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를 이끌던 김상조 위원장은 그해 7월 기업집단국 조사관 30여명을 파견해 삼성웰스토리를 비롯해 삼성전자 (78,400원 ▲2,900 +3.84%), 삼성물산 (150,800원 ▲400 +0.27%), 삼성중공업 (9,690원 ▲60 +0.62%) 등을 현장조사했다. 3년 가까이 이어진 조사 끝에 올 6월 발표된 공정위의 결론은 부당지원에 따른 역대 최대 과징금 2349억원 부과. 공정위는 이런 행위가 지금은 해체된 미래전략실 주도로 이뤄졌다고 보고 당시 미래전략실장이었던 최지성 전 부회장에 대한 검찰 고발까지 결정했다.
정상거래 범위 벗어났나
육성권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국장이 지난 6월24일 정부세종청사 공정위 기자실에서 '기업집단 삼성의 부당내부거래 제재'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제는 정상가격을 산정하기가 매우 까다롭다는 점이다. 같은 재료도 구매 규모나 품질, 유통기간에 따라 가격이 달라진다.
공정위는 SK와 LG그룹의 급식업체인 SK하이스텍과 아워홈을 조사해 2만여개의 식재료 가격을 일일이 산정, 비교한 결과 삼성전자 등이 삼성웰스토리를 부당지원한 것으로 결론지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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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정거래법 전공 교수는 "공정위가 다른 급식업체와 비교해 정상가격의 범위를 산출했다고 해도 업체의 시장경쟁력이나 서비스품질, 임직원들의 만족도 등 별도로 참고할 부분이 많다"며 "정상가격이라는 것 자체가 명확하게 떨어지는 개념이나 숫자가 아니기 때문에 법원에서 공정위 결정이 뒤집히는 경우가 적잖다"고 말했다.
업계 한 인사는 "공정위는 최대한 정상가격을 산정하려고 노력했다는 점을 강조할 것이고 삼성은 산정 결과가 잘못됐다는 점을 파고들 것"이라며 "어느 쪽이 설득력이 있느냐가 법적 판단을 가를 것"이라고 말했다.
"중소급식업체 진입 쉽지 않은데"
삼성전자서울R&D캠퍼스 식당.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공정위에 따르면 국내 단체급식 시장 규모는 2019년 12개 상위 단체급식 사업자 매출 기준으로 약 4조2799억원에 달한다. 이 중 삼성웰스토리, 아워홈, 현대그린푸드 (4,615원 ▲5 +0.11%), CJ 프레시웨이, 신세계푸드 (34,600원 ▲300 +0.87%) 등 상위 5개사가 시장의 80%를 차지한다.
하지만 삼성그룹을 비롯한 대기업에서는 전국 단위의 사업장에 균일한 품질의 급식을 제공할 시스템을 갖춘 업체가 상위 몇몇 업체를 제외하면 거의 없다고 반박한다.
급식업계 한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 4월 사내 급식을 외부업체에 개방했는데 새로운 업체 입찰 결과에서 시장 5위 신세계푸드와 6위 풀무원푸드앤컬쳐가 선정됐다"며 "대기업 급식을 외부에 개방하면 중소급식업체가 따낼 수 있다는 공정위 예상이 빗나간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푸드가 선정된 삼성전자 수원사업장의 하루 급식량은 8000식, 또다른 기흥사업장은 1000식 이상이다.
규제·처벌 우선주의…"왜 삼성에만"
특히 삼성이 지난 5월 사내식당을 전면 개방하고 중소급식업체의 경쟁력 확대를 지원하겠다는 내용의 동의의결을 신청했지만 공정위가 받아들이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동의의결은 공정위 조사나 심의를 받는 기업이 스스로 원상회복, 피해구제 등 시정방안을 제안하는 방법으로 사건을 종결하는 제도를 말한다.
한 시민단체 인사는 "공정거래 질서 확립이라는 목적을 고려하면 고발이나 과징금 부과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삼성에 대해서만 엄격한 잣대를 들이민다는 지적도 고개를 든다. 공정위는 지난 2월 애플코리아가 국내 이동통신사에 광고비를 떠넘긴 혐의로 심사를 받다가 1000억원 규모의 상생지원기금을 마련하겠다는 내용의 동의의결을 신청하자 받아들였다.
공정위 행정처분과 관련한 기업들의 불만은 최근 행정소송에서도 확인된다. 지난해 공정위가 부과한 과징금 110건 가운데 기업들이 행정소송을 제기한 비중이 40%에 이른다. 2020년도 공정거래백서에 따르면 2015~2019년 공정위의 제재조치에 대한 행정소송 380건 가운데 94건(24.7%)에 대해 법원이 기업의 손을 들어줬다.