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MRO'사업 정조준...새로운 '캐시카우'될까

머니투데이 임찬영 기자 2021.07.2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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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특허청/사진= 특허청


쿠팡이 MRO(소모성 자재구매 대행)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MRO 사업 특성상 시장에 안착할 수만 있다면 안정적인 이익을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본업 e커머스 이외에 새로운 '캐시카우'가 필요한 쿠팡 입장에서는 기존 물류인프라를 활용해 충분히 공략할만한 시장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최근 MRO 사업에 뛰어들기 위한 준비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2일 '쿠팡비즈'를 출원 신청하면서 상표명 정보란에 '가구 소매업', '가위 소매업' 등 MRO 관련 상품군을 명시하는 등 사업 영역을 구체화하는 중이다.



쿠팡이 뛰어드는 MRO 사업은 문구류 등 소모성 자재를 구매해 기업에 공급해 주는 것이다. 대중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시장 규모만 20~30조원에 달하는 큰 시장이다. 특히 사업 특성상 시장에 안정적으로 안착할 수만 있다면 고정적인 수익을 올릴 수 있기 때문에 기업들의 '캐시카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최근 e커머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인터파크도 MRO 사업을 통해 안정적인 수익을 올리고 있다. 코로나19(COVID-19) 장기화로 주력 사업인 여행·공연 분야가 큰 타격을 맞고 있지만 MRO 사업인 '아이마켓코리아'는 꾸준히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소모성 자재는 기업 운영에 필수적인 품목이기 때문에 거래처가 망하지만 않는다면 꾸준한 매출을 기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MRO 사업이 기업의 '캐시카우' 역할을 담당할 수 있는 만큼 쿠팡도 MRO 사업을 통해 신규 매출을 창출하고, 이익을 올림으로써 본업인 e커머스분야에서의 적자폭을 일정부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쿠팡이 단기간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뤄내고, 뉴욕증시 상장에도 성공했지만, 그만큼 적자 폭도 커져 '캐시카우' 사업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다만 업계에선 이번에 쿠팡이 뛰어드려는 MRO 사업은 일반적인 MRO 방식과는 조금은 다른 방식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존 MRO 사업자들은 대기업 등 규모가 큰 기업과 직접적인 계약을 통해 MRO 사업을 진행해왔는데, 쿠팡은 쇼핑몰 등을 통해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MRO 사업을 진행할 확률이 높다는 설명이다.

이는 일반적인 MRO 사업에 뛰어들 경우 쿠팡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MRO 사업은 기업마다 영역에 맞는 전문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하지 않은 대신 진입장벽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게다가 직계약을 통해 이뤄지는 MRO 사업은 A4 용지 등 소모성 자재를 전산화해서 거래하기 때문에 시스템 교체에도 큰 비용이 수반된다.


이에 쿠팡은 쿠팡이 가진 e커머스 역량을 활용해 직계약이 아닌 쇼핑몰 형태의 MRO 사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 MRO 사업과는 경쟁력 면에서 뒤처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본업의 역량을 최대한 활용하려는 의도다. 여기에 쿠팡이 가진 물류 경쟁력까지 합쳐지면 MRO 사업에 새롭게 진출하더라도 강한 경쟁력을 지닐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아직 몰 형태의 MRO 시장 규모가 크지 않고 성장 속도가 느리다는 점은 쿠팡이 해결해야 할 요소라는 평가다. MRO 사업 내에서도 몰 형태의 MRO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는 잠재성이 높은 영역이지만 소상공인 등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규모가 작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MRO 업계 한 관계자는 "쿠팡이 진출하려고 예상되는 MRO 시장은 잠재성이 크고 꾸준히 매출도 나오고 있는 시장"이라면서도 "기존 MRO 시장보다 시장 규모가 작고 직접 거래가 아닌 몰 형태로 운영되는 사업이다 보니 성공을 점치기엔 아직 이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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