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개미, 미국 S&P500 사고 국내선 '곱버스' 노렸다

머니투데이 김영상 기자 2021.07.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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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개미, 미국 S&P500 사고 국내선 '곱버스' 노렸다


올해 개인투자자들이 미국 증시는 상승, 국내 증시는 하락에 주로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국 증시가 모두 사상 최고치 수준에 다다랐지만 투자 방식은 다소 상반됐다.

18일 한국예탁결제원 등에 따르면 올 들어 개인투자자들은 해외 증시에 상장된 ETF(상장지수펀드) 중 SPDR S&P500 Trust ETF(SPY)를 가장 많이 사들였다.



이 ETF는 S&P500 지수를 1배로 추종하는 상품이다. 올해 순매수 금액은 약 2억9108만달러(약 3320억원)였다.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인베스코 QQQ ETF가 2억1769만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올해 미국 증시가 계속 상승세를 이어가자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을 대거 사들인 것이다. 국내 시장에서도 S&P500 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1812억원) 상품에 많은 자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국내 지수 추종 ETF 중에서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 (1,991원 ▼14 -0.70%)상품이 6010억원으로 TIGER 차이나전기차SOLAACTIVE ETF에 이어 두번째로 순매수 규모가 컸다. 순매수 금액 6010억원으로 개별 주식을 포함하면 19위에 올랐다.

이른바 '곱버스'로 불리는 KODEX 200선물인버스 2X는 코스피200 지수를 역으로 2배 추종하는 상품이다. 코스피200 지수가 1% 하락하면 2% 수익을 얻는 식이다. 그만큼 국내 증시의 하락을 점쳤던 투자자들이 많았다는 뜻이다.

반대로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 (11,830원 ▲20 +0.17%), KODEX 레버리지 (19,955원 ▲150 +0.76%) 등 증시 상승에 베팅하는 ETF는 순매도 순위에서 상위권에 올랐다. 순매도 금액은 각각 2937억원(7위), 2205억원(10위)이었다.


이를 두고 지수 ETF를 활용하는 투자자들의 방식이 국내와 해외에서 각각 갈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올해 국내와 미국 증시가 모두 사상 최고 수준인데 미국에서는 상승, 국내에서는 하락에 투자하는 상품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테슬라, ARK이노베이션 ETF, 일부 스팩(SPAC) 등 올해 초 변동성이 컸던 종목의 인기가 식으면서 보다 안정적인 상품으로 자금이 몰렸다.

실제로 이달 들어 서학개미가 가장 사랑하는 종목인 테슬라는 순매도로 전환한 반면 S&P500, 나스닥100 지수를 추종하는 ETF가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왔다. 장기적 관점에서 특정 종목이나 업종보다 시장을 대표하는 지수로도 원하는 수익률을 기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국내에서는 곱버스 상품을 주요 고점마다 단기 차익을 내려는 용도로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갈렸다. 실제로 지난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주식 열풍이 불면서 코스피가 전고점을 넘을 때마다 곱버스 상품이 투자자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코스피가 사상 첫 3300선을 돌파했던 지난달 개인투자자들이 곱버스를 3149억원 사들인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 기간 삼성전자, 카카오 등에 이어 전체 순매수 순위 5위에 오를 정도로 관심을 받았다.

다만 전문가들은 하락장을 기대하면서 곱버스 상품을 장기보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조언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보유기간 동안 증시가 하락하더라도 그동안 변동성이 크다면 누적수익률에서 레버리지 효과가 작다"며 "곱버스는 장기 투자가 아닌 헤지(위험회피) 목적으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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