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지 않은 길 가야 역사가 된다" 효성 조현준의 수소 도전史

머니투데이 우경희 기자 2021.07.26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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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제로로 진화하는 그린뉴딜]<6>효성그룹①

효성 세종청사 수소충전소 건설 현장./사진=효성효성 세종청사 수소충전소 건설 현장./사진=효성


"가보지 않은 길은 누구나 두렵지만, 그 첫 걸음이 새로운 세상을 여는 역사가 된다."

조현준 효성 회장의 말은 효성의 그린뉴딜 수소사업 도전사를 한 문장으로 요약해준다. 현대자동차그룹이나 SK그룹, 포스코그룹, 현대중공업그룹 등 수소사업을 주도하는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효성의 존재감은 유독 빛을 발한다. 수소불모지였던 국내서 충전소사업을 시작, 첨단섬유와 액화수소사업으로 영역을 거침없이 넓힌다.

조 회장 취임 이후 효성은 국내 대표 소재기업을 넘어 수소와 친환경 에너지 부문 연구 개발 및 투자에 주력하고 있다. 저탄소 그린라이프 시대를 선도하는 기업으로 발돋움하고 있다. 조 회장 스스로도 기준을 높이고 있다. 지난 6월 열린 액화수소공장 기공식에서 "세계를 향한 도전을 이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사업포트폴리오도 구체화되고 있다. 효성의 수소사업은 크게 세 갈래다. △효성중공업이 생산·조립·건립에 이르기까지 토탈솔루션을 제공하는 수소충전소사업과 △역시 효성중공업이 린데그룹과 함께 추진하는 액화수소사업, △수소저장용기의 핵심소재로 쓰이는 효성첨단소재의 탄소섬유사업이다.

자재·생산·조립·건립...효성, 수소충전소 토탈솔루션 제공
21일 울산 효성화학 용연공장 부지에서 진행된 효성-린데 수소 사업 비전 선포 및 액화수소플랜트 기공식에서 조현준 효성 회장이 인사말 하고 있는 모습/사진=효성21일 울산 효성화학 용연공장 부지에서 진행된 효성-린데 수소 사업 비전 선포 및 액화수소플랜트 기공식에서 조현준 효성 회장이 인사말 하고 있는 모습/사진=효성


효성중공업은 수소충전소 건립에 필요한 모든 자재를 직접 생산한다. 또 조립·건립에 이르는 토탈솔루션 사업을 제공한다.

효성중공업은 2008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국회를 비롯해 안성, 백양사, 성주, 언양 등 고속도로 휴게소 총 18곳에 수소충전소를 세웠다. 35%의 시장 점유율을 가진 국내 1위다.

효성중공업은 회전기와 압축기 등 중공업 분야 기술력을 기반으로 지난 2000년 압축천연가스(CNG) 충전 시스템 사업에 진출했다. 이게 기반이었다. CNG 충전시스템에서 얻은 기술과 운용 역량을 기반으로 2008년 현대자동차로부터 화성 남양연구소에 수소충전소 건립을 제안받았다. 수소충전소 보급 사업의 시작이다.


국가 주요시설 수소충전소 구축도 도맡았다. 2019년 9월엔 국회에 서울시내 첫 상업용 수소충전소를 구축했다. 2020년 8월에는 정부세종청사 내 첫 수소충전소를 구축했다.

효성중공업이 만든 수소충전소는 700바(Bar)급 규모로 3~5분 안에 충전이 가능해 시간당 수소차 5대 이상을 충전할 수 있다. 또한 설치 면적이 적고 압축기 등의 내구성도 우수하다. 자체 기술 개발을 통해 수소 충전기, 수소가스 냉각시스템, 수소가스 압축 패키지 등을 국산화했다. 신속한 애프터서비스와 지속적인 업그레이드가 가능하다는게 가장 큰 강점이다.

또 충전 결과에 따른 데이터분석을 통해 충전 현황은 물론 문제 발생시 신속한 원인 파악이 가능하다. 수소 감지기, 불꽃 감지기, 압력센서 등 실시간 안전관리 시스템도 갖췄다.

세계 최대 액화수소 공장 착공, 밸류체인 스스로 만든다
효성 용연공장 전경/사진=효성효성 용연공장 전경/사진=효성
단일규모 세계 최대 생산량을 자랑하는 용연 액화수소 생산공장은 효성 수소사업의 일대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조현준 회장은 지난해 4월 산업용 가스 전문 세계적 화학 기업인 린데그룹과 손잡고 세계 최대 규모의 액화수소 공장을 세운다고 선언했다. 효성과 린데가 함께 수소의 생산부터 공급에 이르는 밸류체인을 구축한다.

조 회장은 "수소는 기존 탄소 중심의 경제구조를 바꿀 수 있는 친환경 에너지로 그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며 "효성중공업이 추진하는 액화수소 사업의 핵심은 효율적이고 안전하게 수소를 저장하고 운송할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효성이 향후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하는 데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효성과 린데는 올해 2월 조인트벤처(JV) 투자계약을 체결하고 6월 울산 용연에서 수소사업 비전선포 및 액화수소플랜트 기공식을 개최했다. 액화수소 생산 면에서 효성이 국내 기업 중 가장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효성중공업과 린데는 '수소응용기술을 통한 탄소중립 대한민국 건설'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이를 위해 △수소 생산 및 충전 설비의 안정성과 신뢰성, 경제성을 확보하기 위한 R&D(연구개발)확대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블루수소 및 그린수소 추출 기술 개발 및 설비 국산화 △탄소 저감 기술개발을 통한 탄소중립 수소 사업 기반 구축 등을 3대 과제로 정하고 적극 추진한다.

효성중공업과 린데의 생산 합작법인인 린데수소에너지㈜는 용연 부지에 연산 1만3000톤 규모(승용차 10만대 1회 충전 가능 물량)의 액화수소 플랜트를 완공해 2023년 5월부터 본격 가동할 예정이다. 단일 공장 규모로는 세계 최대다. 신설 공장에서는 효성화학 용연공장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에 린데의 수소 액화기술을 적용해 액화수소를 생산한다.

린데는 세계 최고 수준의 액화수소 생산기술을 갖고 있다. 액화수소는 기체 상태의 수소를 액체화 해 부피를 800분의 1로 줄인 상태다. 저장 및 운송이 훨씬 쉬워진다. 액화수소 충전 시 승용차 1대에 소요되는 충전시간은 3분으로, 기체수소(12분)보다 훨씬 빠르다. 또 기체수소 충전소의 30% 수준의 부지에도 충전소 건립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생산된 액화수소는 차량용은 물론 드론, 선박, 지게차 등의 다양한 모빌리티 분야에 사용된다. 연관 산업의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판매 합작법인인 효성하이드로젠㈜은 액화수소 플랜트 완공 시점에 맞춰 액화수소 충전인프라를 구축한다. 울산시에 국내 제1호 액화수소 충전소를 짓는다. 정부의 대형 상용 수소차 보급 정책에 따라 전국 30여곳에 대형 액화수소 충전소를 건립해 액화수소 생산, 운송 및 충전시설 설치와 운영을 망라하는 밸류체인을 구축할 방침이다.

이와 별도로 효성중공업은 중장기적으로 액화수소 생산 능력을 3만9000톤까지 늘리기 위해 5년 간 1조원을 투자한다. 효성중공업은 향후 부생수소를 넘어 태양광이나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서 나온 전기로 생산하는 그린수소 기반의 수소 생산을 위해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추진, 설비를 국산화할 계획이다.

탄소섬유로 저장-운반까지 마침표
효성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사진=효성효성첨단소재 전주 탄소섬유 공장./사진=효성
수소연료탱크는 일반 공기보다 500~900배 이상의 고압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고강도의 저장용기가 필수적이다. 꿈의 소재라고 불리는 탄소섬유가 제격이다.

탄소섬유는 내열성, 내충격성, 내화학성을 갖추고 있고 철보다 10배 강하지만 무게는 4분의 1 수준이다. 연료용 CNG 고압용기, 자동차용 구조재, 풍력, 우주항공용 소재와 스포츠레저용 제품 등 철이 사용되는 모든 곳에 대체재로 활용할 수 있어 용도가 다양하다.

효성첨단소재는 2007년 탄소섬유 개발에 뛰어든 이후 최단기간만인 2011년 일본, 독일,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4번째, 국내에서는 최초로 탄소섬유 독자기술 개발에 성공했다. 2013년 5월부터 전북 전주 친환경복합산업단지에 연산 2000톤 규모 탄소섬유 공장을 완공해 운영해 왔다.

효성첨단소재는 전주 탄소섬유 공장에 2028년까지 약 1조 원을 투자해 연산 2만4000톤의 탄소섬유를 생산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단일규모로는 세계 최대규모로 지난해 1차 증설을 완료해 연산 4000톤 규모의 생산 능력을 확보하고 있다. 최근 2차 증설계획을 발표하고 758억원을 투자해 2022년까지 연산 6500톤 증설도 진행 중이다.

효성첨단소재는 최근 한화솔루션㈜과 고압용기에 쓰이는 고강도 탄소섬유를 올해부터 6년간 장기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하면서 안정적 수주물량을 확보해 주목받기도 했다.

탄소섬유를 적용한 차량의 CNG(Compressed Natural Gas) 연료 탱크나 수소 연료 탱크는 기존의 금속 탱크보다 중량이 적기 때문에 차량의 주행성능을 향상시키고 배기가스 배출도 감소시키는 효과가 있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탄소섬유는 고강도·고탄성·경량화의 장점을 바탕으로 수소를 넘어 도심 항공 모빌리티(UAM), 항공 우주, 선박용 연료 탱크 등 다양한 용도로 확대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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