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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도 버티는데…" 올림픽 골판지침대에 속썩는 韓업체

머니투데이 오진영 기자 2021.07.23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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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종이 가구' 제작·수입 업체를 운영하는 A씨(35)는 도쿄올림픽의 조롱거리가 된 '골판지 침대'가 야속하기만 하다. 종이가구는 친환경·경제적인 상품이지만 '앉으면 푹 꺼진다'는 골판지 침대 영상이 공개되면서 부정적인 인상이 생겼기 때문이다. A씨는 "종이 침대는 최대 360kg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며 "올림픽 때문에 고객들이 종이 가구를 싫어할까 걱정된다"고 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도입된 골판지 침대의 '부실함'이 애꿎은 국내 업계로 불똥이 튀었다. 종이 가구는 친환경 소재로 만든데다 조립이 쉬워 경제적이지만 올림픽용 골판지 침대가 문제점을 보이면서 허술하다는 오명을 쓰게 됐다. 업계는 가볍고 저렴한 종이 가구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면서 섣불리 '부실 가구'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300kg 견디고 물에도 '거뜬'…"종이 침대가 부실하단 인식 아쉬워"
2020 도쿄올림픽에 사용될 '골판지 침대'의 무게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트위터 계정 'airweave'2020 도쿄올림픽에 사용될 '골판지 침대'의 무게 실험을 하고 있는 모습. / 사진 = 트위터 계정 'airweave'


22일 종이 가구 제작·판매업체 5곳과 이야기를 나눠본 결과 "최근 종이 가구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으로 변했다"고 입을 모았다. 당초 종이 가구는 환경 보호·가벼운 무게·저렴한 가격 등의 장점으로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면서 'MZ상품'으로 꼽혔다. 그러나 도쿄올림픽에서 '골판지 침대'가 비웃음거리가 되면서 시각이 회의적으로 변했다.

업계에 따르면 종이로 만든 침대는 일반적인 침대보다 훨씬 가볍다. 300~360kg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종이침대의 무게는 10~15kg(매트리스·침구 등 제외) 가량이다. 가격도 7만~20만원대로 저렴하며 조립이 가능한 제품은 성인 남성이 한 팔로 들 수 있을 정도의 크기(가로 60㎝·세로 30㎝)까지 축소가 가능하다.

서울 동대문구의 한 제작업체 대표는 "특수하게 방수처리가 된 종이 제품을 사용하기 때문에 물에도 강할뿐더러 2명이 누워도 끄떡없다"며 "1인용 침대의 경우 200kg, 2인용 침대의 경우 300kg까지 견딜 수 있어 무너질 걱정은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설명했다. 또 "판매한 지 5년이 넘었으나 아직까지 파손으로 인한 불만이 접수된 적은 없다"고 했다.

종이 침대는 재활용이 가능하도록 특수처리한 골판지를 여러 겹 덧대 만든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올림픽 선수촌에 배치된 폭 90㎝·길이 210㎝인 슈퍼싱글 크기의 침대는 약 200㎏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일부 프레임이 푹 꺼지는 등 제품에 따라 문제가 있는 '올림픽 침대'가 있을 수 있으나 종이 침대 자체가 폄훼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제작업체 관계자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에 있는 종이 가구에 대한 인식이 안 좋아진 것 같아 안타깝다"며 "도쿄올림픽에 사용되는 골판지 침대의 품질을 놓고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으나 도입 자체는 환경·경제적으로 굉장히 좋은 시도"라고 했다. 이어 "자칫 올림픽에서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면 매상이 떨어질까 전전긍긍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종이침대는 저렴한 가구"…업계도 이해 못 하는 골판지 침대 가격 '200만원'
아일랜드 체조 선수 리스 맥클레너건이 숙소 침대 위에서 뛰고 있다. / 사진 = 리스 맥클레너건 트위터 계정 'McClenaghanRhys'아일랜드 체조 선수 리스 맥클레너건이 숙소 침대 위에서 뛰고 있다. / 사진 = 리스 맥클레너건 트위터 계정 'McClenaghanRhys'
골판지 침대는 가구에 흔히 쓰이는 MDF(목섬유를 압착한 재료)나 PB(목재를 갈아 만든 재료) 소재의 침대보다 환경적으로도 크게 도움이 된다. 백나윤 환경운동연합 활동가는 "종이 가구의 실용성 문제로 인식이 나쁜 것은 맞다"면서도 "기존 가구가 통째로 버려지는 경우가 많아 재활용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해 보면 환경적으로 '골판지 침대'는 긍정적인 측면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는 개당 20만엔(한화 약 210만원)에 달하는 도쿄 올림픽용 골판지 침대의 가격에 대해서는 고개를 내저었다. 소재나 설계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품질을 고려해 볼 때 가격 자체가 200만원을 호가하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시각이다. 해외에서 수입한 고급 제품의 경우 100만원을 넘어서는 것도 있지만 원목·침구가 포함된 가격이다.

A씨는 "침대의 골조를 나무가 아닌 골판지로 만들 경우 특수하게 처리한 종이를 사용하는 것은 맞다"면서도 "골판지 원가 자체가 크게 비싸지 않은데다 대량구매할 경우 가격이 저렴할 텐데 200만원은 선뜻 납득이 안 가는 가격"이라고 설명했다. 또 "자세한 설계는 모르겠지만 종이 침대 자체는 원래 저가용으로 만들어진 제품이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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