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맑던 제주 중학생, 엄마 전 남친에 학대당하다 결국 사망

머니투데이 임현정 기자 2021.07.20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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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이지혜 디자인기자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제주에서 살해당한 10대 중학생이 사실상 새 아버지나 다름 없었던 용의자에게 평소 학대를 당했다는 증언이 나왔다.

"그 아저씨 술만 마시면 그렇게 행패" 증언
20일 뉴스1에 따르면 숨진 A군(16)과 초·중학교를 함께 다녔다는 한 중학생은 "A가 살해당하기 전까지 새 아버지였던 B씨에게 온갖 학대를 당했다"고 했다.

B씨는 지난해부터 A군을 상대로 '엄마가 우는 건 다 네 탓이다' '쓸모 없는 XX' 등의 욕설·폭언을 했을 뿐 아니라 목을 조르는 등 폭행해 다치게 하고 심지어는 '죽여 버리겠다'면서 흉기를 들고 집에 찾아와 협박까지 일삼았다는 것이다. B씨는 A군의 어머니와 과거 연인관계로 한때 동거한 적이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중학생은 "올 들어 두세 번 가출까지 했었던 A가 지쳤는지 '이제 독립하겠다'면서 같이 초밥집 아르바이트를 하자고 해 면접을 앞두고 있었는데 결국 이렇게 됐다"며 "범인들이 꼭 죗값을 받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A군과 두 살 터울의 동네 동생이라고 밝힌 또다른 학생도 "그 아저씨(B씨)가 술만 마시면 A형과 A형 어머니를 때리면서 그렇게 행패를 부린다고 들었다"면서 "이런 살인사건이 벌어질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이제 A형을 더 이상 못 본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고 심경을 말했다.



신변보호 요청으로 CCTV까지 설치됐지만…
A군의 집과 가까운 곳에 사는 한 70대 주민은 "B씨가 자꾸 '죽여 버리겠다'고 모자를 위협해서 집에 CCTV까지 설치된 걸로 안다"면서 "이후로 경찰차도 자주 보이고 그랬는데 결국 사달이 났다"고 전했다.

실제로 A군의 어머니는 이달 초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했다. 이에 경찰은 A군의 집에 CCTV 2대를 설치하고 순찰을 강화했지만 이번 사건을 막지는 못했다.

5년 전 세상을 떠난 A군 할머니의 동창이라는 한 80대 주민도 A군에 대해 "예쁘게 웃고 인사성도 바르고 세상에 그 아이 만큼 착한 아이가 또 어디 있다고 그렇게 보내느냐"면서 "하늘에서 할머니도 울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 70대 주민 역시도 "그 해맑은 애한테 무슨 죄가 있다고 그런 몹쓸 짓을 했는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할 수 없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18일 오후 10시51분쯤 제주시 조천읍 한 주택에서 A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집에는 A군 혼자 있었으며 이후 귀가한 가족이 숨진 A군을 발견하고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A군 시신에서 타살 흔적을 발견하고 폐쇄회로(CC)TV 분석을 통해 사건 당일 오후 3시쯤 B씨와 지인 C씨가 드나드는 모습을 포착해 용의자로 특정했다. 이후 C씨는 긴급체포됐으며 경찰은 주범격인 B씨를 추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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