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네덜란드에 "반도체 장비 中에 팔지말라"…韓 반도체 '반사이익 '

머니투데이 오문영 기자 2021.07.18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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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뉴스1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사진=뉴스1


조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으로의 반도체 핵심 장비 수출 길을 막고 있다. 자국 기업 뿐 아니라 네덜란드 정부에도 수출 제한을 요구하는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서면서 중국 업체들이 고객사 확보에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미국이 중국의 성장 가능성 자체를 없애려 하고 있다'는 분석과 함께 국내 업체에게는 나쁜 소식이 아니란 평가가 나온다. 삼성전자 (78,500원 ▲3,000 +3.97%)는 TSMC 추격과 인텔 견제에 보다 집중하고, 중국 고객사 비중이 높은 DB하이텍 (41,250원 ▲750 +1.85%)과 SK하이닉스시스템IC 등이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바이든 정부 압박에…장비 시장서 소외되는 中
27일 관련 업계와 외신에 따르면 네덜란드 정부는 미국의 압력으로 자국 기업 ASML이 만드는 첨단 노광장비의 대 중국 수출 허가를 보류 중이다.

ASML이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원판인 웨이퍼에 회로를 새기는 작업에 사용된다. 회로 선폭이 좁을수록 더 작고 효율성 있는 고성능 반도체를 만들 수 있는데, 기존 장비 193㎚(나노미터·10억분의 1미터)의 14분의 1 수준인 극자외선을 쓰는 ASML의 장비는 보다 정교한 작업을 가능케 한다.



美, 네덜란드에 "반도체 장비 中에 팔지말라"…韓 반도체 '반사이익 '
미세공정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장비여서 삼성전자를 포함한 TSMC와 인텔 등 주요 반도체 회사들은 이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국 역시 자국 반도체 제조사들의 경쟁력 확보를 위해 EUV 노광장비 수입을 추진해 왔지만, 미국의 압박으로 손에 넣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관료들은 바이든 행정부가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네덜란드 정부에 반도체 장비 대중 수출을 제한할 것을 요구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밝혔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네덜란드의 카운터파트와 통화해 두 나라의 "선진 기술에 대한 긴밀한 협력"을 강조하면서 이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들이 반도체 투자의 70~80%를 차지하는 장비 분야에서 소외되면서 향후 고객사 이탈 문제 등을 떠안을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시장 한 인사는 "ASML이 선도하고 있는 노광 공정 분야 외의 장비 시장은 미국 기업들이 꽉 잡고 있는 상황"이라며 "유일한 대안이 일본이지만 일본 역시 미국과 반도체 동맹을 맺으며 장비 시장 독점 구조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TSMC 추격'에 집중하고, 한국 파운드리 '반사이익' 기대
중국 반도체 타격으로 한국 파운드리업체에는 반사이익이 기대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SMIC 파운드리 추격에 숨을 고르며 TSMC 추격 등에 보다 집중할 수 있게 됐다. 또 SMIC 등을 이용했던 고객사들이 국내 업계에 주문을 넣을 가능성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인 SMIC의 점유율만 놓고 보면 미국의 압박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수 있다. 다만 SMIC가 7나노 공정 도입 계획을 밝히는 등 기술력 확보에 총력전을 펴고 있는 만큼, SMIC의 행보가 더뎌진다면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에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美, 네덜란드에 "반도체 장비 中에 팔지말라"…韓 반도체 '반사이익 '
특히 최근 파운드리 업계 부동의 1위인 TSMC의 잇따른 투자 소식과 인텔의 파운드리 진출에 보다 집중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TSMC는 미국에서 향후 3년 동안 1000억 달러(약 114조원)를 투자해 현지 공장 6곳을 건설하기로 하는 등 파격적인 계획을 쏟아내고 있다. 인텔은 세계 3~4위의 파운드리 업체인 글로벌파운드리를 인수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는 상황이다. 인수가 성사되면 인텔은 단숨에 업계 3위에 자리하게 된다.

일각에서는 대 중국 장비 수출 제한으로 국내 중소형 파운드리 업체들의 반사이익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SMIC의 매출 구성을 보면 중국 비중이 절반 이상을, 90나노 이하 공정이 전체 매출의 40% 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DB하이텍과 SK하이닉스시스템IC 등 파운드리 업체가 공략하는 시장과 상당 부분 겹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중국 업체의 고객사가 국내 업체로 유입되거나 제품 가격이 올라가는 등 반사 이익이 발생할 수 있다"면서도 "반도체 공급난으로 글로벌 파운드리 시장이 풀 가동되고 있는 상황이여서 당장에 고객사 이탈 문제 등이 발생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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