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투데이

반도체 장비 수명 늘려 수십억 절감...SK하이닉스 1호 사내벤처의 매직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1.07.22 08:00
의견 남기기

글자크기

[스타트UP스토리]임태화 알씨테크 대표 "AI 등 첨단기술 접목한 반도체 장비로 외산 독점 시장 깨뜨릴 것"

임태화 알씨테크 대표/사진=일씨테크 임태화 알씨테크 대표/사진=일씨테크




"아무리 뛰어난 반도체 설계 기술이 있어도 장비가 없으면 한방에 무너집니다."

중국 '반도체 굴기'의 상징이던 칭화유니그룹이 지난 16일 파산·법정관리 절차에 들어갔다. 매스컴에선 칭화유니의 몰락 원인으로 무리한 사업 확장과 과잉 투자를 꼽았다. 임태화 알씨테크(RC-Tech) 대표는 칭화유니 파산 이유를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 대표는 최근 머니투데이이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미·중 갈등 확대로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AMAT),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이 장비를 일체 공급해주지 않으면서 유동성 위기를 맞았던 게 더 컸을 것"이라며 "우리도 준비하지 않으면 맞을 수 있는 섬찟한 일"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알씨테크는 2019년 8월, SK하이닉스 (107,000원 3000 +2.9%)의 제1호 사내벤처로 출범했다. 앞서 같은 해 1월 SK하이닉스가 창업진흥원과 함께 아이디어 경진대회로 사내벤처를 뽑았는 데 경쟁률 300대 1을 뚫고 선정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임 대표는 반도체 제조장비 전문업체 도쿄일렉트론, 삼성전자 자회사이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인 세메스, SK하이닉스 등을 거치며 20여년 간 반도체 장비 분야 한우물만 판 전문가다.

알씨테크의 주업은 단종되거나 낡은 반도체 장비의 수명을 늘리는 '장비 업사이클링(Upcycling)'이다. 또 중고 반도체 장비를 싸게 구매해 전면 개조한 뒤 수출하는 사업으로도 돈을 번다. 창업 초기 SK하이닉스와 창업진흥원이 각각 1억원씩 밑천을 대줬다. 임 대표는 "처음엔 아내가 반대했지만 하던 일이 망하면 3년 안에 SK하이닉스로 언제든 복귀할 수 있다는 조건이 있어 설득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반도체 장비 수명 늘려 수십억 절감...SK하이닉스 1호 사내벤처의 매직
임 대표에 따르면 사내벤처 공모전 출품작이 지금의 알씨테크의 '캐시카우'가 됐다. 기존 장비에 불화수소를 이용한 세척이 필요 없는 '드라이 클린'(Dry Clean) 기능을 장착하는 서비스가 바로 그것이다. 이러면 반도체 장비 세척을 위해 수일간 공정을 멈춰 세우지 않아도 된다는 설명이다.

임 대표는 "먼지, 파티클 등 누적된 오염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장비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2~3일 정도의 시간적·경제적 손실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과 인텔,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현장에 오래되거나 단종된 모델 장비들이 많은 기업을 대상으로 한 비즈니스다.

그는 "기존 일본 회사에 이런 기능을 추가해 달라고 하면 장비 한 대당 20억원이라고 할 때 개조 비용으로 12억원을 요구해 차라리 새 것을 사도록 유도한다"면서 "우리 회사는 10분의 1 가격인 대략 1억5000만원에 해주니까 훨씬 경제적"이라고 강조했다.

또 폐기된 반도체 중고 장비를 직접 구매해 비메모리 또는 차량용 반도체 분야 후발 기업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개조한 후 수출하는 서비스도 본격화하고 있다. 임 대표는 "장비 껍데기를 한 대당 약 5000만원에 사서 6~7억원에 파니 10배 이상 남는 장사"라고 했다. 알씨테크는 기술력과 사업성을 인정받아 올해 초 26억5000만원 규모의 시드투자를 받았다. 실적도 순항 중이다. 올해 매출은 20억원 정도로 예상되며 내년에는 5배 성장한 100억원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업이 처음부터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SK하이닉스라는 대기업 간판을 떼고 나니 현실은 냉혹했다. 임 대표가 회사를 창업하고 SK하이닉스로부터 반도체 장비 4대를 처음 발주받았을 때다. 이를 만들기 위해 부품생산업체를 찾아가니 '중소기업은 100% 현금발주'라며 돌려보냈다고 한다. 자금 확보를 위해 여러 곳의 보증기관을 찾아다녔지만 '매출이 있어야 보증이 가능하다'는 답변에 발걸음 돌리기 일쑤였다. 간신히 부품 구매비를 확보했지만 가는 곳마다 전파상 취급을 당하고 나서야 국내 반도체 장비업체 위상이 어느 정도인지 실감했다고 한다.


알씨테크의 궁극적 목표는 '종합 반도체 부품·장비회사'로의 도약이다. 이를 위해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출연연)들과도 전략적으로 손을 맞잡고 있다. 한국표준과학연구원과는 '기체 투과도 측정법',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는 '반도체 관련 시스템온칩' 기술 이전을 위한 협의를 진행 중이다.

이중 기체 투과도 측정법은 '자동압력제어벨브'를 만드는 토대가 됐다. 이는 반도체 공정 진행 시 기체의 유량과 온도, 압력을 제어하기 위한 밸브로 일본의 CKD사가 100% 독점하고 있다. 알씨테크는 현재 이 기술을 통한 시제품 제작을 완료한 단계다. 임 대표는 "처음엔 2% 부족하다고 생각하고 출연연 특허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았는데 개별 기술들을 한데 모아 조합을 해보니 꽤 쓸만했다"면서 "출연연이 보유한 특허를 모아 외산 부품을 대체할 국산 부품 개발에 속도를 붙이고, 나아가 국산 장비도 만들 것"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나의 의견 남기기 등록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