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히트 친 현대차·기아..파업 리스크 딛고 하반기 질주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2021.07.23 05:30
글자크기
해외서 히트 친 현대차·기아..파업 리스크 딛고 하반기 질주


현대자동차·기아가 올 들어 코로나19 확산세와 차량용 반도체 쇼크를 극복하고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하면서 글로벌 업황 회복의 최대 수혜주로 주목받고 있다. 올 하반기에도 전기차를 포함한 신차 출시와 예상보다 빨라진 자동차 수요 확대 등의 영향으로 실적 호조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23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현대차 (231,000원 ▼2,500 -1.07%)·기아 (111,000원 ▼2,100 -1.86%)의 올 상반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92조6382억원, 6조106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6.7%, 198.8%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 대비 33.3% 증가한 해외 판매량(281만821대)이 전체적인 실적을 견인했다. 내수는 66만4479대로 거의 비슷했다. 코로나 팬데믹(전세계적 유행)에 따른 글로벌 수요 위축이 뚜렷했던 지난해엔 개별소비세 인하 등으로 내수가 실적을 떠받친 것과는 다른 양상이다.

특히 지난 2분기엔 코로나19 재확산세와 차량용 반도체 수급대란에도 눈에 띄는 호실적을 거뒀다. 현대차·기아의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8조6656억원(현대차 30조3261억원+18조3395억원) , 3조3732억원(현대차 1조8860억원+영업이익 1조4872억)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5%, 358.6% 늘어났다. 역시 지난해 2분기 대비 72.5% 급증한 해외 판매량(143만6475대) 덕을 톡톡히 봤다. 내수(34만8991대)는 오히려 같은 기간 9.8% 줄었다. 영업이익의 경우 사상 최대였던 2012년 2분기(3조7687억원)에 근접하는 역대급 규모다. 현대차는 2014년 4분기 이후 7년만에 영업이익이 1조8000억원을 넘었고, 기아는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이다. 영업이익률은 현대차가 6.2%, 기아가 8.1% 기록했다.



하반기도 긍정적인 전망에 무게가 실린다. 우선 현대차가 노동조합(노조) 리스크를 털어낸 게 실적에 큰 기여를 할 것이란게 업계의 시각이다. 지난 20일 현대차 노사는 임금·단체협상(임단협) 잠정합의안을 도출했다. 파업 우려가 컸지만 사측이 제시한 △기본급 7만5000원(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성과금 200%+350만원 △품질향상 및 재해예방 격려금 230만원 △미래경쟁력 확보 특별합의 주식 5주 △주간연속2교대 포인트 20만포인트 △재래시장상품권 10만원 등을 골자로 한 임단협 최종안을 노조가 받아들인 것. 이 잠정합의안에 대한 찬반 투표가 남아있긴 하지만 2019년 이후 3년 연속 무분규 임단협 타결이란 전통이 이어지면서 하반기 생산물량에 대한 불확실성이 해소됐다는 평가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반기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현대차의 노사합의는 중요하다"며 "미국 등을 중심으로 글로벌 판매가 가속화되고 있어 파업 없이 생산을 제대로 해준다면 최종 실적에 긍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3년 연속 부문규 노사합의 호재로..미국·유럽 회복세도 긍정적
코로나 기저 효과를 극대화하며 글로벌 빅2 시장인 미국과 유럽 시장이 살아나고 있는 것도 고무적이다.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올 상반기 유럽에서 전년 동기 대비 40.1% 증가한 49만4158대를 판매했다. 현대차 (231,000원 ▼2,500 -1.07%)기아 (111,000원 ▼2,100 -1.86%)가 각각 39.3%, 40.8% 늘어난 24만2922대와 25만1236대를 팔았다.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실적(648만6351대)이 같은 기간 27.1% 증가한 것보다도 훨씬 웃도는 성과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의 유럽 시장 점유율도 같은 기간 0.7% 포인트 높아진 7.6%(현대차 3.7%+기아 3.9%)를 기록했다.


미국 시장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제네시스 포함)·기아의 올 상반기 판매량은 80만4944대에 달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8.1% 증가한 수치다. 상반기 역대 최대 판매량인 2016년(70만2387대)과 비교해도 약 15% 늘었다. 현대차와 기아 개별 브랜드로도 상반기 기준 최대 판매량을 경신했다. 현대차는 42만6433대, 기아는 37만8511대를 판매해 전년대비 각각 52.2%, 43.7% 증가했다. 특히 매달 월간 최대 판매량을 경신하고 있는 제네시스의 약진은 눈에 띈다. 이미 지난해 상반기 대비 155.9% 늘어난 1만9298대를 팔았다.

권순우 SK증권 애널리스트는 "내수에서 호조를 보였던 주요 차종들의 해외 판매가 본격화되고 낮은 재고에 따른 경쟁 완화, 선순환 진입에 기반한 금융법인의 이익이 증가할 것"이라며 "우려 요인이던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도 3분기부터 완화되며 정상화가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유지웅 이베스트증권 애널리스트는 "기아도 그간 강점을 보여왔던 쏘렌토·텔룰라이드·카니발에 이달부터 판매가 시작되는 스포티지를 기반으로 하반기 이익모멘텀을 견인할 것"이라며 "전기차인 EV6는 이미 국내시장에서 높은 소비자 반응이 확인된 바 있어 그룹사의 전동화 전략을 주도할 차종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車반도체 수급난 '우려' 여전...환율 변동성-원자재가 상승도 부담
다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 문제는 여전히 실적 개선세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2분기를 정점으로 3분기부터 상황이 점차 나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완전한 정상화엔 긴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일부 품목의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은 3분기까지 이어진 뒤 4분기부터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신흥국 중심의 환율 변동성 확대와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대외 요인도 하반기 경영 활동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장홍창 한국자동차연구원 선임연구원도 "반도체 공급난은 내년까지 국내 자동차 산업에 영향을 끼칠 것"이라며 "정상 생산 수준 회복이 아닌 지연된 생산량만큼 추가 공급돼야 자동차 산업 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현대차그룹은 반도체 공급 부족과 관련해 △전사 역량을 동원한 추가 물량 확보 추진 △연간 발주를 통한 선제적 재고 확보 △주요 반도체 업체와의 파트너십 추진 등을 통해 하반기 생산을 늘려 상반기에 빚어진 일부 생산 차질을 만회할 계획이다. 아울러 △대체소자 발굴 지속 △부품 현지화율 확대 △공급 업체 다변화 △선행 재고 관리와 같은 선제적인 노력을 병행할 예정이다. 기아의 경우 올 상반기에만 반도체 부족으로 사업계획대비 6만대의 생산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필수 교수는 "하반기에도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며 "현재 3% 수준인 반도체 물량 자급률을 향후 10% 정도까지 늘려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현대차는 대외적인 리스크가 지속되고 있는 어려운 경영환경이 예상되지만 픽업트럭 싼타크루즈, 제네시스 GV70 등 주요 신차들의 성공적인 글로벌 시장 안착을 통해 수익성과 경쟁력 개선 추세를 이어갈 예정이다. 아울러 하반기부터 브랜드 첫 전용전기차 아이오닉 5 생산 정상화를 통한 판매량 확대 및 제네시스 최초의 전용 전기차를 출시하는 등 친환경 차량 판매에 주력,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환경규제에 적극 대응할 방침이다.

기아도 최근 국내에 먼저 선보인 신형 스포티지와 3분기 출시를 앞두고 있는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 EV6에 대한 시장의 높은 관심을 판매실적으로 이어가 RV(레저용) 명가이자 친환경차 선도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한다는 계획이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