어스타일로 충분히 젊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당 대표로서의 지위에 맞는 복장을 갖춘 것은 매우 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1992년생 류호정 의원은 21대 국회 최연소 의원이다. MZ세대(18세~34세)인 그는 지난해 8월 국회 본회의에 핑크색 원피스를 입고 출근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류 의원은 CBS라디오에서 자신의 복장을 둘러싼 비판에 대해 "국회의 권위는 양복에서 나오지 않는다"며 "50대 중년 남성 중심의 국회라고 하는데 그게 검은색, 어두운색 정장과 넥타이로 상징되는 측면이 있어서 그런 관행을 깨보고 싶었다"고 받아쳤다.

이후에도 그는 지난해 택배노동자 작업복을 입고 퍼포먼스를 하며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을 요구했으며 지난달 16일에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타투가 그려진 등이 노출된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채 구호를 외쳤다. 이어 23일에는 노란색 맨투맨에 멜빵바지를 입고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 참석했으며 이달 21일에는 열린 청년정의당 채용비리신고센터 '킬비리' 설립 기자회견에서 노란색 츄리닝을 맞춰입고 등장했다.


패션업계에서 25년 넘게 일한 송은희 아이에이씨(IAC) 대표는 "류호정 의원의 패션은 정치인의 퍼스널(개인) 마케팅의 일종이며 젊은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그렇게 과감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좋다"며 "류 의원은 젊은 여성 의원으로서 국회의 엄숙주의를 깨뜨리고 있으며 패션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평했다.

류호정 의원이 그간 입었던 다양한 복장들. 사진=뉴스1 류호정 의원이 그간 입었던 다양한 복장들. 사진=뉴스1
패션업계에서는 정치 신인인 류호정 의원이 '젊은 여성'으로서 자신의 강점을 잘 살려 패션을 통한 이슈 메이킹(화제 환기)에 성공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젊다"는 것은 정치권에서는 충분히 상품성이 있는 요소이고 젊음과 패션을 적극 이용한 메시지 전달에 성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의 한 인사는 "어린 여성 정치인에 대한 사회적 거부감 때문에 반감을 가지고 류 의원의 패션 퍼포먼스를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이것도 다 과도기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TPO(시간, 장소, 상황)와 드레스코드, 엄숙함과 파격의 경계 그 어딘가
서른일곱살(1985년생)의 이준석 대표는 보수적인 패션을 택했고 서른살(1992년생)의 류호정 의원은 파격적인 패션을 택했다. 같은 30대 '최연소' 당수와 '최연소' 국회의원이 정반대의 선택을 한 것이다.

미국이나 유럽에서 패션은 이미 100여년 전부터 정치권에서 '메시지'를 전달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패션은 시대를 반영하는 거울이면서 동시에 정치적인 것이었다. 패션업계가 정치를 말하고 정치인은 패션을 통해 말했다. 뉴웨이브 패션의 선봉에 선 프랑스 디자이너 마린 세르는 "제가 만드는 것, 그것을 만들어내는 방법, 제가 만든 것에 대해 말하는 방법, 이 모든 것이 나에게는 정치"라고 말했다. 국무장관은 자신의 의사를 그날의 브로치를 통해 전달하고 대통령은 넥타이 컬러를 통해 자신의 힘을 과시했다.

아직은 보수적인 한국사회에서 당 대표 이미지에 맞춰 정장을 입은 이준석 대표와 달리 국회의원의 복장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류호정 의원의 복장은 여전히 논란거리로 남아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타투가 그려진 등이 노출된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 의원은 'K-타투' 산업 육성과 타투이스트 노동권 보호를 위해 지난 6월 11일 '타투업법'을 대표 발의했다. (류호정 의원 페이스북 캡처) 2021.6.16/뉴스1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앞에서 열린 '타투업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에서 타투가 그려진 등이 노출된 보라색 드레스를 입은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류 의원은 'K-타투' 산업 육성과 타투이스트 노동권 보호를 위해 지난 6월 11일 '타투업법'을 대표 발의했다. (류호정 의원 페이스북 캡처) 2021.6.16/뉴스1
강진주 소장은 "한국에서는 여성 정치인의 패션에 대해 매우 보수적인 잣대를 적용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여성 정치인의 패션은 메르켈 독일 총리처럼 전통적이고 엄숙하거나 힐러리 상원의원의 영부인 시절처럼 우아한 것의 두 종류로 나뉘는데, 류 의원의 복장은 지금 여성 정치인의 일반적인 복장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류 의원이 지난해 본회의장에서 입었던 원피스까지는 젊은 여성 의원에게 허용될 수 있는 옷이지만 멜빵바지나 점프슈트, 보라색 드레스는 한국 사회에서는 '선을 넘었다'는 느낌을 준다"며 "각각의 옷들은 창의성, 자유로움, 편안함, 섹시함을 뜻하는데 이런 옷들은 일하는 여성의 비즈니스 복장이라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대중은 '과한 것'에 눈길을 주지만 패션이 과도해 메시지를 삼켜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반면 송은희 대표는 "지금은 파격적인 복장에 메시지가 가릴 수 있지만 결국에는 류 의원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통할 것"이라며 "한국 사회는 지금 변화를 마주한 상태고, 우리는 젊은 여성의원의 파격적인 등장과 그의 시도를 환영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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