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당시 하이브는 장 초반 '따상'(공모가의 2배로 시초가 형성, 이후 상한가)에 성공했으나 이내 약세 전환해 시초가를 4% 밑돌며 마감했다. 이튿날에는 20% 넘게 빠지기도 했다. 당시에는 "공모가 산정을 두고 '꾼'들이 붙어 방시혁 의장을 부추겼다"는 루머까지 돌 정도였다.
하이브의 기업가치 상승은 주가로도 확인할 수 있다. 올해 들어서만 98% 이상 올랐다. 아직 상장일 기록한 52주 최고가(35만1000원)를 넘어서지는 못했지만, 지난달 30만원을 돌파하며 거의 따라잡았다.
만약 지난해 10월 하이브를 공모가(13만5000원)에 투자하고 지금까지 보유했다면 수익률은 135.2%에 달한다.
다사다난했던 하이브…파산 직전부터 BTS 빌보드 1위까지
(서울=뉴스1) 사진공동취재단 = 방시혁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의장이 15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 1층 로비에서 열린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방시혁 의장은
2017년 방 의장은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사업이 너무 안 돼서 가수들이 닌텐도 위(Wii) 테니스 게임을 하려고 사무실에 들를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첫 성공은 2009년 에이트(8Eight)의 '심장이 없어'가 히트를 친 것이었다. 이후 7인조 보이그룹 BTS가 2013년 6월 데뷔하면서 빅히트는 여태까지와 전혀 다른 행보를 걷게 된다.
방탄소년단(BTS, 뷔 슈가 진 정국 RM 지민 제이홉)이 21일 오후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홀에서 진행된 새 싱글앨범 'Butter' 발매 기념 쇼케이스에서 인사하고 있다. 'Butter'에는 버터처럼 부드럽게 녹아들어 너를 사로잡겠다는 방탄소년단의 귀여운 고백이 담겨있다. 방탄소년단은 'Butter'를 사실상의 선 공개 싱글로 스타트를 끊고 6월 중 'Butter'가 포함된 새 앨범을 발매할 계획이다. 2021.05.21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후 2017년 'LOVE YOURSELF'로 빌보드 핫 100 차트에 진입한 BTS는 지난해 'Dynamite'로 한국인 최초로 미국 빌보드 핫 100 1위에 오르며 레전드 반열에 오르게 됐다. 지난 5월 발매 이후 첫 주부터 핫 100 1위에 진입한 'Butter'는 7주 연속 1위를 차지해 BTS 역대 발매곡 중 최장 기간 1위를 기록했다.
BTS의 성공 배경으로는 유튜브·트위터 등을 통한 팬들과의 소통이 꼽힌다. 데뷔 당시만 해도 BTS는 중소기획사 출신으로 방송 출연이 쉽지 않았다. 그래서 택한 대안은 유튜브와 트위터였다. '방탄밤' 등 자체 제작 콘텐츠를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고, 멤버들이 직접 트위터로 팬들과 소통한 점이 해외 팬덤의 기반이 됐다.
미래의 하이브 이끌 원동력은? 바로 '위버스'
위버스는 2019년 출범한 하이브의 팬 커뮤니티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로, 가수와 팬을 연결하는 소통 창구이자 굿즈 판매 등도 이뤄지는 종합 팬 소통 플랫폼이다.
위버스는 출시 첫 해에는 3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나, 출시 1년 만인 지난해 거래액 3282억원, 매출액 2191억원, 영업이익 156억원을 기록하며 이커머스 플랫폼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빠른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위버스의 성공 비결은 팬층의 '결집성'을 이용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로 팬과 아티스트 간 오프라인 소통이 부족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
이진만 SK증권 연구원은 "팬덤 활동은 기존에는 유튜브, 아티스트 공식 SNS, 온라인 커뮤니티, 상품 스토어 등으로 파편화돼 있어 팬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많았으나 위버스·위버스샵은 분산된 기능을 통합시키며 팬 소비자 층의 지속적인 결집이 기대된다"며 "통합 팬덤 플랫폼에 대한 갈증과 팬데믹으로 급증한 아티스트와의 소통 욕구를 충족시켜주며 주요 지표와 실적이 함께 급성장 중"이라고 분석했다.
블랙핑크부터 저스틴 비버까지…'대어급 스타' 합류 예고
걸그룹 블랙핑크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대표적으로 블랙핑크는 다음달 2일부터 위버스에 입점할 계획이다. 블랙핑크의 유튜버 구독자수는 6300만명으로, 전 세계에서 저스티 비버 다음으로 구독자 수가 많다. 스포티파이 팔로우 수는 2280만명에 달하며, 29편의 억대뷰 영상까지 보유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저스틴 비버·아리아나 그란데 등 글로벌 스타가 속해있는 미국 엔터테인먼트 회사 '이타카홀딩스'를 10억5000만달러(약 1조2000억원)에 인수·합병했다.
이타카홀딩스 인수로 글로벌 정상급 가수들은 내년 중 위버스에 합류할 예정이다. 지난 2월 전략적 파트너십을 맺은 UMG(유니버셜뮤직그룹) 소속 가수들의 입점도 예상된다.
위버스에서는 올해 상반기에만 15개의 아티스트가 새로이 채널을 개설해 현재 28개의 채널이 운영되고 있다. 하반기와 내년 채널 규모는 더욱 늘어날 예정이다.
네이버의 스타 SNS 플랫폼 '브이 라이브'와 통합에 나선 점도 호재다. 지난 5월 네이버는 하이브의 자회사 위버스컴퍼니의 지분 49%를 인수하며 2대 주주에 올랐고, 위버스컴퍼니는 네이버 브이라이브 사업부를 양수하게 됐다. 위버스컴퍼니는 위버스와 브이라이브를 통합한 새로운 팬 커뮤니티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박하경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위버스의 MAU(월간활성이용자)는 500만명 수준이나 국내외 아티스트 신규 채널 개설 및 올해 말 3000만명에 달하는 MAU를 확보한 네이버 브이라이브와의 통합 플랫폼 출범으로 2022년 평균 MAU는 4500만명으로 예상한다"며 "MAU는 지난해 3분기부터 정체되고 있으나 하반기 블랙핑크, 내년 UMG 및 이타카 아티스트 합류 시 급격히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쟁사 등장해도, 위버스 '독보적'…목표주가도 ↑
최근 들어서는 엔씨소프트 (206,000원 ▼1,500 -0.72%)의 유니버스, SM엔터테인먼트의 '디어유 버블' 등 위버스와 경쟁할 만한 플랫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럼에도 위버스의 경쟁력은 타사 대비 독보적이다.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협업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북미 시장은 이해관계가 상대적으로 복잡하게 얽혀있고 음악 시장이 IT 기업과 플랫폼의 영향력이 커진 국내 시장 대비 아직 보수적이기 때문에 위버스와 같이 통합된 팬덤·커머스 플랫폼이 등장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라며 "대형 해외 아티스트들이 팬덤 기반 강화와 수익 증대 효과를 체감한다면 현재 파트너사 외 타 대형 레이블과 제휴로도 이어지는 등 플랫폼 네트워크 효과가 기대된다"고 예상했다.
증권가에서는 하이브의 성장 기대감에 발맞춰 목표주가를 올리는 추세다. 지난해 상장 당시만 해도 20만~26만원대가 주를 이루던 목표가는 38만~39만원까지 상승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위버스 편입이 확실시되는 YG까지 가세하면 소속 아티스트 합산 음판점유율은 40%를 넘어설 전망"이라며 "온라인 콘서트의 경우 BTS만으로도 모객수의 65%, 매출액의 71% 시장점유율을 확보하고 있어 케이팝 온라인 공연 플랫폼으로서의 독보적인 입지는 더욱 부각되는 구조"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