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제2공항 좌초 위기…제주도민간 찬반 갈등 재점화하나

머니투데이 이창명 기자 2021.07.20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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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반려에 국토부 의지에 따라 최종 결정…당분간 제2공항 건설 기약없이 연기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 에서 열린 제주제2공항 전략환경영향 평가서 재보완 사항에 대한 입장 발표 및 부동의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6.30/뉴스1  (서울=뉴스1) 황기선 기자 = 제주제2공항백지화전국행동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30일 오전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 에서 열린 제주제2공항 전략환경영향 평가서 재보완 사항에 대한 입장 발표 및 부동의 촉구 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1.6.30/뉴스1


제주 제2공항 건설이 좌초 위기에 놓이면서 제주도민간 갈등이 재점화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는 국토교통부가 협의를 요청한 제주 제2공항 건설사업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지난 19일 반려했다. 이는 2015년 11월 서귀포 성산읍을 사업예정지로 발표한 지 6년 만이다. 환경부의 반려 결정으로 제주 제2공항 건설 논의는 원점으로 되돌아왔다.



반려는 재검토(부동의)까진 아니어서 국토부 의지에 따라 다시 추진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환경영향평가로 사업이 기약없이 미뤄지면서 이 기간 동안 갈등이 격화할 수 있다.

제주 제2공항은 제주도민과 성산읍 지역주민 사이에서 평행선을 달려온 사안이다.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합의해 도민 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여론조사 결과를 국토교통부에 전달했을 때도 불과 3~6% 차이로 제2공항 반대 의견이 근소하게 앞섰다. 반면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2공항 건설에 적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송재호·오영훈·위성곤 제주지역 의원 3명은 환경부 반려 발표 이후 도내 갈등에 우려를 나타냈다. 이들은 "환경부의 최종 결정을 존중하지만 제주지역의 부족한 항공인프라 확충의 필요성까지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면서 "제주도민의 선택을 최우선으로 존중한다는 입장 역시 변함이 없고, 이번 결정으로 지난 6년 넘게 지속된 제주도민사회의 갈등이 종식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과 국립환경과학원 등 전문기관의 의견을 받아 검토한 결과, 협의에 필요한 조류 서식지 보호방안과 소음영향 평가 등 중요사항이 재보완서에서 누락되거나 보완내용이 미흡했다고 판단했다.

구체적인 반려 사유는 △비행안전이 확보되는 조류 및 그 서식지 보호 방안에 대한 검토 미흡 △항공기 소음 영향 재평가 시 최악 조건 고려 미흡 및 모의 예측 오류 △다수의 맹꽁이(멸종위기야생생물 Ⅱ급) 서식 확인에 따른 영향 예측 결과 미제시 △조사된 숨골에 대한 보전 가치 미제시 등이다. 이밖에 저소음 항공기 도입 등 소음 예측 조건의 담보방안, 맹꽁이의 안정적 포획·이주 가능 여부, 지하수 이용에 대한 영향 등에 대해서도 더욱 구체적으로 검토 및 작성될 필요가 있다고 환경부는 설명했다.


환경부가 이번에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반려한 배경은 종전과 달라진 것이 없다. 환경영향평가법상 전략환경영향평가 보완 요청은 두 차례만 가능하다. 두 차례의 보완 요청에도 불구하고 요청한 내용의 중요한 사항이 누락되는 등 전략환경영향평가서가 적정하게 작성되지 않았다면 환경부 장관이 반려할 수 있다.

그간 환경부는 국토부에 두 차례 보완을 요청했다. 국토부는 2019년 9월 처음 전략환경영향평가서 본안을 제출했지만 다음달 환경부의 보완요청을 받았고, 같은해 12월 보완서를 제출했으나 환경부는 재보완, 6개월 뒤 추가보완을 요청했다. 이에 국토부는 지난달 11일 재보완서를 제출했으나 환경부는 이번에는 국토부의 협조 요청을 수용하지 않았다. 사실상 환경부가 요청한 사안에 대해 국토부의 보완이 이뤄지지 않은 셈이다. 환경부가 반려하면 국토부는 처음 수용된 본안을 보완하는 수준이 아니라 전략환경영향평가서를 처음부터 다시 작성해야 한다.

제주 제2공항은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성산읍 일원 일대 사업면적 545만7000㎡ (165만평)로 여의도 면적 2배에 달하며 2025년 개항을 목표로 추진됐다. 사업비는 5조1229억원이다. 제주지역 항공수요는 연간 4109만명으로 제주 제2공항이 지어지면 수송분담률 48%를 수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정대로 개항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전략환경영향평가서 검토 결과 미흡한 점이 있었고 이번에 결정한 반려 조치는 그간 해온 보완이나 재보완, 추가보완 요청과는 다르다"면서 "국토부가 이번에 지적받은 반려 사유를 해결한 다음 본안부터 다시 작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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