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안은나 기자 = 이동재 전 채널A 기자가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강요미수 혐의 관련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1.7.16/뉴스1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는 관점에서 첫 보도한 MBC는 비난여론이 거세지자 "'검언유착'이라는 표현을 처음 쓰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조선일보와 MBC는 '검언유착' 프레임을 누가 씌웠는지 등을 두고 지면과 방송보도를 통해 논박을 펼치기도 했다.
MBC 설명대로 '검언유착'이라는 네 음절 표현을 이 사건에 처음 쓴 건 최강욱 열린우리당 대표가 맞다. 최 대표는 MBC가 이 기자 사건을 첫 보도하자 마자 페이스북에 '검언유착' 사건이라고 썼다.
"'검·언·유·착' 4글자로 처음 쓴 건 우리 아니다"라는 MBC…PD수첩에서도 '검언유착' 프레임 시동걸어MBC는 채널A 사건을 보도하기전인 2019년 12월에도 PD수첩을 통해 이미 검찰과 검찰 기자단을 유착관계로 보는 내용을 '검찰기자단-악어와 악어새 그들만의 공생'이라는 제목의 방송으로 내보낸 바 있다.
'검언유착'이라는 네 음절 표현을 MBC가 먼저 쓰지 않았다고 항변할 순 있지만 이른 바 '검언유착' 프레임은 이미 MBC에서 PD수첩의 PD저널리즘과 뉴스데스크의 기자저널리즘 보도를 통해 일관되게 이어지고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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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대표가 SNS에 '검언유착'이라고 압축적인 표현을 쓴 뒤, 대부분의 언론에서 수감 중인 이철 전 VIK 대표를 상대로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의 신라젠 관련 자료 등 비위사실을 제보해달라고 했던 이 기자 사건을 '검언유착'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검사와의 친분을 강조하면서 유명인의 비리 제보를 받으려던 기자의 행동을 범죄로 본 사건은 이전엔 없었다. 따라서 언론에서 이 사건을 다루면서 신문 제목이나 본문 혹은 방송보도에 압축적으로 이 사건을 부를 명칭이 필요했는데 '검언유착'이라는 네 음절의 짧은 표현이 기자들에 의해 채택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이 사건의 성격을 '검언유착'으로 보지 않는 기자들조차 관련 보도에서 이 사건을 따로 부를 마땅한 명칭이 없어서 '검언유착 의혹' 정도로 표현할 수 밖에 없었다.
이 사건의 실체에 대해 '검언유착'이 아니라 '권언유착'으로 부르며 첫 보도를 했던 MBC가 오히려 '여권 권력' 혹은 이 사건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과 유착해있었다는 시각도 있다.
재판과정에서 이 기자 측도 이런 관점에서 MBC에 제보해 이 사건을 보도하게 했던 제보자 지현진씨(X로도 불림)와 MBC 장인수 기자 간 통화내역 제출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9일 공판에서 이 기자 측은 "이동재 기자의 취재가 본격화되기 전부터 제보자 X로 불리는 지씨가 검언유착 의혹을 최초 보도한 MBC 장 기자와 연락하며 이 전 기자에게 검찰과 유착했다는 프레임을 씌우려 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 전 기자 측 변호인은 "제보자 지씨가 MBC 장 기자와 언제부터 통화를 시작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며 "검찰이 관련 수사 내용을 재판부에 제출하도록 해달라"고 재판부에 요구하기도 했다.
이 기자에 대한 무죄 판결이 나오자 장 기자는 MBC의 첫 보도에 대해 "우리는 '검언유착'이라고 하지 않고 '검언유착 의혹'이라고 했다"며 "의혹제기였을 뿐 '단정하지 않았다"고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채널A사건, 수사·재판 거쳐도 '검언유착' 아니라는데…MBC '권언유착' 의혹도 수사·재판 받을까
지난 3월27일 유튜브 채널 '제보자X의 제보공장'의 '검언공작 폭로 1주년 기념' 라이브 방송에 출연한 장인수 MBC 기자(가운데), 제보자 X(왼쪽)/사진= 유튜브 캡쳐
여당 관계자들과 친분이 있는 지씨는 '검언유착'으로 MBC에 제보했고, MBC가 몰래카메라를 동원해 이 기자와 지씨의 만남을 촬영해 보도해 이 사건이 알려지게 됐다. 따라서 지씨와 MBC의 행위에 대해선 이른바 '권언유착'으로 불러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이 기자를 속여 한 검사장을 '검언유착' 공모자로 끌어들이기 위한 공작을 꾸몄다는 것이다. 지씨는 MBC 첫 보도가 나오기 일주일 전 페이스북에 황희석 열린민주당 최고위원이 최 대표와의 사진을 게시하며 '이제 작전 들어갑니다'라며 올린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채널A는 이 사건으로 압수수색을 당했지만 MBC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기각되기도 했다.
이 기자 사건 재판에서 지씨는 증인으로 채택됐지만 소환장을 아예 수령하지 않는 방법으로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지씨는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글을 써 법원 증인 출석을 하지않겠다는 의사표시까지 한 바 있다.
지씨와 더불어 핵심 증인 중 한 명으로 채택된 채널A 진상조사위원회 보고서를 작성한 강모 기자도 지씨처럼 소환장 수령을 피하는 방식으로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았다.
재판부가 채널A·동아일보로 보낸 소환장이 '폐문부재'로 송달이 제대로 되지 않자 경찰에 소재파악을 지시했지만 종로경찰서는 강 기자에 대해 "소재를 알 수 없다"고 재판부에 보고했다. 현재 동아일보 정치부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진 강 기자는 국회 상시출입 기자로 기자실이 있는 국회 소통관을 출입하면서 정치 기사를 계속 쓰고 있으면서도 소환장 수령을 피해 재판 출석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