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제일제당, 제약 재진출… 바이오 구조 재편하나

머니투데이 박미주 기자 2021.07.22 1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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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바이옴 신약 연구기업 천랩 인수… 건기식 조직 분사 후 합병 가능성도

CJ제일제당 CI/사진= CJ제일제당CJ제일제당 CI/사진= CJ제일제당


CJ제일제당 (332,500원 ▼4,500 -1.34%)이 생명과학정보 기업인 코스닥 상장사 천랩 (14,070원 ▼90 -0.64%)을 인수하며 제약사업에 재진출한다. 제약 계열사였던 CJ헬스케어를 매각한지 약 3년 5개월 만이다. 이를 통해 신약 개발, 진단 시약 등 관련 분야인 '레드바이오'로까지 사업을 확장한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시장을 겨냥해 건강사업CIC(독립조직)를 만들고 분사도 검토하는 만큼 천랩과 합병 등 바이오 사업 구조 재편에 나설지 주목된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은 천랩을 938억원에 인수한다. 기존 주식과 유상증자로 발행되는 신주를 합쳐 44%의 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기업결합을 신청받으면 오는 10월29일자로 경영권을 가져오게 된다.



천랩은 2009년 천종식 서울대학교 생명과학부 교수가 설립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 기업이다. 마이크로바이옴이란 몸 속에 존재하는 수십조개의 미생물과 유전자를 일컫는다.

천랩은 신약 관련 미생물 데이터 분석능력과 기초연구 단계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 마이크로바이옴 플랫폼 사업 확장과 치료제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병원·연구기관과 코호트 연구(비교대조군 방식 질병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보유 중인 마이크로바이옴 실물균주는 5600여개다.
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사진=  CJ제일제당최은석 CJ제일제당 대표이사/사진= CJ제일제당
이번 인수로 CJ제일제당은 기존 화이트 바이오 사업(생분해 플라스틱 소재 제조) 등에서 영위하던 미생물 관련 기술이 진화할 것으로 본다. 최근 구성한 사내 건강사업CIC(Company-In-Company, 사내독립기업)와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건강사업CIC는 임직원 100여명 내외의 건강기능식품 관련 조직으로 건기식 제조·유통·마케팅·연구개발(R&D) 등 전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다. 천랩과 함께 마이크로바이옴 건기식 등을 개발·판매할 수 있게 된다.



건강사업CIC 분사도 검토하는 만큼 대대적인 바이오 사업 구조 재편도 이뤄질 수 있다. 건강사업CIC 부분을 천랩과 통합해 적자 상태의 천랩이 안정적 실적을 낼 수 있도록 할 가능성도 있다. 5년 연속 적자인 경우 상장폐지 대상이라서다. 2019년 1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한 천랩의 지난해 매출은 53억원이나 영업이익은 85억원 손실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실적이 공개된 2014년부터 영업적자를 이어오고 있다.

이와 관련 CJ제일제당 관계자는 "마이크로바이옴은 전 세계적으로 차세대 기술로 여겨지고 있어 천랩 인수는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필요한 전략적 투자"라며 "당장은 천랩 운영에 변동사항은 없겠지만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선 이번 인수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 산업 전반으로 사업영역을 확보하며 시너지를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날 증시에선 전일 대비 천랩이 상한가를, CJ제일제당은 1%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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