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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시평]재건축 규제가 풀리면 집값이 잡힐까

머니투데이 마강래 중앙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 2021.07.23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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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강래 중앙대 교수마강래 중앙대 교수




집값 상승세가 멈추지 않고 있다. 천장이 뚫린 듯하다. 정부의 공급대책에도 다급함이 느껴진다. 2021년 2월 말까지 수도권에 공급하겠다고 밝힌 주택물량은 200만가구에 육박한다. 노태우정부의 주택 200만가구 건설계획에서도 수도권 물량은 90만가구 정도였다. 하지만 일부 부동산 전문가는 정부의 공급계획을 보며 다음과 같은 불만을 토로한다. "주택을 지금처럼 100만채, 200만채 공급해봐라. 집값을 안정화할 수 있겠는가. 문제는 살고 싶은 곳에 주택이 공급되지 않는다는 거다. 사람들이 살고 싶어하는 곳은 어디인가? 바로 서울의 강남과 같은 곳이다. 강남에 재건축 규제를 풀고 밀도를 높여서 개발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

강남은 많은 이가 살고 싶어하는 곳이다. 대한민국에서 교통, 문화, 교육, 일자리 등 모든 분야에서 최상위 인프라가 집중된 공간이니까. 일자리만 보자. 2019년 기준으로 강남3구(강남구, 서초구, 송파구)에만 140만개 일자리가 있다. 이는 서울시 일자리(455만개)의 30%를 차지한다. 그러니 여긴 항상 주택이 부족하다. 그러면 강남엔 어느 정도의 주택이 필요할까. 이를 알아보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일자리 대비 주택수를 계산하는 것이다. 서울시 일자리(455만개) 대비 주택수(295만채) 비중은 65% 정도다. 이 비중을 강남3구에 적용해보자. 필요한 주택수는 90만채 정도다. 하지만 강남3구에는 50만채 정도의 주택이 있을 뿐이다. 40만채 정도가 부족하다.

강남 재건축이 주택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서울에서 재건축을 통한 주택공급이 본격화한 것은 2005년부터다. 2005~2019년 15년 동안 지금까지 서울에서 재건축으로 공급된 주택물량은 고작 11만7600채 수준이다. 하지만 재건축은 기존 집을 부수고 다시 짓는 거다. 재건축으로 멸실된 주택은 8만7500채다. 그럼 재건축으로 증가한 물량은? 15년 동안 3만채 정도 주택이 재건축으로 늘어났다. 35% 정도 증가했다고 보면 된다. 재건축은 공급효과도 거의 없다.



강남에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고, 50층 재건축을 허용하고,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통해 더 많은 주택을 공급한다고 치자. 그러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재건축은 집값 상승의 기대감을 부풀리는 효과가 있다. 더 많은 돈이 강남 부동산으로 몰리게 될 것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이곳에 혁신인재가 많이 거주하니 일자리는 강남으로 더욱 몰려들 것이다. 그리고 증가한 일자리만큼 주택이 또 필요해질 것이다. 강남 재건축을 풀면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믿음, 이건 정말 순진한 생각이다. 서울 핵심 지역의 주택 재건축은 더 큰 수요를 부를 것이 분명하다. 목이 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시면 더 큰 갈증을 부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재건축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재건축 사업의 본질은 노후화한 주택으로 고통받는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집값을 잡겠다며 재건축을 운운하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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