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없어도 차박은 해야죠"…빌려서 '카캉스' 하는 MZ세대

머니투데이 이강준 기자 2021.07.20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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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 없어도 차박할 수 있다. 카쉐어링 업체들이 자동차부터 캠핑 용품까지 전부 준비해주기 때문이다. 차를 마련하기 어려운 MZ세대들한테 특히 인기다. 여기에 역대급 폭염과 코로나19(COVID-19) 재확산에 '카캉스(카(Car)+바캉스)'가 각광받고 있다.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카쉐어링 업계도 이에 발맞춰 진화 중이다. 캠핑·영화 감상 등 목적에 맞게 개조한 차의 대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 캠핑 용품을 같이 제공하는 것은 물론 아예 차량 내부에 빔프로젝터를 설치해 이동식 영화관을 만든 업체도 있다.



이미 유행에 민감하면서도 아직 자차를 소유하기 쉽지 않은 MZ세대들은 콘셉트가 확실한 카쉐어링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쏘카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3월까지 카쉐어링 차량 이동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쏘카 차량으로 전국 2591개 캠핑장에 5시간 이상 정차한 건수는 5만여건에 달한다.

방문 건수가 많은 상위 10개 캠핑장 중 6곳은 강원도 강릉, 속초 등 해안가에 위치했다. 쏘카가 기아 소형차 레이를 차박용으로 개조한 '로디'는 가족·연인 단위 이용객들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는 분석이다.



'쏘카' 성공에 후발 서비스 봇물…실제 렌트해보니 왜 인기 많은지 알겠네
/사진제공=탐/사진제공=탐


특히 코로나19가 재확산하고 연일 30도를 훌쩍 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이런 카쉐어링 서비스가 더욱 인기를 끈다는 게 업계 설명이다. 날이 더워 실내로 들어가고 싶지만 코로나19 전파를 우려해 시원하면서도 안에서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는 '차량'을 원한다는 것이다.

업계 1위 쏘카의 성공에 후발 업체들도 비슷한 서비스를 출시하고 있다. 모빌리티 서비스 '탐'은 소형 SUV 기아 셀토스를 커스터마이징한 차량 3종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차박 캠핑, 영화 시청, 야외 액티비티 등 원하는 목적에 맞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캠핑카 공유 플랫폼이 출시되기도 했다. 코센모빌리티의 '꿈카'는 호스트가 캠핑카를 이용하지 않는 날 차량을 대여해 이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췄다.


커스터마이징 모빌리티 서비스 '탐'의 '무빙 시네마' 차량. 기아 소형 SUV 셀토스에 전고가 높아지도록 개조됐다./사진=이강준 기자커스터마이징 모빌리티 서비스 '탐'의 '무빙 시네마' 차량. 기아 소형 SUV 셀토스에 전고가 높아지도록 개조됐다./사진=이강준 기자
지난 18일 오후 2시쯤 이러한 서비스들의 인기 요인을 알아보기 위해 최근 론칭한 '탐'의 '무빙 시네마' 차량을 렌트해봤다. '무빙 시네마'는 기아 소형 SUV 셀토스의 전고를 높여서 거주성을 확보하고 1열·2열 사이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했다. 트렁크 상단에는 LG 빔프로젝터가 탑재됐다.

겉으로 보기엔 지붕이 조금 높은 걸 제외하고서는 별다른 차이점을 느끼기 어려웠다. 문을 열어보니 마치 CGV에 들어온 것처럼 보랏빛 시트가 설치돼있었다. 콘솔박스 뒷부분엔 컵홀더와 간이 식탁, 블루투스 스피커, 빔프로젝터 리모컨이 구비돼있었다.

트렁크에는 차량의 모든 창문을 막을 수 있는 암막 커튼이 비치됐다. 한 낮인데도 햇빛을 차단시켜 영화관 분위기를 그대로 재현했다. 36℃에 육박하는 더위도 완전히 차단됐으며 외부 시선도 차단시켜 순식간에 나만의 공간이 마련됐다. 전고가 높아 키 187㎝인 기자도 장시간동안 편안히 영화를 관람할 수 있었다.

'무빙 시네마' 차량의 내부 시트. 영화관 콘셉트로 꾸몄다/사진=이강준 기자'무빙 시네마' 차량의 내부 시트. 영화관 콘셉트로 꾸몄다/사진=이강준 기자
카캉스 준비물 미리 다 챙겨주니 '편리'…지속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인지는 의문
'무빙 시네마' 차량 안에서 빔프로젝트를 작동시킨 모습/사진=이강준 기자'무빙 시네마' 차량 안에서 빔프로젝트를 작동시킨 모습/사진=이강준 기자
실제 차박, 차크닉(차+피크닉)을 가기 위해서는 준비해야할 물품들이 은근히 많은데 이런 '준비물'들을 차량과 함께 제공한다는 점이 확실한 장점으로 느껴졌다. 또한 카캉스에 적합하지 않은 세단을 갖고 있는 기자 같은 사람들에게도 몇시간만 차를 빌려서 즐길 수 있어 부담이 덜했다.

더위 차단은 물론, 코로나19 감염으로부터도 다른 외부활동에 비해 자유로웠다. 음식과 음료는 포장해서 차 안에서 간단히 먹기 때문에 마스크를 내리는 순간에도 많은 사람과 접촉할 필요가 없다.

다만 이 서비스가 지속가능한지는 의문이었다. 쏘카를 비롯해 전부 앱을 통해 '비대면 렌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데, 자동차를 함부로 쓰는 고객이 나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빔프로젝터, 캠핑 용품들 같은 경우는 고가인 경우가 많아 이를 망가뜨리면 렌트 수익보다 손해가 더 클 가능성도 있다.

게다가 레이, 셀토스 등이 주로 제공되는 모델들인데, 차 내부에 있는 빔프로젝터나 전기를 끌어다 쓰려면 어쩔 수 없이 차 시동을 계속 켜놔야 하는 단점이 있다. 연료 낭비는 물론 공회전·공해 문제까지도 발생할 수 있다. 전기가 제대로 공급되는 캠핑지를 가려면 고객 스스로 캠핑지를 예약하고 장비를 준비해야 하는 '수고스러움'이 생긴다.

그럼에도 카쉐어링 업계는 차박을 체험해보고 싶은 젊은 세대나, 차를 통해 다양한 경험을 해보고 싶은 고객들 위주로 수요가 늘고 있다고 설명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런 특수한 차량을 렌트하는 서비스는 이제 막 걸음마 단계"라며 "좀 더 데이터가 축적되고 업력이 늘면 주요 서비스로 자리잡을만큼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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