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삼성생명
법원은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 '연금지급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빠져 있다는 점과 해당 내용에 대한 설명이 가입자에게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며 가입자의 손을 들어줬다. 법원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 중 적립액 공제가 되고 나머지를 지급하도록 설계됐다는 점은 약관이나 어디에도 명시돼 있지 않아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이해하고 분석해야만 도출될 수 있는 내용에 해당한다"며 "만기시 환급되는 보험금 상당액을 다 받게 하기 위해 일부를 떼어 놓는 다는 것을 설명해야 하는데 약관에도 없고 상품 판매 과정에서도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문제는 저금리가 장기화하면서 터졌다. 삼성생명 한 가입자는 금리 인하로 연금이 줄자 2017년 6월 연금액이 상품을 가입할 때 설명 들었던 최저보장이율에 못 미친다며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제기했다. 즉시연금은 보험 만기 시 만기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과 그렇지 않은 상품으로 나뉜다. 이중 만기환급형 상품은 가입자가 낸 보험료의 일부를 만기보험금 지급을 위한 재원으로 공제한 후 매월 연금으로 지급한다.
하지만 삼성생명 등 일부 보험사가 판매한 만기환급형 즉시연금 약관에 '연금지급시 만기보험금 지급재원을 공제한다'는 내용이 빠져 있었다. 이에 따라 가입자는 책임준비금을 떼지 않은 금액을 자신이 받는 연금으로 생각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약관에 구체적인 내용은 없지만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해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에 잘못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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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은 당시 분쟁조정위원회를 열고 약관에 '책임준비금은 산출방법서에 따라 계산된다'고 돼 있을 뿐 연금액 산정 방법은 명시돼 있지 않다는 점을 근거로 삼성생명이 연금을 덜 지급했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책임준비금으로 뗐던 돈을 계산해 모두 연금으로 주라고 권고했다. 삼성생명이 민원이 제기된 1건의 조정을 받아들이자 금감원은 삼성생명의 5만5000여건을 포함해 생명보험사 전체적으로 16만건이 넘는 유사사례에 대해 일괄구제를 요구했다. 보험금 지급액으로 따지면 업계 전체로 1조원이 넘는다.
결국 즉시연금 과소지급 연금액과 추가지급 대상, 약관 해석을 놓고 보험사와 당국이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보험사들은 금감원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고 법정의 판단을 받기로 했다. 대신 소송으로 시간을 끌다 소멸시효가 경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판 결과 법원에서 민원인에 대해 추가지급 의무가 있다는 판결이 확정되면 소멸시효와 상관없이 보험금을 전액 지급하기로 했다.
업계는 특히 민원을 제기한 가입자가 예시된 최저보증이율에 미달하는 연금액만 더 달라고 했는데, 금감원 분조위에서 보험사가 영업비용으로 뗐던 사업비까지 다 돌려주라고 한 것이 부당하다고 반발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 상품이 (결과적으로) 다른 상품 보다 이득이 되니까 부당하다는 주장은 (중요한 내용을) 특정해서 설명하고 명시해야 할 의무 위반의 결과를 못 받아 들이겠다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 없어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한편 삼성생명은 다른 보험사들과 마찬가지로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미래에셋생명, 동양생명, 교보생명은 항소해 2심으로 넘어간 상태다. 이밖에 한화·AIA·흥국·DGB·KDB·KB생명의 재판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판결문을 수령 한 후 구체적인 대응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