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팬지 무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연구진은 비교적 흔한 종 내 폭력과 달리 종 간 폭력은 주로 포식 관계에서 발생하는 점, 침팬지와 고릴라 무리가 그동안 서로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 등을 감안하면 이번에 관찰된 충돌은 과학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은 로앙고 국립공원에서 45마리의 침팬지 무리를 대상으로 이들의 사회적 관계와 이웃과의 상호작용, 사냥행동, 의사소통 기술 등을 관찰해왔다.
시몬 파이카 오스나브루크 대학 교수는 "그동안 침팬지와 고릴라 사이의 상호작용은 비교적 느슨했다"며 "먹이를 찾는 나무에서 두 종이 평화롭게 상호작용하는 것을 주기적으로 관찰했고, 서로 장난을 치기도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2019년 2월과 12월 침팬지와 고릴라 무리 간 충돌이 발생했다. 첫 충돌이 발생한 2019년 2월 27마리의 침팬지 무리가 52분간 고릴라 무리를 공격했다. 이 과정에서 침팬지 3마리, 새끼 고릴라 1마리가 다쳤다.
두 번째 충돌에서는 27마리의 침팬지 무리가 79분동안 7마리의 고릴라 무리를 공격했다. 새끼 고릴라 한 마리가 죽었고, 암컷 침팬지 한 마리가 죽은 새끼 고릴라를 먹어치웠다.
연구진은 침팬지가 새끼 고릴라를 먹이로 사냥하기 위해서 충돌을 일으켰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침팬지의 흥분 정도가 일반적인 먹이 사냥 때와 다른 패턴을 보였고, 죽은 새끼 고릴라에 관심을 보인 침팬지는 암컷 침팬지 한 마리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오히려 기후변화에 따른 먹이경쟁 강도 상승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막스 플랑크 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가봉 열대 우림의 먹이 자원은 과거만큼 풍족하지 않은데, 이는 인간활동으로 초래된 기후변화의 결과일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 연구결과에 따르면 침팬지와 고릴라의 먹이는 50~80% 가량 겹치는데, 2019년 두 번의 충돌은 식량 부족하고 먹이가 중복되는 시기에 발생했다. 반대로 먹이가 잘 겹치지 않는 4월에는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했다.
논문 제1저자인 라라 서던 막스 플랑크 박사과정생은 "침팬지와 고릴라가 가장 좋아하는 과일이 잘 익는 시기에 두 종 간의 높은 경쟁이 발생할 수 있다"며 "이같은 경쟁이 가열되면 목격된 것과 같은 폭력 상황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