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헌기 소장
권력자원의 격차를 예로 들면 이런 것이다. 사실 지난 정부에서도 정권과 검찰의 충돌이 있었다. '검란'을 수습하기 위해 취임한 채동욱 전 검찰총장은 칼끝을 정권에 겨눴고, 국정원의 대선 여론조작 및 정치개입 의혹사건을 수사하도록 지시했다. 그 역시 당시 법무부 장관이던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 충돌했다. 그러나 현 정부의 추윤(추미애-윤석열) 갈등처럼 오래가진 않았다. 박근혜정부가 국정원을 이용해 채동욱 전 총장을 망신을 줘 몰아냈기 때문이다.
민주정부는 양적·질적으로 보수정부만큼 통치에 권력자원을 집중하지 못한다. 광화문에 차벽을 둘러칠 뿐 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물대포를 함부로 쏠 수 없다. 불과 몇 년 전 물대포에 맞아 노년의 시민이 사망한 일도 있었는데 이 정부를 두고 독재라고 하면 난감해진다.
그러나 막상 다수 국민의 입장에서는 이런 문제들이 피부에 와닿지는 않는다. 1차로 먹고사는 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른바 민생의 영역은 권력자원의 격차를 줄이는 일과는 성질이 다르다. 적과 아군의 대립항으로는 문제가 풀리지 않고 이해당사자간 합의를 통해 문제해결의 방식을 도출해야 한다. 민주정부든 보수정부든 그 방식을 도출하는 데 정치가 기여해야 한다.
김 전위원장은 그의 저서 '김종인, 대화'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꽤 많은 분량을 할애했다. 책의 한 챕터 제목을 '노동| 미래를 향한 선제적 개혁, 기본소득'으로 했을 정도다. 심지어 국민의힘 정강정책 제1조 1호에 '기본소득'을 삽입하기까지 했다. 또한 기본소득은 최근 일정부분 후퇴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하지만 이 지사의 대표적인 공약 브랜드 중 하나다.
대선을 앞두고 양당은 흥행을 위해 각 진영에서 정치공학만 계산하지만 민생을 위해선 '먹고사니즘의 드림팀'이 고민돼야 한다. 민생문제는 접점을 넓히고 합의점을 도출하는 정치에서 풀릴 수 있다. 정치권이 그러한 자세를 취해야 유권자들이 뿌리 깊은 정치에 대한 냉소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